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이 싫다. 바짓단이 젖어서 묵직해지는 것도, 흙탕물이 튀어 얼룩덜룩해지는 것도, 빗물이 들어찬 신발 속에서 발가락이 물에 붓는 것도. 비에 젖을 생각을 하니 뭘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근사하게 꾸미기란 더 난감하다. 한 달 가량 오락가락한다는 장마소식에 초여름 멋 내기는 글렀다고? 눅눅하고 갑갑한 기분을 날려줄 생기발랄 ‘레이니 데이(Rainyday)’ 패션을 구상해 보자.
일찌감치 장마 준비를 끝낸 패션에디터 A양. 인터넷을 뒤져 빨간색 레인부츠를 사뒀다. 일본 여행 중 구입한 분홍색 물방울무늬 우산을 받쳐 들면 장대비도 두렵지 않다. 그녀의 빨간색 레인부츠는 대히트! 미니 홈피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번졌고, 줄줄이 똑같은 레인부츠를 구입했다. 그녀들은 비 오는 날 ‘빨간 장화 번개’를 약속했다. 비 오는 날엔 있던 약속도 ‘캔슬’했는데 이제 우중충한 날씨를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A양과 그녀의 친구들이 단체로 구입한 레인부츠는 비 오는 날, 잘 나가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히트 상품이다. 여성 쇼핑몰 투투몰(www.twotwomall.com)을 운영하는 이전지씨는 “4월에는 하루 5~10켤레 정도 판매되던 레인부츠가 5월 중순이 넘으면서 하루 50켤레 이상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고 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 떨어지는 수만큼 주문이 폭주할 정도라고.
해외구매대행 쇼핑몰 엔조이뉴욕(www.njoyny.com)은 아예 레인부츠 코너를 따로 마련하고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예보된 이 달 셋째 주부터 패셔너블한 레인부츠를 비롯한 다양한 장마 아이템을 선보였다. 엔조이뉴욕의 패션잡화부문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오진희 대리는 “장마 관련 아이템은 이 달 들어 지난 달 대비 30~35% 정도 상승했다”며 “해외구매대행몰의 특성상 날씨와 관계된 인기상품은 품절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부츠는 비가 오는 흐린 날에도 화사한 스타일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 지난해부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이다. ‘생선장수 아줌마’처럼 보일 수 있는 장화가 알록달록 색을 입으면서 패션 소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 올해 레인부츠는 부츠 형태부터 운동화, 슬리퍼 형태의 레인슈즈까지 다양해졌다. 오렌지와 레드, 블루, 옐로, 그린 등 원색의 바탕에 줄무늬, 체크무늬, 하트무늬, 동물 캐릭터 무늬가 덧입혀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물방울무늬 프린트가 최고 인기다.
디자인은 무릎 바로 아래까지 오는 롱 레인부츠가 유행하는 미니스커트나 반바지와도 잘 어울리는데다 장마기간 중 스타일을 망칠 걱정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활동성으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길이가 긴 부츠라면 통을 조절할 수 있는 사이드버클 장식이 있어야 신고 벗기가 편리하다. 가격은 3만~10만 원대로 다양하다.
레인부츠와 함께 장마 비를 기분 좋게 이겨낼 패션소품은 바로 우산. 요즘은 접이 우산보다는 패션성을 앞세운 장우산의 인기가 높다. 우산전문점 레인스토리(www.rainstory.co.kr)에서 판매하는 모네, 클림트의 명화를 프린트한 장우산과 개성 있는 일러스트가 프린트된 장우산(2만원대)이, KT몰(www.ktmall.com)에서 선보인 나비와 각종 동물이 그려진 아동용 우산(1만5000~1만8000원)이 작고 가벼워 인기가 높다.
우산과 레인부츠로 튀는 연출을 했다면, 의상은 짧고 간편하게 갖춰 입는 게 좋다. 장마철에는 몸에 꼭 달라붙는 티셔츠나 레깅스, 짧은 반바지나 미니스커트가 오히려 활동하기에 편하다.
스커트나 원피스를 입을 경우 무릎이 보이는 짧은 길이를 택한다. 치마는 폭이 넓은 풀스커트보다 일자형인 개더스커트를 골라야 스커트 자락이 물에 젖어 다리에 감기는 불쾌함을 방지할 수 있다. 바지 디자인은 숏팬트와 더불어 무릎 아래 길이의 ‘크롭트팬츠(7부 바지)’와 접어 입는 ‘롤업 팬츠’가 요긴하다. 상의는 밝게, 하의는 어두운 색을 택해 빗물에 더러워질 하의를 감추고 시선이 상체로 향하게 한다. 특히 하의는 민무늬보다는 무늬가 화려한 것이 얼룩이 생겨도 표시가 안 난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소재 선택도 신중하다. 면, 마 같은 천연섬유는 습기를 머금어 무겁고 불쾌감이 늘며 구겨지기도 쉬워 장마철에는 좋지 않다. 두꺼운 진 소재의 옷가지들은 젖으면 무거워지고 잘 마르지도 않아 장마철에는 피해야 하는 것들이다. 불쾌감을 덜어주는 가볍고 착용감이 좋은 폴리에스테르, 라이크라, 쿨맥스와 같은 합성소재를 택하면 젖어도 금방 마르고 촉감도 시원해 활동에 자유를 준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쿨울’을 추천한다. 까슬까슬한 표면이 시원하고 습기를 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물방울이 묻어도 툭툭 털어 내면 된다. 여성들의 여름옷은 천이 얇아 빗물이 묻었을 경우 속옷이 비치는 경우가 있으니 겉옷과 같은 색이나 살색과 비슷한 속옷을 갖춰 입는 센스도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