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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에게 묻기를...

최용일 |2006.08.22 15:12
조회 28 |추천 0

"절이 싫어 중이 떠날 때가 언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김기덕 감독의 퇴진이 한국 영화계에, 관객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른바 작가주의 영화감독이라 평가되기도 하는 김기덕씨가 지금까지 영화팬들에게 겨눴던 칼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의 영화 작업에 대해 스스로 혹평을 하며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고 한다. 김 감독은 21일 오전 연합뉴스에 ‘김기덕의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내 영화 ‘괴물’과 관련한 최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김 감독은 “이번 관객의 질타를 계기로 차분히 내 영화를 돌아보니 참으로 한심하고 이기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한국 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모습을 과장해 관객에게 강요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갖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이 이런 파문을 일으키는 사죄(?)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며, 과연 한국영화계가 잃는 것은 무엇인가? 앞서 7일 김 감독은 자신의 13번째 영화 ‘시간’을 소개하는 시사회장에서 “‘괴물’의 흥행은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난 최정점”이라며 “이는 부정적이기도 하고 긍정적이기도 한 말”이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감독이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예술영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국관객들에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내 작품을 한국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영화제에 내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는 등 김 감독의 발언은 그의 작품처럼 거칠었다.




그의 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후 10여일이 지난 17일 밤 12시부터 진행된 MBC '100분토론' 패널로 출연한 그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토론회 참석하여 시종일관 뻣뻣한 자세로 스크린 독과점과 문화 다양성 침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화 괴물의 싹쓸이 논란’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김 감독은 “‘괴물’을 극장에서 2번 관람했다. 좋은 영화다. 한국 현대사의 자학과 가학, 피학이 점철된 우리들의 초상화 같다. 하지만 ‘왕의남자’의 3배인 6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점은 문제점이다”라고 지적했으며, 한국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1000개 스크린에서 내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극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광고비가 없고 영화가 훌륭하지 못해서 그렇다 다만 멀티플렉스 1개관에서라도 내 영화를 걸었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해 기대를 접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도의 발언은 그날 싹쓸이 논란이 찬반을 얘기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기행은 이날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1000만명의 관객이 한 영화를 선택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하자 “관객을 더 이상 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과 제작자는 수평적으로 변했다. 감독과 스타 배우들이 제 2의 제작자가 됐다”고 답하는가 하면, “차라리 멀티플렉스를 없애고 1만석 규모의 극장을 만들어 한 데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영화를 보자"고 이색적인 대안을 주장하면서도 ”내 영화는 DVD나 비디오로도 국내에 선보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김 감독은 “괴물의 흥행은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는 (7일) 발언이 부정적인 전제를 하지 않았는데 기사에 달린 4,000개의 댓글이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이는 이 말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드러낸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예술영화나 저예산 영화에 대한 스크린 쿼터라든가 전용 상연관같은 제도를 도입하자는 반대편 토론자들의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지조차 않은 채, 자신과 같이 세계적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대감독들에게는 최저 며칠의 의무상영을 해주고 제작비를 대줘야 한다는 억지논리(?)를 펼쳤다. 예술영화의 태생적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상업영화와의 경쟁을 원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보였다. 안보는 관객이나 볼 수 없게 만드는 제도가 다 죄악이라는 독선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 감독과 함께 오기민 영화제작가협회 정책위원장, 이창무 서울시 극장협회장,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 등이 함께 출연했는데, 강 교수가 김 감독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강 교수가 “괴물이 지루해서 보는 데 괴로웠다. 시장의 독과점을 통해 흥행에 성공했을 뿐”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자 오기민 위원장은 “전체 30% 이상 스크린을 차지한 영화는 지금까지 6편이다. 독과점은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이 아니다. ‘괴물’이 문화 다양성을 해쳤다면 ‘괴물’이 없었으면 문화 다양성이 확보됐겠냐”고 반박하는 등 논박이 벌어졌다. 그러나 강 교수는 어설픈 독과점론을 주장하다 토론에서 밀리자 막판에는 ‘사기토론’ 등의 막말을 하여 시청자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김 감독과 함께 싹쓸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강 교수의 고답적이고 무책임한 토론자세가 오버랩되면서 김 감독의 발언이 더 스포트를 받는 실루엣 효과를 자아냈는지도 모른다.


