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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정혜

양재원 |2006.08.18 00:21
조회 46 |추천 1


(The Charming Girl, 2005)

 

 

마을버스가 '끼익'하고 서는 소리가 아주 사실적으로 들려오는

이런 영화,

난 이런 영화가 좋다

영화는 현실을 반추하는 이상으로 그 이면에 존재하는 꿈과 환상에

종속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지만

이런식으로 가끔 그 틀을 깨부수고 삶 속 깊은 내면으로 침투해 들어와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잔인한 영화들도 있다

 

그래서 홍상수를 이야기하곤 하지만

홍상수의 비틀리고 우스꽝스런 세상의 모습보다도

허진호가 바라보는 따뜻하고 뒤돌아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의 모습보다도

 

이윤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자

김지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독특한 제목의 이 영화

 

불행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불안한 한 여자의 일상을 핸드핼드로 뒤 쫓아가면서

다소 냉랭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일관하는,

그래서 더더욱 이 여자 정혜의 편이 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버리는

 

난 이 영화가 좋다

 

80년대 아파트 붐과 동시에 국가적 시혜의 일환으로 지어진

지금은 한물간 아파트 단지, 주공 아파트 특유의 낡고 거친 질감의,

그러면서도 한가롭고 여유로운 녹색 풀 밭 속에 머무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는

 

정혜가 안쓰러워 차마 눈에 밟혀하는 그 모습 그대로

우리로 하여금 정혜가 지금쯤은 잘 살아가고 있을까,

부디 그 상처가 치유되는 날이 오기를, 혹은 누군가로 인해 -물론 그게 바라보는

내 자신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완치되기를 바라겠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듯이

우리의 삶은 그렇게 해피엔딩이 아닌 것을...

 

정혜는 지금 쯤 잘 살고 있을까..

 

아마도 한 동안은 정혜 걱정으로 지낼 것 같다.

더불어 어딘가에 숨어있을 불쌍한 새끼 고양이와 함께.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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