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 http://news.nate.com/Service/natenews/ShellView.asp?LinkID=1&ArticleID=2006081412190368217
[기사 중 일부 발췌]
뉴라이트재단, 자유주의 연대 등 뉴라이트계열 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1일 "우리 역사에 있어 1945년 8월 15일의 광복이 지니는 의미보다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건국이 지니는 의미가 훨씬 크다"며 "자유와 번영을 안겨준 대한민국의 탄생을 경축하기 위한 시작으로 8·15의 명칭을 광복절에서 건국절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보수(保守) 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
[명사]
1 보전하여 지킴.
2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
그리고 이번 건국절 주장에 대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당신들이 '보수'가 맞는지 의아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 서문에 명시되어 있다시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선언한 이들이 모여 만든 나라이다. 그러나, 저 기사를 읽고 이러한 대한민국의 헌법 서문을 읽었을 때, 나는 위 기사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명하기를 주장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시민사회단체의 - 자신들을 건전한 보수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 주장이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고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첫째.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레 축소하고 퇴보시키는 어리석음 때문에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고조선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른바 반만년 역사라고 하는 장구함을 이어왔다.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가르쳐 왔던 유구한 역사... 물론, 실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겉으로 보이는 관심이나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없을지언정, 그 수많은 외세의 침략 속에서 유구한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자긍심의 원천이고,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애국심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고로,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먼 과거의 유구한 역사를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이 건국되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가까운 과거를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 8월 15일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들의 말이 정말 덧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광복이 오기까지 일제의 조선 침탈 야욕이 정면으로 드러난 을사 조약에 반발하여 일어난 함경도, 평안도 이북의 독립 전쟁, 서울 진공 작전, 일제 강점기 시작 전후의 의병 전쟁, 그리고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그 이후 김좌진 장군을 위시한 수많은 독립 전쟁. 의사들의 희생.
그런 것들은 대한민국 건국 이전에 그저 지나간 역사라는 말인가?
아니다!! 그것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주춧돌이고, 토대이며, 대한민국 건국을 이룬 뼈대이며 근원인 것이다. 그런 운동들 하나하나가 없었고 그런 피와 눈물과 생명의 희생이 없었다면 1948년 8월 15일의 정부 수립은 커녕 1945년의 광복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뼈대는 싸그리 무시한 채 대한민국 건국 행사가 열린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기려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말을 내뱉고 있는 이들의 주장은 황당함을 넘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심지어, 이웃나라 일본의 보수 우익조차 거의 모든 역사학자들에게서 - 심지어 자국의 역사학자들에게조차도 - 날조된 것으로 여겨지는 일본서기의 내용 등을 근거로 하여 자기네들 덴노[天皇]의 혈통을 만세일계라고 주장하고 임나일본부설이라든지 독도영유권 문제 등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넓히려고 하고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와중에, 대한민국의 건전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도리어 반만년의 역사는 물론이고 과거 임시정부 시절부터의 빼앗긴 주권 회복 및 대한민국 건국 노력을 무색케 하는 건국절 주장을 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는 말로도 통분함을 감출 수가 없다.
둘째. 옥상옥의 어리석음 때문에 어이가 없다.
역사의 의미의 중함으로 보나, 그 원류로 보나, 이미 대한민국에는 건국절 개념의 국경일이 있다. 다름아닌 개천절이다. 유구한 역사의 시초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아닌, 조선을 넘어 고려를 넘어 삼국시대를 넘어 그 이전의 반만년 시기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말로도 없이 유구한 역사의 당위성으로만 놓고 보면 이렇다.
물론, 아무리 역사가 이어져 내려왔다고 해도 새로운 나라를 수립한 것이니 고조선부터 따지는 것은 역사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다 해도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점에서는 의미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나는 한 가지 이의를 더 달고 싶다.
건국절은 그들이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우리 조상들은 빼앗긴 우리의 주권과 나라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싸웠고,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조직하여 일제의 추적으로 인해 충칭까지 쫓겨가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싸워 왔다. 그러한 독립의 이념을 계승하고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헌법의 서문에 적었을 것이리라.
그런데 그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일은 깡그리 무시하고 건국절을 1948년 8월 15일로 하자고?
역사인식이 정말 제로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여담이지만, 만일, 말장난이든 뭐든 '그건 말 그대로 '임시'정부였잖아'하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이지 그 사람이 제대로 생각을 할 때까지 두들겨 주고 싶다. 그 '임시'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폄하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고. 내 참...
셋째. 시기의 어리석음 때문에 어이가 없다.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속에 몰아넣었던, 전범 일본의 진정한 반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과문에 사과를 명문하고서도 일제 강점기 때에 침탈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한편,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이 신격화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개인 자격도 아니고 현직 총리의 자격으로 당당히 참배하는 행동을 보이는 이들이 일본이다. 이런 일본과, 대한민국과의 관계에 있어 과거의 청산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통일 문제만 해도 그렇다. 통일이란 게 뭐 사람 마음으로 단번에 흡수통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며, 오랜 기간의 협력과 화해와 합의가 있어야 비로소 남북 통일이 되는 것이겠지만...... 그 통일이라는 것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는,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고, 아직도 이념 때문에 죽여라 살려라 싸우고, 휴전 상태에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것은 우리 나라나 북한이나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일 뿐더러 무엇보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있어 외세에 의해 나라가 양분되었다는 것은 굴욕이요, 반드시 장차 회복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게다가 광복절에, 통일의 의지와 일본의 과거 청산 의지를 보수 세력들이 앞장서서 드러내도 모자랄 판에 되레 역사에 있어 최초로 나라가 강점되는 굴욕을 회복했던 광복이 지니는 의미보다, 외세에 의해 남한만 대한민국으로 건국해야 했던, 그리고 일본과의 과거 청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국일을 광복절보다 더욱 앞에 두고 기념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망발인가?
나는 정말이지, 더군다나 그냥 보수도 아니고 '건전한 보수, 건강한 보수'를 자처하면서 나선 뉴라이트 계열의 사회단체들이 이러한 주장을 발표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름대로 식자층일 것이고, 명망도 있을 것이고, 돈도 있을 테지만, 정말이지 그런 발표에 모멸감을 느끼고 통분함을 참을 수가 없다. 정말 그들이 대한민국 국사는 제대로 배웠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그리고 슬프고, 마음이 어지럽다.
일본에서 이런 소리를 해도 열이 받을 판에,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도 좋은 건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