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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혜 |2006.07.20 20:22
조회 14 |추천 0

방 청소를 하다가 버리려고 쌓아둔 종이 뭉치 사이에서

이것을 발견했다 ㅋㅋ

 

교환학생 시절 들은 심리학 수업 실라부스 뒤에 마치 발로 쓴 듯 엉망진창 단숨에 휘갈겨 내려간 흔적이 다분한 글이고, 또 나름대로 완전 진지한게 좀 웃기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냥 버리려니 왠지 아까워서 여기에 옮겨 본다.

 

2004년도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이런 흔적을 남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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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를 치루고, 필기한 노트들과 교과서들을 정리하다 보면, 이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번 학기 동안 배운 것들이 몇 프로나 머릿속에 남게 될까?"

 

"한 학기 동안 뼈빠지게 공부하고 외운 것들이 앞으로 나의 삶에 과연 영향을 끼치기나 할까??

 

이런 단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은 '교육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까지 도달하게 된다.

 

유명한 철학자이나 교육자인 Newman은 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Education= Learning how to think, to reason, to compare, to discriminate and to analyze, refine one's taste, form his judgement, and sharpen his mental vision."

 

(교육이란 생각하는 법과,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법, 비교하는 법, 식별하는 법과 분석하는 법, 취향을 고급스럽게 다듬는 법, 판단을 내리고 정신적 통찰력을 연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Newman은 또한 이러한 교육을 받은 사람은 어떤 분야에서도 (그게 법이든, 의학이든, 문학이든, 지리학이든 뭐든 간에) 성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적응력이나 인간관계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I say that a cultivated Intellect, because it is good in itself,  brings with it a power and a grace to every work and occupation which it undertakes, and enable us to be more useful, and to a greater number.

 

(교양을 갖춘 지성은 하고자 하는 모든 일과 업무에 있어서 강한 능력과 품위를 부여하여 주며, 또한 우리가 더욱 유능하고 효율적에게 하여준다.)

 

즉 Newman은 한 개인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데 있어서 mental culture (정신적 문화)의 중요성을 무지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Newman의 이러한 생각에 절대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왜냐하면 교육을 잘 받지 못했음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나 또한 수많은 교육에 대한 정의 가운데

Newman의 것이 가장 마음에 들고, 또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학에 와서 느낀 것은, 현 시대의 대학 (적어도 내가 다닌 대학에선)에서 우리가 받는 교육이란 것은,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간에, 이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할 때 수업을 고르는 척도 -> 전공학점

수업을 열심히 듣는 이유 -> 시험을 잘보기 위해

시험을 잘보는 이유 ->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성적을 잘 받는 이유 -> 취업을 잘 하기 위해

 

이러한 순환궤도에 빠져있는 것 같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고.

대학 공부가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미국적인 사고 같다.

 

요즘 나를 포함한 대학생들의 가장 주된 고민은 비록 외관상 여러 포장을 하고는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지?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로 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대학 졸업할 즈음에 되어서야, 20대 중반의 문턱에 와서야 이렇게 중요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말이다.

 

유년기, 청소년기 시절 동안 항상 '누군가가 가르쳐 주는' 교육에만익숙해져 있다보니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소실해 버린 것 같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이원복 교수가 지적했듯, CD 한 장이면 충분히 저장 가능한 양의 지식을 12년 동안 머리속에 집어 넣느라 제대로 책 하나 읽어볼 시간도 없고 (물론, 이 와중에도 굳이 시간을 내어 양서를 읽는 훌륭한 학생들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평범하고 게으른' 청소년들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조금 무리일 듯)

밀턴이 누군지, 괴테가 뭔지 관심도 없고, 안다해도 별로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

 

대학에 와서도 그다지 나아진 것은 없다. 좀 더 전문적이고 방대해졌을 뿐, 대학에서 하는 '교육'도 그게 그거다.  교수와 curriculum을 탓한다기 보다는 (물론 교수와 커리큘럼도 문제가 많겠지만) 학생들 스스로 이미 '교양'이란 것엔 관심이 없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그게 교육의 최종적이고 근본적인 목표이자 취지인데, 너무도 뜨거운 교육열 사이에서 본래의 취지는 오히려 상실되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상실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매우 불행하며 절망적인 일이다.  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배운 것, 혹은 스스로 경험한 것 -> 진리

 

이렇게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를 못하다.  단순하고 obvious한 것 이상의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Newman이 말하는 'cultivated intelligence' (교양을 갖춘 지성)를 갖춘 사람은 다르다.

 

일단 그 사람은 한 가지 사물과 상황을 놓고도 여러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보고, 듣고, 배운 것 외에도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 보는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열린 사고, 즉 오픈 마인드라는 것은 결국 cultivated intelligence없이는 불가능하고, 세상을 바꾸고 움직이는 사람들 (movers and shakers)은 결국 이것을 갖춘 사람이다.

 

 

그렇다면 현 시대에서, 그리고 20대 초반, 이 시점에서, 우리가 cultivated intelligence를 고양시키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그리고 지금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독서'와 '여행', 이 2가지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인류의 역사가 산출한 철학가, 작가, 사상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비록 일방적이긴 하지만) 그를 토대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기만의 생각과 신념을 다질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내가 속한 좁은 세계 밖에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 보는 것이 '열린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다만, 사전의 준비나 아무런 지식없이 무작정 하는 여행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슬람 문화'에 대해 전혀 아는바도, 관심도 없는 사람이 중동을 여행해 봤자 그다지 얻는게 없을 것이다. 즉, 진정한 '경험'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이란 것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지금까지가 '교육'에 관한 내 짧은 소견이었다.

물론 아직은 어리기에, 생각이 지나치게 이상적일 수 밖에 없고, 아마 앞으로 나의 생각들은 많이 바뀌어 갈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계속해서 '생각'할 것이고, '경험'할 것이라는 것.  특히 앞으로도 독서나 여행은 시간과 재정만 허락한다면  가능한 많이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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