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파란만장 병무청 입성기

천상원 |2006.07.21 07:10
조회 126 |추천 2
 


최악의 날이였다.

신검날짜 7/12일을 확인하고....

받고 온 사람들의 조언(?)과 줏어 들은 여러가지 이야기 덕분에

대강 신검 장소인 의정부 북부 병무청으로 향했다(여행가는 것도 아니고...ㅡ.ㅡ).

일단 내 신검 통지서에 나와 있는 신검 시간은 12:00분이었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냥 9:00에 맞춰서 가기로 했다.

아침 6시에 기상.

6:30 나갈채비 완료.

밖은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택시 잡아 타고 구리역으로 출발./

 

택시 기사 아저씨가 참 털털하시고 유쾌한 분이였다. 꽤나 말도 많으시고 손님을 배려하는 점이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리역으로 도착. 2500원정도 나왔는데, 신검받는 날 아침에 비도오고 기분이 꿀꿀했는데 택시기사 아저씨의 입담때문에 즐거웠다는 의미로(뭔소리지.)그냥 3천원내고 동전을 안받았다.

 

여하튼, 7시 즈음 해서 구리역에 도착./

사람들이 다들 뛰기 시작하길래 택시에서 내리지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그저 달렸다. 다행히 지갑에 티머니 카드는 요즘 듣는 계절학기로 인한 학교 통학 교통비로 인해(아 암울하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차있었다. 순식간에 우산을 접고 달리기 시작해서 계단을 박차올라 지하철승강장으로 올라간 순간!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직장인 남성이 지하철 문을 부서져라(?) 때린 덕에 기관사 분의 배려로 문이 다시 열리고, 안전하게 지하철에 안착하게 되었다.

 

여기까진 내가 그날 운이 좋은 줄 알았지..../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에 올라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빠르게 신검을 받고 집에가서 쉬어야지(이날은 계절학기도 안듣는 날이었다.) 하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휴대폰이 없다?!(뭐냐 이상황은?!)

급히 기억을 되뇌이며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듯한 장소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생각난게 택시.... 황급히 주위에 인상좋아 보이는 직장인 한명을 붙잡고 통사정을 해서 핸드폰을 빌려 내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갈때마다, 긴장이 점점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들려오는 전화 받는 소리!? 택시기사 아저씨였다!

"아저씨?! 저기 죄송한데요 어디 계세요?;"

"누구신지....?"

"예!'죄송한데요 지금 받고 계시는 핸드폰 제껀대요;

"아아, 아까 신검받으러 간다던 청년이었던가?

....그런데 이건 내 핸드폰인데...."

순간 당황해서 이래 저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저씨께선 택시에서 잠깐 조수석 근처에 올려 놓았던 핸드폰이 자신의 핸드폰인줄 알고 가져가신것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내렸던 것이고..../

게다가 아저씨의 택시는 서울 택시인지라, 실상 지금은 광장동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아저씨께서는 근처의 대리점에 맞겨놓겠다고 하셔서 몇번이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끊었다.(휴대폰을 빌린 남성께 굉장히 죄송해서 사과도 여러번 했고....)/

 

여기서 악운이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이래저래 고생고생 해가며 의정부역에 도착.

원래 일정은 약도를 보고 도보로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갈 생각이었지만, 비가 너무 쏟아져서(이날 의정부 근처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났을 것이다.) 택시를 잡아타기로 결심./

 

택시 6대가 나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택시를 잡으려던 자리가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대 놓칠 때부턴 여러 위치(?)에서 택시를 잡으려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 것은 도로 변에 잔뜩 고인 물웅덩이를 밟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택시의 잔영뿐이었다.

비가 너무와서 옷도 다 젖어버리고....

버스를 타려고 시도도 해보았지만, 출근시간대 였는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결국 포기.

굴하지 않고 택시를 타려고 발악을 하던 도중.

서광이 비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내 앞에 도착한 (의정부)택시....

택시 앞에서 보이는 란 표시가 얼마나 반갑던지....

아아 드디어 병무청에 도착할 수 있는겐가....

하고 택시에 타려고 하는 순간./

 

"어디로 가십니까?"

