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에도 여러 전승이 있고
전승마다 이야기와 묘사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북구신화의 감초이자 말썽꾼이자 동시에 해결사인 로키에 관한 이야기라면 대부분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죠.
그는 장난꾸러기이며 트러블 메이커이기도 했는데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오딘과의 유사점, 그리고 가공할 변신능력입니다.
또한, 그는 라그나로크를 몰고 온 장본인이기도 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키는 확실히 죽습니다.
그는 요툰헤임의 거인들과 불의 나라 무스펠헤임의 무스펠들, 그리고 자신의 딸이 다스리는 니블헤임에서 저승의 개 가룸과 죽은자들을 몰고와 신들과 전쟁을 벌이죠.
그 와중에 헤임달과 싸우다 함께 죽어요.
로키를 죽인자는 "헤임달"이라 할 수 있어요.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몸을 관통하는 기괴한 형상으로 죽죠. 말하자면 무승부.
(헤임달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세계를 비추는 빛"이며 인간에게 계급을 정해준 신이기도 합니다. 출생과 죽음이 기묘한 수수께끼의 신이죠.)
앙그르보다는 원래 마녀였습니다. 예언과 마법능력을 지닌 마녀였죠.
좀더 자세하게 설명할까요.
로키가 라그나로크를 내다보고, 또한 그것을 실제로 일으키기도 했으며, 많은 재앙이 그와 앙그르보다의 자식들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북구 창세신화와 요툰헤임의 서리거인들에 대해 잠깐 언급할 필요가 있네요.
로키는 주신 오딘이 거인의 나라인 "요툰헤임"을 여행할 때 데려온 거인족입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태초에 있었던 거인족과 아스신들과의 대전쟁이 있었죠.
거인족의 시조는 태초의 거인 "이미르"이고, 아스신들의 시조는 "부리"입니다. 이 "부리"는 이미르에게 젖을 주었던 암소 "아우둠블라"가 핥던 얼음(서리)속에서 나온 아름다운 남자로 얼음 속에서 나온 후 아들인 "보르"를 낳았죠. 혼자서 애를 낳다니, 이미르가 양성, 자웅동체(?)였었던 것처럼 부리도 역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미르 역시 자기 스스로 많은 거인들을 낳았는데 이 거인들이 "요툰" 즉, 서리거인족입니다.
보르는 거인족 딸 하나를 아내로 삼아 아들 삼형제를 낳는데 이들이 주신 오딘과 그 형제인 빌리와 베이죠. 빌리와 베이는 거의 신화에 나오지 않는데 나중에 오딘이 요툰헤임으로 마법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나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오딘을 대신해 신들의 왕좌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오딘이 돌아온 후에는 신화에 더이상 등장하지 않아요. 따로 언급은 되어있지만 아마도 오딘이 그들을 죽인것이 아닐까 생각되죠.
어쨌든 이 오딘 3형제는 이미르를 죽여요. 바로 이미르의 자손인 서리거인들을 멸망시키기 위해서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티탄들을 공격한 것과 비슷한 거라고 보시면 되요. 이미르의 피는 바다가 될 정도로 엄청나서 서리거인들을 다 익사시켜버렸죠. 단 한 거인 부부만이 살아남아 그 자손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신들은 거인들이 살아남았다는 걸 몰랐어요.
여기서 세계창조가 이루어지죠. 죽은 이미르의 시체를 가지고 천지를 만드는 거에요. 머리로 하늘을, 몸으로 땅을, 눈썹으로 울타리를 둘러 마물이 미드가르드(새로이 만들어진 대지)를 침략하지 못하게 했죠. 신들은 미드가르드의 중앙에 신전을 짓고 살았었는데 어느 날 세명의 여자 거인이 미드가르드로 들어왔죠. 오딘형제를 비롯한 아스신들은 기겁을 했어요. 거인들이 멸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거인족들이 살아남은 한, 자신들의 멸망을 예언한 "라그나로크"가 실제로 일어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또 아스신과는 다른 뿌리인 "반 신족"이 나타나서 여러차례 싸움을 하게 되요. 여러번 부딪친 후에는 평화조약을 맺었지만요.(유명한 여신 프레이야와 그 오빠 프레이는 이때의 평화조약에 의해 아스 신족으로 넘어온 일종의 교환인질 같은 거였답니다.)
거인과 반시족 등의 외적에 대비해 아스신들은 미드가르드 안쪽에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요. 이 공간이 바로 아스가르드, 일종의 성벽으로 취급되는 신들의 땅이죠.
요약하자면 신들과 거인족은 한쪽이 멸망하지 않는 이상 싸움이 끝나지 않는 천적관계에요. 로키는 바로 그 거인족 출신으로 오딘의 그림자로써 신들 사이에서 활동하죠. 온갖 장난과 온갖 문제를 일으키고 역시 그 특유의 재치로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하면서요.
이제 앙그르보다와 로키 사이에서 난 3마리의 마물에 대해 이야기할께요.
앙그르보다는 로키의 첫 부인입니다. 하지만 부인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 감이 있죠. 확실히 둘 사이에 자식이 있긴 해도, 로키가 그녀를 잡아먹은 거나 마찬가지의 상태거든요.
