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현정’. ‘Live Vocalist’. 23세. 창원시 사림동 거주. 아연이 엄마.
나이 어린(?) ‘아줌마 보컬’ 실력이 굉장하다며 소개받고 그에게 연락하던 날, 그의 허스키한 음성의 수화기 너머로 아기가 칭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호기심에 가득 차 그를 만나기로 했다.
28일 밤 10시. 그가 노래 부르는 무대 대기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전 공연 때문에 약속 시간보다 20분 늦었다며 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렸을 적부터 늘 음악과 함께 했어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사주신 피아노로 늘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즐겼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일을 하게 됐어요. 사실 이건 밝히기 좀 그렇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각종 가수 대회에 나가서, 입상 경력도 꽤 있고요.”
그는 지금 생각나는 입상경력만 해도 여러 개라며, 2002년 고 2때 광안리 축제에서 금상을, 경남대학교 대학가요제, 창신전문대 가요제에서 1등상을 받은 것을 꼽았다.
“이런 입상 경력 덕택에 대학도 실용음학과 특기생으로 진학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찾다 여러 무대에 서게 됐고, 그러다 띠 동갑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어요. 지금은 2살 난 딸애와 함께 살고 있죠. 무엇보다 남들보다 빨리 많은 경험을 해 본 게 제 노래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일요일만 빼고 매일 밤 30분씩 2~3곳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화려한 입상경력…“내 꿈은 진짜 가수”
젊은이들 위주의 신곡에서부터 트로트, 팝, 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해 내고 있단다.
“지금은 소위 말하는 ‘밤무대’에서 노래하고 있지만, 제 꿈은 ‘가수자격증’을 취득하는 거예요. 방송 3사가 주최하는 가요제에 3위 안에 입상하면 자격증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 자동적으로 가수협회에도 등록이 되고요. 자격증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하는 게 지금의 제 목표죠.”
그는 그러한 원대한, 혹은 손에 잡힐 듯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적어도 2시간 이상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음악을 듣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고 한다. 단독주택인 그의 집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최대한 이웃집에 피해 안주는 범위에서 연습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보통 사람들의 음색보다 높고 굵었기에 옆집에서 듣고도 남음직 했다. 노래 부를 때 징크스는 없냐고 물으니 ‘눈썹 화장이 이상하게 됐을 때, 그날 노래가 최고로 잘 불러진다’는 이색적인 답을 했다.
“기회가 되는 한 제 노래를 많이 들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경남장애인복지회관에서 무료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시는 트로트를 불러드렸죠. 어느덧 가수 경력이 5년인데, 제 노래를 듣고 감동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한 번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나이는 많지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노래가 전부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렇게 가수 활동과 더불어 ‘창원에서 재미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살기 모임’이라는 카페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눈썹 화장 이상하면 노래 더 잘 돼요” “한달에 한번 정도 하는 정모에도 참여하면서 활동한 지가 1년 정도 다 돼가네요. 직업이나 사는 모습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 나누는 게 좋더라고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유쾌하게 ‘씨익’ 웃는다.
‘현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문득 미국 유니온신학대학 교수로 소설 ‘컬러 퍼플’을 쓴 앨리스 워커와 함께 여성운동을 하고 있는 ‘현경’이 떠올랐다. 부모의 한쪽 성씨를 따라 쓰는 것도, 혹은 둘 다 쓰는 것도 가부장적이기에 성을 표기하지 않는다는 그였다. 그럼 ‘현정’도?
그래서 이름이 왜 ‘현정’이냐, 본명이 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본명은 밝히기 곤란하다. 고등학교 때 워낙 유명해서(?) 동네 사람들이 다 알 것 같다’면서도 살짝 가르쳐줬다. 그렇지만, 비밀은 비밀이다. ‘현정’이라는 이름은 무당집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안 되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해서 4년 전부터 그 이름을 쓰게 됐다고 한다.
공연 전 잠깐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1시간이 지났고, 그는 사적인 고민까지 털어놨다. 11시 공연 시간이 지나버렸다. 대기실 유리창을 노크하며 누군가 공연을 재촉했다.
인터뷰 말미에 ‘현정’은 “나의 그대가 원한다면 어디든 무대야”라는 가수 싸이의 ‘연예인’ 노랫말을 중얼거렸다.
이어진 공연에서 파워풀한 그의 음성이 무대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