김기덕 감독은 1960년 12월 20일생으로 1996년 로 데뷔했으며 2003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 1등상. 2004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으로 감독상 수상, 2004년 제 41회 대종상에서 으로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주류와는 거리가 먼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열한 밑바닥 생존의 삶을 살았던 그는 자신의 눈에 비쳐진 인간들의 절망, 타락, 패배감 핍절의 어두운 부분들을 뛰어난 감각으로 되살려 내고 있는데, 비록 불쾌감이지만 감정에 '울림'이 있다는 사실이 인간의 본성속 속성을 잡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는 등 13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의 말대로 수차례 국제 영화제 수상을 한 대가의 작품치고는 인기를 끌지 못해 13편이 총 100만의 관객도 끌어들이지 못한 비인기 감독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7일의 기자회견과 100분 토론에서 그가 보여준 행태는 어찌 생각해보면 김 감독의 절규일 것이다. 한국은 더 이상 자신이 작품을 만들 만한 배경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와 다름없으며, 천만 관객 영화는 있지만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영화계를 꾸짖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그런 무지막한 발언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중이 싫으면 절을 떠난다는 발언은 설혹하지만 절에 불지르겠다는 발언은 용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제도권에 대한 그의 도전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도 끊임없는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그게 그이 몫이었다. 순수예술을 지키면서 돈도 벌어야 한다는 논리는 제도권에 대핸 도전하고 딴지를 걸면서 내가 제도권 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이니 제도권의 온갖 시혜를 향유할 권리를 달라는 무책임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 대해 100분토론후 엄청난 비난이 가해졌고, 그동안 그의 영화는 비록 못봐주지만 심정적으로 미안해하던 매니아들까지 돌아서게 만드는 여론이 가혹했던가보다. 그래서 그는 괴물에 대한, 괴물을 매개로 한 영화팬에 대한 감정적이고 무분별한 자신의 비판에 사죄하는 글을 올린 듯하다. 그러나 그의 사죄에는 역시 이번에도 진정성이 결여된 것을 스스로는 알까?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도 나 자신이 한국에서 살아가기 힘든 심각한 의식장애자임을 알았다. 나야말로 한국 사회에서 기형적으로 돌출해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임을 알았다”고 스스로를 폄훼하는 모습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자신의 작품 모두를 ‘쓰레기’라 칭한 후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관객의 진심을 깨닫고 조용히 한국 영화계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모습은 겸양이 아니라 대중을 향한 선전포고이며 협박이다. 나없이 잘되나 보자는 식의 배배꼬인 악성 변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그의 사죄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비판 속에서 그나마 “김 감독의 발언이 논란이 될 만큼 거칠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왜 김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만하다. ‘시장논리가 우선인 극장가에서 과연 영화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을까?’ 그게 김 감독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양비론적인 반성(?)의 기류도 없지 않았을 터인데.... 이제는 그런 일말의 미안한 감정마저 접게 만든 그의 기행은 자신의 영화만큼이나 예술적이다. 시류와, 관객의 취향과, 다른 사람의 눈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 김기덕류의 예술영화라면 그의 사퇴발언도 예술적인 것은 틀림없었다!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는 것이 세상의 법리다. 다만 절을 불태우고 떠나지 않는 한, 그것도 더 높은 득도를 위한 수행의 길을 떠나는 것이라면 그의 떠남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그를 기리는 신자도, 제자도 있을 때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절을 불태운 채, 아니면 파계를 하여 절을 떠나는 중은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의 퇴진에 가슴 아파 할 사람도 잃을 것도 많지 않아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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