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나기와 국어교과서 -
1987년..
황순원원작 '소나기'가 장선우각본, 최종수연출, 신병하음악..
심양홍, 고두심, 김석기, 조은경 출연으로 만들어진 감동의 영상을 기억하는지..
바로 MBC베스트셀러극장의 '소나기'이다.
당시..다른 드라마 제작비의 10배를 들여가며 영화필름을 고집하던 베스트셀러극장은
수준있는 원작과 더불어 뛰어난 영상 덕에 고정팬들이 많았고,
'소나기'는 그들을 광분시키기에 충분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는 사람이 수두룩 한 것도..
저 화려한 스탭의 이름만 봐도..납득.
(장선우감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거고..최종수PD는 '여명의 눈동자'만 들어도 역시 설명이 필요 없고, 신병하님은 '남부군'하얀전쟁' 드라마'그대 그리고 나'....끝도 없고)
1989년..
중학교 영어, 수학, 과학 교과서들이 난데없이 5종이니 8종이니 대지각변동을 일으키던 시절..
국정교과서인 국어교과서도 살짝 변화가 생겼다.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중3교과서에 실려있던 황순원의 '소나기'가 중1교과서로 내려왔다.
"요즘 애들이 워낙 성숙해져서.."라는 말과 함께
중1과 중3에게 같은 작품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시던..
왜인지 당신이 쑥스러워 하시던 국어선생님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후 여전히 '소나기'는 중1 교과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듯하다.
(수필 '현이의 연극'도 건재하고 있다는..ㅎㅎ)
요즘 들어 남녀차별적 내용이니 뭐니 하는 얘기들은 나오고 있는 모양이긴 하지만서도..
어쨌든 많은 한국인의 정서를 사로잡고..형성하고 있는..
'첫사랑의 원형'과 같은 이야기.
그 첫사랑의 아련함과 참 잘 어울리는 음악..
지난 여름에 작고하신 음악가 신병하님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마음에 더 울리는 걸까...
<EMBED src=mms://wm-002.cafe24.com/shinpro/3.mp3>
신병하 - 소나기
음악출처 : http://www.shinbyungha.com/
덤..
국어교과서...하니까 생각 났는데..전부터 갖고 있던 궁금증.
우리가 배우던 중학교 국어교과서엔 외국소설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
지금 기억 나는 건..'마지막 수업'큰 바위 얼굴'별'...정도.
흠..
'큰 바위 얼굴'은 다니엘 호손(미국)의 작품이고..(이거 혹시 초딩때?)
'마지막 수업'과 '별'은 알퐁스 도데(프랑스)의 작품이다.
놀랍지 않은가!
외국소설은 끽 해야 한 학기에 한 편 정도..중학교 3년 과정 다 합쳐서 6편 이하일 게 분명하다.
딸랑 그 몇 편 중에 같은 작가의 작품이 2편이라니!!!!!!
굳이 다른 아시아권 작가의 작품은 한 편도 없다는 사실(주석1)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작가도 같은 작가의 두 작품이 실린 예가 없기에..충분히 신기한 일이다.
이건 무슨 일인가. 음모-_-인가. 부정-_-인가.
더 놀라운 건..
일본친구들에게 '알퐁스 도데'를 물어봐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사실.
그러니 '마지막 수업'이니 '별'이니...알 턱이 없다.
한국사람은 거의 전국민이 다 아는데 말야..('별'은 울엄마가 최고로 좋아하는 소설)
그나마 '마지막 수업'(주석2)이야..내용상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도대체 '별'은 뭐란 말인가.
단지, 국어교과서 편찬자들이 무지하게 알퐁스 도데를 사랑했단 말인가? 그것도 단체로?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건..
영어나 수학 교과서와는 달리, 국어,국사,국민윤리 교과서는 딱 하나 뿐인 국정교과서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내용이 교육된다는 얘기다.
그리고..'알퐁스 도데'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별'을 매개로 황순원의 '소나기'와 연결된다.
알퐁스 도데의 '별'과 황순원의 '소나기'가 참 닮았다는 건..
나만의 생각?
연약하고 고귀한 소녀에 대한 순박한 시골소년의..지고지순한 사랑..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소녀를 지켜주는 소년의..맑은 사랑..깨끗한 사랑..이쁜 사랑..
캬.....조아?
바루 이거지..
대한민국 국민들의..첫사랑의 원형.
학교에서 배운 첫사랑.
교육된 원형..만들어진 환상.
그리고 재생산..
웅? 과민반응이라구?
그래그래..내 말이 그냥 오버라구 쳐.
그래도 말이지..'마지막 수업'소나기'랑 겹쳐가면서까지 싣는..
알퐁스 도데 '별' 뒤엔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요? -_-
아주 그냥..궁금해 죽어.
*주석1 : 참고로 일본교과서엔 중국작가 노신의 작품이 실려 있다.
*주석2 : 사실..작품의 배경이 알자스 지방(주석3)인 걸 고려하면, '마지막 수업'을 한국의 과거
일제피식민지상황에 끌어다 붙여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다소 엇나가 있다는 걸..
관계자들은 아실런지..
*주석3 : 알자스지방은 지금은 프랑스령이지만서도..20세기까지도 무지하게 주인이 바뀌던 땅.
엄밀히 따지면 신성로마제국(독일)의 통치기가 가장 길었으니 프랑스어가 '진짜 국어'일지는
의심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