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전통의 강호를 평가한다
editor 전필호 writer 맛집 스파이단 il
찌개요리를 대표하는 부대찌개. 부담 없는 가격에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 회식과 외식 메뉴 일순위다. 과연 서울에서 소문난 부대찌개 집은 어떤 맛을 지켜가고 있을까?
‘존슨탕’, ‘부대찌개’, ‘소시지전골’ 등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고 맛도 각기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소시지와 햄, 간 고기 따위의 과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던 서양 식재료로 맛을 내는 오래되지 않은 요리라는 점이다. 50년의 역사가 있다고 하지만, 대중화의 길을 걸은 것은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미군부대의 ‘개구멍’이나 ‘잔반통’으로 재료를 조달하는 집도 없고 사용하는 재료도 국산이 크게 늘었으니 ‘부대찌개’라는 말도 그 원형을 잃었다고나 할까. 과거의 향수를 가지고 부대찌개를 찾는 사람도 이젠 드물고, 남녀노소 그저 만만하게 즐기는 외식 아이템일 뿐이다.
부대찌개야말로 말 그대로 잡탕찌개인 까닭에 어떤 방법이 정통이랄 것도 없다. 그저 육수를 잘 내고 소시지와 햄, 그 밖의 재료를 푸짐하게 넣어 끓여 먹는 게 대세다. 사실 권하고 싶은 음식은 아니지만, 한 끼 배부르게 해결하고 싶을 때 만만한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대찌개가 퓨전 요리의 효시쯤으로 지목되고, 그만큼 대중의 선호가 크게 늘면서 중요한 점심 메뉴로 자리 잡은 것. 특히 한 체인 식당이 크게 번성하면서 일부러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지 않아도 어디서든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부대찌개는 지역별로 몇 가지 스타일이 있다. 알다시피 재료 조달과 관련해서 큰 미군부대가 있는 곳마다 부대찌개 집이 성업 중인데, 대체로 문산과 의정부, 서울 남영동 일대를 꼽는다.
문산은 김치를 쓰지 않거나 조금 넣고 대파와 당면은 듬뿍 넣되, 고운 고춧가루로 국물을 맵게 하는 특성이 있다. 가장 시원한 맛을 낸다는 평이다. 의정부식은 신 김치를 넣어 진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강조한다. 남영동은 원래 치즈와 콩 통조림을 넣어 느끼한 맛이 강한 스타일인데 요즘은 치즈를 넣지 않는 집이 더 많다.
서울에 부대찌개를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위에 얘기한 세 가지 스타일이 아닌, 각기 다른 레시피의 맛집이 눈에 띈다. 육수만 해도 사골 육수에서 닭육수, 멸치육수까지 제각각이고 햄과 소시지도 수입 냉동품(미군부대 제품은 이제 더 이상 조달하기 어렵다)에서 국산까지 그 폭이 넓어졌다. 다만, 가격 때문인지 돼지고기를 제대로 갈아 넣은 것보다는 칠면조와 닭, 토끼 등의 부산물과 전분이 많이 들어간 싼 재료를 많이 쓰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생돼지고기와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보다 대체로 센 가격인 집이 많은데, 원가를 따져보면 특별히 부대찌개가 김치찌개보다 비쌀 이유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기도 한다. 어디, 햄과 소시지가 더 이상 귀한 재료인가 말이다.
어쨌든 서울의 주요 부대찌개 집을 권역별로 나눠 살펴보았다. 워낙 ‘잘한다’는 집이 많은 메뉴라 일단 오래된 명성의 남영동과 이태원, 강남의 한 곳을 방문했다.
취재 결과 아쉬운 것은 이른바 ‘포스’와 ‘아우라’가 느껴지는 집을 발견하지 못한 점이다. 대중음식일수록 내공이 느껴지는 집이 많게 마련인데 부대찌개 집은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떨어져 보였다. 어떤 집은 고만고만한 맛을 내는 체인 식당보다도 못해 낭패감을 주기도 했다.
압구정동의 ‘금성스테이크’는 이 동네가 젊은이들로 넘쳐나기 전부터 스테이크와 부대찌개로 인기를 끌던 집이다. 요즘 맛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곤 했는데, 그래도 명불허전이었다. 육수가 진하지는 않지만 간결한 맛을 냈고 위생도 양호하다. 밥이 푸짐하고 쌀도 괜찮은 품질이다. 반찬은 단출해서 오히려 좋은데(대중식당의 가짓수 중심의 반찬은 재활용의 의심을 가장 많이 받는 대목 아닌가), 김치는 평범했지만 오징어젓갈이 들어간 무채는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따로 라면 사리를 넣는 방식이 아니고, 얇고 넓적한 국수를 넣어주어 좋았다. 햄과 소시지는 괜찮은 수준. 그러나 아주 좋은 맛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남영동 골목은 오래된 부대찌개 전문점이 많은 곳이다. 비슷비슷한 맛을 내는데, 취재팀은 ‘털보스테이크’와 ‘황해스테이크’를 찾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집들임에도 대체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강남 중심으로 맛집의 대세가 기울면서 이 동네의 힘이 많이 떨어진 것이 두 식당의 음식에도 반영된 듯하다. 털보스테이크는 좋은 맛을 내던 동치미 대신 식초로 간한 오이물김치가 나왔는데, 잘 익은 동치미 맛을 그리워하는 단골에게는 실망이 클 듯하다. 찌개의 내용물도 이거다 싶은 게 없고 평범하다. 달걀말이와 부추겉절이가 그나마 작은 정성으로 남았다. 황해스테이크도 같은 수준. 두 집 모두 아쉬웠다.