"의정부 병무청이요"

"....서울차 타셔야 되요"/

 

그러고는 그냥 횡~ 하니 가버리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서울차를 기다리고 있다가 한 5분뒤쯤 서울 차를 잡아 탈 수 있었는데....

비가 너무 와서 일단 택시에 타고 출발은 하긴했는데..../

 

"어디 가십니까?"

"병무청이요!"

"서울에 있는 거죠?"

"....? 여기 약도 보시면...."

 

서울택시 기사아저씨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원래 서울택시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나가는 손님만을 태운다. 나도 대강 이런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앞서 놓친 택시의 "서울택시 타셔야되요" 라는 말에 낚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리, 이미 택시는 출발했도 한창 도로로 나가고 있었는데....

 

더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한번만 눈딱감고 불법영업(?)을 부탁 드렸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저기 병무청으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하지요?"

"몰라요~"

"저기 병무청으로 가려면 어느쪽으로 가야하지요?"

"예 저기 도로 타셔서요. 두번째 블럭으로...."/

 

기사 아저씨가 지리를 모르셨다.

서울택시라 의정부 지리를 모르신다는 기사아저씨....

약도를 보고 한창 해매고 해매다가 중간에 내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그땐 동부간선도로를 탓을때라 내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왜 도로 표지판에 의정부 2동 동사무소는 적혀있는데 병무청은 표지판 하나 없는것인지....

 

여하튼 가까스로 병무청에 9시 20분에 도착. 택시비 7천원 OTL....

이건 아니다....

뭐 신검다녀오면 식비와 차비를 포함한 소정의 금액을 우체국 수표(이렇게 표현하는게 맞을 지 모르겠지만....)로 받게 되기 때문에

"그래, 빠른 신검과 나의 휴식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자."

(이런 말도 안되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삭혔다.)/

 

신검을 받으러 2층의 대기실로 올라 갔을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하긴 예상시간보다 30~40분이나 늦었으니....

"저기.... 신검받으러 왔는데요?;"

"(난처해 하며) 이분 신검 받으로 오셨다는데요?"

"신검 몇시신데요?"

"(뜨끔하며) 12:00라고 적혀있는데요.... 지금 못받나요?"

"그럼 그냥 11:30에 오세요."/

 

병무청 도착시간 9시 20분.... 도착 목표 시간 8:40분과는 꽤나 차이가 있었다고 하지만, 왠지 서글펐다. 그 고생을 하고 도착했는데, 빨리오면 빨리 받고 갈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심히 고심하게 되었다./

 

여하튼 시간을 때우기 위해 주변의 피씨방을 찾기 시작했다. 병무청 주변에 2층에 피씨방 이름이 적혀있어서 올라갔것만, 계단히 막혀있었다. 망한것 같아 한 200m뒤쪽에 있는 피씨방을 찾아가서 시간을 때웠다. 이 비오는데 운동화를 신고 온터라 발이 다 젖어버려서, 피씨방 앞 문방구에서 삼선 쓰레빠를 하나 사서 다시 병무청으로 향했다.

11:30쯤 되니 사람들이 슬슬 모여들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이 우리 지역 전체가 병역검사 받는 날인지, 같은 지역 사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고등학교 동창과 옆학교 친구들 등등.... 굉장히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신검받으실 분들 올라오세요."

 

잽싸게( 내 덩치에 안맞지만) 계단을 올라 가장 먼저 검사를 받게 되었다. 신검을 받기전에 신청서 작성과 본인 인식 카드를 등록하고,신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는데만 1시간이좀 넘게 소요가 되었는데, 설명이 끝난 후 소변검사 및, 혈액검사를 끝내고 계속 처음 신검을 받으려고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 굉장히 편한 복장(특히 병무청이라고 적힌 바지가 인상깊었음.)으로 갈아 입고 액스레이도 찍고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신체검사에 입했다. 걸리는 사항없이 쭉쭉 검사가 끝나갔다.

문제는 15번, 16번째의 최종 등급 판정 코너(?)였다.

