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머나먼 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
태어나면서부터 일종의 계시를 받게 되는데...
장미를 백만송이 피워오라는 것.
그러나 그 장미는 진실한 사랑을 해야만
피어난다는 '사랑의 장미'
자, 그녀는 과연 지구에서
미션을 무사히 수행하고
그녀의 고향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여기, 그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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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워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 흘렸네
헤어져간 사람 많았던
너무나 슬픈 세상이었기에
수많은 세월 흐른 뒤
자기의 생명까지 모두 다 준,
빛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람 나를 안았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이젠 모두가 떠날지라도
그러나 사랑은 계속 될거야
저 별에서 날 찾아온
그토록 기다리던 이 있네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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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예전 노래지만, 이런 가사가 있을 줄이야.
심수봉 언니 보이스 칼라도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_+
언젠가 택시에서 비오는 날 들었던 노랜데,
생각나서 가사를 쳐봤더니,
헐.
이런 유니버셜한 노래였을 줄이야.
그리고 이 가사를 좀더 음미해보면,
아주 발칙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일단 정황상,
화자가 파견된 별은 지구/한국 인 듯 한데.
우선, 사랑의 실험 대상은 결국
그녀를 위해 목숨까지 버렸다.
(첫번째 뚱뚱한 글씨 참조)
그러나 그녀는 사실, 고향별에 그토록 기다리던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
두번째 뚱뚱글씨를 보면,
다른 모든 사랑이 떠나더라도,
사랑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녀는 사실 실험상대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그 사랑마저 사실은 미션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기막힌 사실이다.
그 실험에 성공하자,
미련없이 기다리던 그 이와 함께
고향별로 떠나고 있는거다.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
라는 비정한 말을 남기고.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라는 말이 특히 꽂힌다.
아, 목숨까지 바친 처음의 그 사람은 뭔데 ㅡ.ㅜ
흙;
여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문득,
이 가사의 배경이 궁금하여, 인터넷 서핑을 해보니.
이 노래의 원래 가사는 러시아의 '실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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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러시아의 국민가수인 알라 푸가초바가 1980년대에 부른 노래인데, 원제는 '밀리온 알르흐 로즈' Milion Alyh roz(백만 송이 붉은 장미)란다.
그렇지만 가사는 심수봉의 그것과는 달리,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듯 차근차근하다.
옛날 옛적에 한 가난한 화가가 살았네.
그는 집과 캔버스를 가지고 있었지.
화가는 한 여배우에 푹 빠져버렸네.
그러나 그녀는 오직 꽃만 사랑했다네.
그래서 화가는 집도 그림도 모두 팔았네.
화가는 집과 그림을 판 돈으로
세상의 모든 꽃을 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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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 노래의 모델이 된 실존인물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엽
니콜라이 피로스마니쉬빌리라는 지금은 아주 유명한 화가가
있었단다. (나는 처음 들었지만;) 흔히 니코 피로스마니로 불리며,
그냥 니코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니코는 마르가리타,라는
꽃을 사랑하던 여배우를 짝사랑했다고 한다.
(왼쪽 위 그림이 마르가리타를 그린 것.
확실히 예전의 미인들이 요즘 태어났으면,
다이어트의 압박 꽤나 받았을거다-)
마르가리타는 그러나 삐쩍 마른 간판쟁이에 불과했던 니코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녀에 대한 마음을 불태우던 니코는 어느날
전재산을 털어 그녀에게 줄 꽃을 산다.
그리고 그 꽃을 받은 마르가리타는 감동한 나머지,
그에게 진한 키스를 -
그 후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는 여러 판본이 있는 모양이지만,
결국 결말은 같다.
마르가리타가 결국은 돈많고 능력있는 남자에게로 갔다는,
그리고 니코는 결국,
가난하고 외로운 삶을 살다가
1918년 5월 5일,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니코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정말 흔한 비극이야기다.
이수일과 심순애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이런 이야기는 현대에도 꾸준히 확대 재생산되는 모양이고.
그러나,
역시 심수봉의 백만송이장미가 재밌는 것은,이래서다.
우리가 진부하게 여기는 배신 스토리는
니코의 입장에서 서술되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시점을 살짝 비틀어,
마르가리타의 입장에서,
그리고 마르가리타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고향별에 남기고 돌아와,
할 수 없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파견된 외계인;으로 설정.
미션은 백만송이 장미.
(이는 곧 장르의 변주이기도 하다.
신파에서 SF멜로로의 -_-)
허.
이 노래 작사한 사람의 상상력이 참 재기발랄하단 말야.
그 사람이 시나리오를 쓴다면
뭔가 재밌는 얘기가 나왔을 법도 한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