[힌들라의 시] 41절에 나오는 그 출산 이야기를 보면,
로키가 어느날 길을 가다 설익은 여자의 심장을 보고 그걸 먹어요. 심장의 주인이 바로 앙그르보다였죠. 심장을 먹는다는 행위는 북구 신화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심장의 주인이 가진 능력을 이어받는다는 의미,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죠. 마녀 앙그르보다의 마력과 예언능력을 이어받기 위해 로키는 그 심장을 먹은 것이 아닐까 싶군요.
어쨌든 심장을 삼킨 후 얼마되지 않아 로키 자신이 임신을 해서 바나르간드(멸망의 지팡이)라 불리는 늑대 "펜리르"와 세계뱀 "요르문간드", 그리고 푸른피부를 지닌 여자거인 "헬"을 낳게 되요. 이 삼남매가 라그나로크의 주요한 재앙이 될거라는 예언때문에 요르문간드는 바다에 던져지고 헬은 니블헤임으로 던져지죠. 펜리르 늑대는 드베르그 소인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명주실로 결박되구요.
(로키는 이 외에도 암컷말로 변신해 "슬레이프니르"라는 말을 낳은 적도 있어요. 이름처럼 미끌어지듯 달리는 이 8개의 다리를 지닌 천마는 오딘에게 탈것으로 바치게 되죠.)
또 시긴이라는 여신과 결혼해 나르비와 나리라는 형제를 낳아요.
나르비와 나리 이야기를 하기 전에 또 발드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오딘과 프리그 사이에서 난 이 아름다운 신은 신들 중 가장 사랑을 받는 신이었죠. 물론 부모인 오딘과 프리그역시 발드르를 누구보다 사랑했구요.
어느날 발드르가 무서운 꿈을 꿨는데 그건 자기 자신이 곧 죽을 것을 암시하는 꿈이었죠. 오딘은 헬(저승)로 달려가 그 꿈에 대한 예언을 듣게 되는데 이는 발드르의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과, 그 죽음이 라그나로크와 연관된다는 무서운 예언이었죠.
신이나 인간이나 엄마의 사랑은 지극한 것, 프리그는 이 무서운 운명을 피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로부터 발드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요. 곧 발드르의 몸은 어떤 무기, 어떤 존재로부터도 상처를 입지 않게 되었죠.
로키는 이게 약올랐어요. (그는 질투와 시기심이 상당한 것으로 묘사되죠. 남이 뭔가를 자랑할때 그걸 못보는 성격)
그래서 늙은 인간여자로 변신해 프리그에게 다가가 묻죠. 세상에 발드르를 상처입힐 수 있는게 정녕 없느냐고 묻자 여신은 발홀 서쪽의 어린 기생목 나무만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대답해요.
로키는 얼른 그 나무를 베어와 창을 만들어 맹인 전사인 호드에게 주며 꼬시죠.
"모두가 발드르에게 무기를 던지며 경의를 표하는데 당신만 안 그러면 이상하지 않느냐, 이걸 줄테니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던져라."
호드가 어린 기생목으로 만든 창을 던지자 그 창은 발드르의 몸을 관통했고 곧 그의 숨이 끊어졌죠. 많은 신들이 경악과 슬픔으로 충격에 빠진 동안 로키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렸죠.
물론 어머니 프리그는 다시 발드르를 살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이고 오딘은 "헤르모드"를 저승의 여왕 헬에게 보내 발드르를 다시 살려달라고 합니다. 헬은 잠시 생각하다 지상의 모든 존재가 발드르를 위해 운다면 다시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죠.
사랑받던 신 발드르를 위해 세상의 거의 모든 존재가 울지만 단 한명, 늙은 여자마녀(거인)만이 싸늘한 웃음을 흘리며 외치죠. "발드르 따위를 위해 흘릴 눈물같은건, 한방울도 없다." 그래서 발드르는 다시 살아나지 못하게 됩니다.
여기서 발드르를 되살리지 못하게 한 여자마녀는 로키의 변신이었죠.
로키는 물론, 이걸 알리지 않고 있었지만 어느 연회에서 술에 취해 그걸 다 불어버려요.
바다의 거인이자 주인인 "에기르"가 초청한 연회의 자리에서였죠. 모두가 에기르의 신하들을 칭찬하자 로키는 또 심술을 부려 그 부하중 하나인 '피마펭'을 죽여버리죠. 그리고 도망쳤다가 잠깐의 소란이 가라앉자 또 슬그머니 돌아와 주정을 부려요. 로키를 대적할 신은 토르뿐이었기에 신들은 못마땅했지만 그냥 내버려두죠. 마침내 그의 독설에 화가난 프리그가 "발드르가 있었다면 그런 주제넘은 소린 못할거다"라고 외치죠. 의기양양해진 로키는 "그 발드드를 죽인 것도, 그가 되살아나지 못하게 한 것도 나다"라고 고백해버리는 거죠. 곧 토르가 나타났고 발드르 죽음의 진실을 스스로 불어버린 로키는 도망쳐요.
