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책 한권으로 다섯 해를 채웠다.
읽고 또 읽고...
빈 페이지에는 내가 쓴 글이 가득하고
좋아하는 글 귀에 밑줄이 그어져있기도 하고
밑에 조그맣게 따라써보기도 했다.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
노래방 책,
그 다음이 '독일인의 사랑'이다.
그때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내가 기억하는 첫 사랑이다.
팬시점에서 예쁜 편지지를 사서 편지를 쓰곤 했는데...
독일인의 사랑을 처음 읽었을 때 기억해둔 문장을 써먹었다.
지금은 그 사이 세상이 좀 변해서
유치하고 간지럽게 느껴질 말들이지만...
여하튼 반응이 좋아서 몇 개 더 뽑아볼려고 다시 책을 폈는데...
그렇게 지루하게 읽었던 책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태어나서 처음 사랑을 하는 동안 우연히 이 책에 빠지게 되고...
가장 생각이 많은 사춘기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책을 읽으며 알게되고 다시 읽으며 사랑에 빠지고..또 그 책을 읽으면서 헤어지고 잊고....
꿈에 그 아이가 나오지 않을 무렵..
이 책을 더 이상 안 읽기 시작했다.
책에 남은 그 당시의 메모를 보면
어른이 되면서 모든것이 변해가고
진짜 사랑은 이제 끝난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실한 모든 것은 이미 변했고 이미 끝났고
나도 어른이 되면 필요로 만나고 조건으로 결혼하는 그런
어른이 될거라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 불안함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프로가 되야했고 어른이 되야했고
이젠 그냥 아들이 아닌 어른이 된 아들이 되야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처음처럼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저런 여자는 안좋은 여자야'라는 식의 제법 어른스러운(?)
기준이 생겼고...
나 역시 그들에게 초라한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있는 사람이 되기위해 능력을 키운다는 한심한 생각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이제 나의 20대는 초반에서 중반을 넘어선다.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던 1999년을 지나서
차가 날아다닐 것만 같았던 2006년 어느날
심심해서 5년만에 독일인의 사랑을 읽어본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참 많은 것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20대를 보내며 내가 참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흔들렸을 뿐
아주 의외로 난 그대로였다.
난 여전히 누군가를 미친듯이 사랑하고
기타를 잡고 설레이는 마음을 연주하느라 밤을 새고...
여전히 세상은 내가 주인공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으면 한 없이 행복하고
그 사람 앞에서 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난 그 느낌으로 모든 사람을 대한다.
내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건
20대 초반에 내가 한 생각보다
10대 후반에 내가 한 생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게 된 배경에 바로 이 책이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문화적인 환경이 많이 변해서
지금 첫 사랑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책이
나에게 처럼 많은 생각을 던져주지는 못할것이다.
다만 아이들이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아파하고 즐거워하는 그 소중한 일들을
어른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쓸데없는 일처럼 치부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고 고민한 생각들이
연애와 결혼에 관한 가치관으로 이어진다.
" 나는 난파한 작은 배의 조각들이 바다에 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중 몇 개의 조각은 서로 잠시 붙어다녔으나 얼마후, 폭풍이 몰아쳐와 그 두 개의 조각을 하나는 동으로 하나는 서로 몰고가 버렸다. 이 두 개의 파편은 이 세상에서 절대로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인간의 운명도 이와 같을 것이다. 다만 그와 같은 커다란 난파를 보았던 사람이 없을 뿐이다."
독일인의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