"학생 내과에서 액스레이 찍으라고 안했어"

"예? 저 액스레이 아까 찍었는데요?;

"아니아니, 검사받다가 13번(내과)에서 한번 더찍으라고 안했냐고"

"아니요? 잘못보신거 아니에요?;"/

 

여하튼 15번검사를 맡고 계신분이 나를 대리고 내과로 가셨다.(뒤에 기다리던 다른 검사자들한태 굉장히 미안했다.) 내과 선생님도 영문을 모른체 계시다가 실수 였다고 말씀하시고는 다시 액스레이를 찍으라고 말씀하셨다./

 

다시 액스레이 실로 가서 기계가 가동될때 까지(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20분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액스레이를 촬영하고, 또 결과물이 나올때 까지 한 10분 더기다리게 되었다.(그옆에선 신검이 끝난 사람들이 슬슬 옷을 갈아입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나도 이거 안걸렸으면 지금쯤 가는건가..../

 

여하튼 액스레이의 결과물(?)을 들고 다시 13번(내과)로 찾아 갔다. 그때가 전체 검사자의 대부분이 빠져나간 상황이었다.한 11명 남았나....그리고 내앞에 한명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끝나는건가.'

"어라? 이거 이상하내?"/

 

조사관님도 당황하셨는지 굉장히 어수선(?)해 보였다. 무슨일인가 하니 딱 내앞에서 전산오류가 난것이다. 14번 인식카드로 바꿔 끼우고 검사를 계속 하려고 했지만, 그덕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14번도 오류가 나버려서 검사가 또 지연되고 말았다.

 

결국 당초 맨처음 검사가 끝나고 나가면 한 2시간 반 걸릴것을 나는 전산오류가 고쳐지고 내 앞에 다시 11명이 줄을 서서, 맨마지막으로 신체 검사를 받게 되는 영광아닌 영광을 얻었다. 이때가 한 4시 20분쯤 됬었다./

 

'그래도 끝나긴 끝났내' 하고 옷을 갈아입고, 대기실로 가서 우산을 가지러 갔는데....

고장난 우산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내 우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신검을 마지막으로 받는 바람에 앞에 왔던 사람들이 내껄 가져간것이다. 그나마 우산 살이 한 2개정도 부러진 우산을 병무청에 말해서 얻어서 철벅철벅(비가 계속내린다....)병무청을 나왔다.

 

기분이 상해 택시를 잡아타고(지리를 모르는 터라) 의정부역으로 출발했다. 한 5m나갔을까. 지갑을 열었을때 나는 경악을 하며 택시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돈은 돈대로 주고....)/

민증을 그 편한 바지에 놓고 온것 같았다. 오늘 겪은 일이 너무 아스트랄 해서 경황이 없었던 듯 싶다. 다시 병무청으로 가니까 이게 왠일. 바지가 새탁하러 들어갔는 것. 다행히 병무청에서 발견되면 우편으로 보내준단다. 허허 거리면서 '그러면 대체 나는 왜 택시에서 내린거지'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근처 우체국에 들러 병무청에서 지급한 차비와 식비를 챙겨, 의정부 역까지 걸.어.갔,다(그런데 생각보다 가까운게 아닌가?!).

이제 의정부역에서 광장동(광나루역)으로 출발했다. 아침에 분실한 핸드폰을 찾기위해....(그리고 지하철 노선이 참 애매 했다. 2번이나 갈아타야 했으니까....)

 

결국 지하철을 타고 가며 내 핸드폰에 계속 전화를 걸다가 안되서 친구 핸드폰으로 친구찾기를 문의했다. 그런데 나는 회원가입이 안되있으니 그냥 대리점 가서 분실폰 검색을 하란다. 그러다가 한 10번쯤 내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을까....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 핸드폰 제껀대, 거기 어디 대리점인가요?"

"....L마트요."

"....? 내?"

"L마트라고요. 슈퍼마켓이요."

 

외람된 말이지만 핸드폰까지 친절히 맡겨주신 택시아저씨가 외 얄미운거지....ㅡ.ㅡ;

나는 대리점에서 부터 대략 500m를 걸어서야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고, 드디어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피곤에 쩔어 집에 도착해서 뻗어 버렸다. 이 글도 그날 올리려고 했는대, 너무 기가빠져서 못올린것이다.

 

 

 

 

.....결론은, 6시에 기상해서 쏟아지는비, 택시, 핸드폰 분실, 택시비 과다 소비, 병무청의 실수, 전산오류, 나의 부주의, 민증 분실, 우체국에서 식비및 차비 회수, 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찾음으로써 오늘의 엄청난 악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