이리저리 도망치고 변신하고 온갖 수를 다 썼지만 결국 로키는 토르와 신들에게 붙잡히죠. 오딘은 로키를 어느 동굴로 끌고갔는데 그 동굴안에는 먼저 붙잡힌 아내 시긴과 아들인 나르비, 나리가 있었죠.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오딘은 로키에게 "보아라, 이것이 너에게 내려진 벌이다!"라고 소리치며 나르비에게 마법을 걸어요. 나르비는 곧 늑대가 되어 이성을 잃고 형제인 나리를 물어뜯어 죽여버리죠. 괴로워하는 로키와 시긴을 보고서도 아직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오딘은 물어뜯긴 나리의 시체에서 내장(창자)을 꺼내 그것으로 로키를 단단히 포박해요. 발드르를 잃은 오딘의 분노는 그만큼 강했던 거죠.
거기에 뇨르드의 부인 스카디가 나타나요. 연회에서 로키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났던 그녀는 독뱀 한마리를 로키의 머리위에 올려놓고 가요. 뱀의 독니에서 독이 방울져 떨어질때마다 로키는 괴로움에 비명을 질렀고 그의 부인 시긴이 그릇으로 그 독을 받아 로키의 괴로움을 덜어주었죠. 하지만 그 그릇이 독으로 가득차면 그걸 버리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워야했고 그럴때마다 로키는 몸부림을 쳤어요.(북구에선 이 몸부림때문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믿었어요.)
로키는 자식의 창자로 묶인 채 라그나로크를 기다려요.
그는 라그나로크가 오면 이 모든 것들이, 심지어 아스신들까지도 끝이 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아마도, 앙그르보다의 심장을 삼켜서 얻은 능력 덕분에요.
이제 라그나로크에 대해 간단히 말할게요.
라그나로크는 요한계시록이나 세계적인 예언가들이 말한 멸망의 예언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멸망에 관한 예언"입니다. 오딘이 운명의 세 여신인 노른과 함게 예언한 미래의 계시록인 셈이죠.
먼저 징조가 나타나요.
세번의 여름동안 날이 어두워지고 세번의 겨울동안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며 사람들의 마음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져 서로 배신하고 싸우고, 무법천지가 되요.
그리고 곧 여름이 없어져 핌불베트르, 즉 큰 겨울이 와요. 점점 추워지고 바닷물은 높아져 지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어버리죠.
그때부터 라그나로크는 시작됩니다.
먼저 요툰헤임에서 한마리, 아스가르드에서 한마리, 니블헤임에서 한마리의 수탉이 길게 울며 라그나로크의 시작을 알립니다. 오딘이 이때의 전쟁을 위해 골라둔 에인헤랴르(영웅)들은 눈을 뜨고 무장을 하며 헤임달은 "걀라르호른"이라는 뿔피리를 길게 울려 라그나로크의 시작을 신들에게 경계시키죠. 오딘은 미미르의 목을 앞에두고 신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시작해요.
모든 포박이 한꺼번에 풀리죠.
펜리를 늑대를 묶고 있던 특수 포박도, 로키를 포박하던 자식의 창자도, 가룸을 가두고 있던 저승의 문도 활짝 열려요. 풀려난 로키는 요툰헤임으로 달려가(그 자신도 거인이라고 말했었죠?) 거인족의 우두머리인 "흐림"을 데려오고 무스펠헤임으로 달려가 연합군을 요청해요. 무스펠의 우두머리인 "수르트"는 죽은자들의 손톱으로 만든 배 [니글파르]에 무스펠들을 데리고 아스신족과 싸우러 떠나죠. 마지막으로 니블헤임으로 간 로키는 풀려난 가룸(저승의 개)과 죽은자들을 데리고 원한맺힌 아스신족을 멸망시키러 갑니다.
풀려난 늑대 펜리르는 아래턱을 대지에, 위턱을 하늘에 대고 세상 모든 것을 삼킬듯이 울죠. 그리고 무장한 신들에게 달려가 신들의 왕 오딘을 한입에 삼켜 버립니다. 요르문간드는 독을 내뿜으며 기어가 신들 중 가장 용맹한 토르와 엉켜 싸워요. 토르는 요르문간드를 간신히 격퇴하지만 그 독에 중독되어 역시 죽어버립니다.
펜리를 늑대를 결박시키기 위해 한손을 바쳤던 용감한 티르도 저승의 개 가룸과 싸워 무승부가 되죠. 오딘의 전사들인 에인헤랴르와 발키리아들은 거인과 무스펠들을 상대로 싸웠고 양쪽 다 막대한 피해를 입어 영원한 죽음 속으로 빠져듭니다.
마지막으로 무스펠 헤임의 수르트가 프레이를 죽입니다. 이로써 아스 신족과 양 쪽 군 모두가 죽었죠. 최후의 최후까지 남은 수르트는 불꽃이 이글거리는 검으로 세상을 불태워버리죠.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비명을 지르며 타들어가고 수르트는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세계는 이로써 멸망의 막을 내리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