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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잊는 거, 잊어버리는 거 말이야.

하서진 |2006.07.23 03:30
조회 29 |추천 0


- 잊는다고?

- 그래. 잊는 거, 잊어버리는 거 말이야.

 

잊는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그토록 겁없이 달려가던 나였다.

스물 두살, 사랑한다면 그가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아프리카인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고 믿었던, 사랑한다면 함께 무엇이든 이야기하고 나누고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믿었던 스물두 살의 베니였다.

그를 만나지 못해도, 영영 다시는 내 눈앞에 보지 못한다 해도,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를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 사랑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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