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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가슴

윤소인 |2006.08.23 01:13
조회 70 |추천 0

연말과 새해를 고향에서 보내고 온 나.

아버지의 병환을 듣고 급히 날아간 고향.

이리저리 고향의 냄새도 맡기전에 황급히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수척해지신 아버지를 보니 화부터 나는게..

찰나였지만 순간 마음을 진정시키고 들어선 병실..

 

갑갑하고 텁텁하고 알콜솜뭉치 따위의 냄새때문인지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온 멀미라도 하듯

순간 천청이 노랗게 변했다.

 

가다듬은 난 아버지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여쭈였고

다행히 당신은 생각보단 의연하신 모습이었다.

 

한숨돌리고 휴..............

 

며칠동안 링거로 아버지의 불편해진 수족이라도 돕고자 합세했다.

단정하시던 당신은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흩어진 머리칼...

 

그냥 보고 있을수만 없어 소심줄마냥 옹고집이신 아버지를 끌고 세면장으로 가서 머리를 감겨드리고 세수를 씻겨 드렸다.

 

 

 

 

자글자글한 이마와 힘없는 볼살.....

까칠해진 피부....

숱빠진 눈썹..간간이 길게 난 흰눈썹까지...

예전부터 전두환 머리 스타일이셨지만 이젠 더 훤해지시는..

 

그렇게 막내딸에게 모든걸 맡기시고 턱수건을 받치시고 있는 당신.

여지껏 아버지의 生이 교차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몰래 가랑가랑고인 내 눈물을 들킬까봐 내손은 다급하게 아버지를 향해 사정없이 물을 뿌리고 있었다.

 

비누 때문에 눈 많이 따가우셨을텐데....

아버지를 그렇게 자세히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던가...하는

약간은 죄스러움과 함께....... 

 

"이젠 갈때도 됐지 뭐....."

하시는 힘없으신 되뇌임을 듣기 싫어서라도 물세례(?)를 마구 퍼붓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고향에서의 연말의 첫걸음은 그렇게 시작됐다.

 

 

 

 

 

 

 

................................................................................

 

 

 

 

새해가 왔다.

 

몇일을 고향집에서 병원을 왔다갔다 하기를 수일째...

 

어머니와 단둘이 쏘주한잔씩을 기울일 시간이 주어졌다.

구룡포의 특산물인 과메기와 함께..

더불어 그리 많지않은 양의 백세주 조금...

아버지께서 드시다 남긴것이란다.

술도 안드시는 분이 왜....하는 잠깐의 의문.

 

어머닌 콜라냄새, 까스활명수 냄새만 맡아도 취하시는 분이다.

알콜끼가 조금 빠진 기운의 그것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치명적인

과한 알콜의 양과 도수였다.

어머닌 무슨 용기였는지.......

하지만 둘은 그렇게 마주앉아 잔을 기울였다.

 

이런저런 모녀간의 얘기들로 달은 기울고 어느새 백세주병은 투명하게 변해갔다.

웃고, 울고, 또 웃고, 또 울고...

 

아마도.......

생전 머리털나고 어머니와 단둘이 그렇게 술자리를 가진기억은

이번이 처음인걸로 되새김한다.

 

많은 얘기들로 화제만발한 기쁨, 슬픔, 분노, 회상 등등이었지만,

이런시간은 다시올수 없을꺼라는 막연하고도 아리아리하게 혹은 간질간질 저미는 가슴을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생각컨데 어찌보면 아버지 당신께서 편찬으셨던 이유는....

막내딸 조금더 철들라는 암묵적인 메세지였을런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

고향집 내방에선 정겹던 베겟닢이 젖어있었고

어머닌 덜 나으신 기침를 콜록거리시면서 여전히 아버지께 갈 채비를 하고 계셨다.

전날 많이 힘드셨을텐데 당신의 낭군이 매시간 걱정이신가보다.

 

 

힘을 내어 난 다시 운전대를 잡고 모친과 당신을 만나러 갔다.....

새벽부터 울모녀를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임을 어머닌 알기에...

 

 

 

 

 

'당신께서 그리도 지리했다는 병실을 탈출하는 순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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