태풍과 장마가 겹쳐서 몇일동안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
비가 퍼붓던 몇일전...
그 날도 하루종일 안어울리는 구두를 신고있던터라 퉁퉁부은 발로
지하철 5호선에 올랐다. 빈자리에서 지친 다리를 쉬고 있을때..
어느 지하철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찬양이 울리는 낡은 카세트를
목에 걸고 동냥? 구걸? 을 하시는 맹인 할아버지 한분이 내가 타고
있는 지하철 칸으로 들어 스셨다. 하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요새는 무덤덤해져서 평소처럼 신경을 안쓰고 있었는데..
내 앞을 지나갈때 그뒤에 다른 사람이 따라다니는것을 발견했다.
할아버지의 허리춤에 꽁꽁 묶여진 무명천으로 만든 줄이
그사람의 허리에도 묶여 있었다. 빼빼마른 몸에 짧은 스포츠머리,
난 궁금해하며 그들의 뒤를 한참동안 처다 봤지만 곧 다음칸으로
넘어 가셨다.
피곤하기도 하고 하루종일 흘린 땀으로 빨리 집에가서 샤워하고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 뿐이라 곧 그들은 나의 호기심속에서
지워졌고 그렇게 몇정거장을 지나자 그들이 다시 왔다.
그때보니 바로 할아버지의 부인인듯한 할머니가 짧은 머리에
깡마른 몸으로 할아버지의 뒤를 졸졸따르셨다. 할아버지의
허리춤에 묶인 그 무명줄을 한손에 꽉 잡은채..
그 할머니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연신 내뱉으셨고, 아무래도
치매끼가 있으신듯했다.
안된마음에 이번엔 내앞을 지나가실때 바구니에 동전 몇개를
넣어 드렸다.
그렇게 얼마후 나는 왕십리에 도착해서 지하철을 갈아타려 내렸고
계단을 오르다 무심코 앞을 보니 아까 노부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지팡이는 접혀 있었고 아까와 다르게 할머니와 손을
잡고 나란히 걷고 계셨다. 순간..'또 속았나..'싶었지만..
어쩌랴 이미 드린돈 다시 달라 그럴수도 없는거..
그래도 웬지 모를 호기심에 그 노부부를 뒤에서 유심히 지켜
보니 아직도 할머니는 알수 없는 말을 하고 계셨고..
엹은 선그라스 사이로 보인 할아버지의 눈엔 검은 눈동자가 없었다.
그런데도 지팡이도 젚은채 복잡한 그길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니길래 유심히 봤더니 할머니께서 비록 치매끼가 있어 정신이
올바르시진 않으시지만 할아버지가 가야할 길을 잡은 손으로
이끌고 계신것이다.
그 장면을 보자 참 알수 없는 느낌이 그 노부부를 스쳐 지나오고
나서 집에 돌아 오는 내내 떨쳐 낼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틀림없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셨다. 하지만 앞이 안보이는
할아버지의 가시는 길을 할머니는 그 정신으로 이끌고 계셨던거다.
머 물론 매일 반복되는 길에 할머니가 익숙해지신 걸 수 있지만
온전치 못한 정신에서도 앞을 못보는 당신의 남편을 옳은 길로
이끄는 그 모습.......
이게 사랑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봤다.
이게 하나님께서 맺어 주신 인연이 아닌가.......
그 두분이 꼭 잡은 두손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순
없었고 그냥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두분의 건강과 사랑을 빌어
드렸다..
"할아버지 할머니 비록 지금은 두분다 온전치 못한 몸으로
삶을 살고 계시지만 서로 함께하기에 행복하실거라 믿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고..
다음 생에는 지금보다 더 두분이서 행복하게, 그때는 두분다
건강한 모습으로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사시길 바랄께요.."
-비오는 어느날 노부부의 꽉 잡은 두손을 잊지 못하고..-
-by 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