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변함없이 새들이 짹짹대는 시끄러운 소리와, 동네의 개들이 짖는 소리에
깨어나게 되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오늘 아침은, 짖는 다기 보단 끙끙대며
왠지 칭얼대는 듯 한 동네 개들의 소리에 일어났다는 것 뿐. 개들이 끙끙대는 소리가
들린다, 쳐진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약하고 파란 새벽의 빛만이 오늘 하루가
밝아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고 죽은 듯 누운 나는 왜 새벽부터 개들이 이래,
시끄러워. 생각하며 이불을 머리 위로 뒤집어썼다. 개들의 끙끙거리는 소리와 새들의
홰를 치는 소리는 여전히 이불 아래로 들어왔고 됐다 신경 안 써, 머리 위의 이불을
걷어내자 다시 잠이 쏟아진다. 태양이 언제든 찾아온다 해도 괜찮아, 그냥 잘래. 숨을
깊게 내 쉬고 나자 눈앞은 다시 먹을 푼 듯 검어진다. 손끝이 차가웠다, 끈끈하게
손목을 타다가 손에 잡히는 것은 아마도 땀이리라. 더위는 지루했고, 그 와중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차가운 말라가는 땀은 차라리 훅- 불어 닥치는 더위보다 더 징글징글했다.
싫다. 새벽에 우연히 눈이 떠진 것도 싫고, 끈끈한 더위는 차라리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할 정도로 싫다. 입으로 중얼거리던 나는 무슨 말을 더 내뱉으며 다시 반쯤 깨어났었던
그 상태에서 멀어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은 이미 해가 중천이었어야 할 11시 6분이었고, 무슨 이런
거지같은 시간에 일어나졌담?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놓고 나서 그 후에 든 생각은 오늘도
하루의 반을 이렇게 거지같이 써버렸구나, 하는 것 이었다. 밤새 놀다가 새벽
두어 시쯤에 여자 친구와 전화를 하고 보고 싶다 내일 만나자, 하는 얘기를 하다가
네 시쯤에 전화를 끊었지. 전화기를 찾으려 더듬더듬 온 침대를 다 되짚었지만, 침대
밑으로 빠지기라도 한 듯 한 전화기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침대 옆의
탁자 위에 놓인 컵의 물을 벌컥 들이켰고, 조금은 먼지 맛이 나는 그 물에 우엑, 소리를
내보고는 순간 입으로 살짝 들어오는 비린 맛에 의아했다.
오늘 어디서 만나기로 했더라.
오늘 걔랑 어디서 뭘 하기로 오늘 새벽에 얘길 했었지?
아마도 오늘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었지. 생각을 되짚어가며 입을 열어보았고 습관처럼
일과를 찬찬히 정리한 나는 아마 그녀도 지금 잠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화는
조금 있다가 걸기로 하자. 옷장을 열어 좋아하는 폴로 반팔 티와 자주 입는
카고 반바지를 꺼내고 양말을 찾았다. 양말도 빌어먹을 얼마나 빨래를 안했는지, 아님
관리를 안 한 건지 신던 것들 아님 죄다 한 짝씩 들만 있다. 씨발 이거 뭐야? 화를 내
보지만 내 말을 들어줄 귀는 없다. 부부동반 여행을 가신 부모님은 다음 주 목요일까지
돌아오실 일이 없고, 친구 집에서 잔다고 했던 동생 놈은 오늘 오후에나 올 거고.
혼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싫은 내가 새벽까지 전화를 한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이상하게도 햇살이 잘 들어오질 않는다. 지금은 빌어먹을 여름이란 말이다. 습기를
머금은 더운 바람은 여전한데 왜 이렇게 동네는 고요한 것일까 - 뛰어가는 아이들의
소리라거나 번잡한, 사람들이 깨어난 소리는 당연히 들려야 할 터였다. 동네는 고요하고,
태양 없는 하늘 아래엔 늘 그렇듯 미지근하고 끈끈한, 덥고 천박한 바람이 불었다.
여름의 바람이란. 전화기를 들어 아무 의심 없이, 그 어떤 의구심 없이 여자 친구의
번호를 꾹 누르고는 몇 번의 신호가 감을 들어보지만, 아무래도 새벽 네 시까지
함께 했던 통화가 그녀를 잠으로 붙들고 있으리라. 뭐 어때.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이른
지금이라도 내가 먼저 가서 그녀를 몇 시간이고 기다리고 있다면. 집은 고요하고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생각하며 준비를 끝마쳤다. 맨발에 쓰레빠 하나를 턱, 신겨주고
집을 나서며 뒤를 도는데 왠지 다시는 이 외로운 집으로 돌아올 일이 없을 것 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는 것 이었다. 만약, 모두가 떠나고 그 어느 누구도 나를
기억 할 수 없다면. 그것이 내가 지구에 남을 마지막 날이 되는 게 아닐까. 문을 열었고,
걸음을 드디어 내딛었다. 고요한 대기는 말이 없었고 바람이 일듯 저 멀리서 동네
수다스런 개들이 왕왕, 멍멍, 시끄럽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집을 나서는 내 뒤를 애써
배웅하는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