이태원의 ‘바다식당’과 ‘고암식당’은 미식가의 부대찌개 맛집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집이다. 대중에겐 바다식당이 더 유명한데, 고암식당의 부대찌개 맛은 미식가에게 더 어필한다. 바다식당이 ‘느끼하다’고까지 말할 만큼 진한 맛으로 승부하는 데 비해, 고암식당은 담백한 육수가 식욕을 돋우는 집이다.
바다식당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낸다. 치즈를 얹어 기름진 맛을 내고, 고춧가루 양념의 국물이 칼칼하게 뒤를 받쳐준다. 수준급의 맛인데 정작 음식보다는 서비스로 실망을 안겨주는 집이다. 1인분 개념이 없고 대, 소로 나누어 2만원과 1만5,000원이라는 가격이 불만스럽다. 따로 끓여가면서 먹을 수 없어 시간이 지나 음식이 식으면 느끼해지므로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한다.
고암식당은 개운한 멸치육수를 기본으로 바다식당과는 다른 맛을 낸다. 시큼한 김치 맛이 좋고 가격도 적당하다. 반찬이 짠지와 김치뿐이지만, 가격도 맞추고 부대찌개에 집중하려면 반찬 가짓수는 문제가 안 될 것 같다. 추천할 만한 집이다.
내용물
육수 금성스테이크02-547-4872 소박하고 오래된 집이 가진 힘도 있다. 서비스는 평할 것이 없다. 6000원
(공깃밥 포함) 두부와 소시지, 햄이 고루 들어 있다. 라면 사리 대신 쫄깃한 면이 들어 있다. 푸짐한 편은 아니다. 간결하고 맑은 육수가 기본은 한다. 털보스테이크
02-793-0606 깔끔한 분위기는 기대하지 말자. 서비스는 딱 동네 식당 수준이다. 6000원
(공깃밥 포함) 햄은 온데간데없다. 소시지와 두부, 라면 사리로 가득하다. 푸짐한 내용물은 아니다. 평범한 육수. 확 당기는 맛이 없다. 황해스테이크
02-794-1491 분위기와 서비스가 털보스테이크와 거기서 거기다. 6000원
(공깃밥 포함) 털보스테이크와 도토리 키 재기다. 풍족한 내용물은 기대하지 말 것. 덤덤하고 평범한 육수. 강렬한 맛이 아니다. 바다식당
02-795-1317 손님이 몰려들면 정신없는 분위기다. 소짜(2~3인)
2만원 소시지, 햄, 감자 등이 푸짐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순 없다. 확실치 않지만 사골 육수가 기본인 듯하다. 고암식당
02-796-1813 단출하고 깔끔한 분위기. 서비스도 무난한 편이다. 1만원
(2인 기준) 소시지, 햄, 두부, 간 돼지고기 등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지만, 만족스럽다는 건 아니다. 깔끔한 멸치육수. 끓으면 더 진해진다. 업소명 Good Point Bad Point 금성스테이크 딱 부대찌개 맛. 마구잡이로 내는 반찬이 없고 깔끔한 김치와 오징어젓갈을 넣은 무채가 맛있다. 대중식당이지만 친절한 서비스와 오래된 집이 보여줄 수 있는 진한 내용물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총 평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에 괜찮은 집이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지 않아 깔끔하고 찾아가기도 쉽다. 스테이크와 소시지구이 같은 안주 메뉴에 비해 이윤이 적은 부대찌개지만 푸짐하게 내용물을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 털보스테이크 Good Point Bad Point 달걀말이와 부추겉절이 같은 손 이 가는 반찬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내용물이 약하다. 진하거나 깔끔하거나 양단간에 강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저 평범하다. 총 평 전통의 강호 남영동 부대찌개 골목의 힘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약해진 대표 맛집이다. 어찌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저녁에 하는 스테이크와 소시지구이 같은 안주거리는 모르겠지만, 부대찌개만큼은 약하다. ★★☆☆☆ 황해스테이크 Good Point Bad Point 소박하고 푸근한 느낌의 오래된 식당의 맛. 강렬한 손맛과 내용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듯한 평범한 부대찌개. 총 평 역시 털보스테이크와 같은 스타일이다. 취재팀의 입맛이 바뀐 것인지, 이 식당의 손맛이 바뀐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과거의 맛이 이랬던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바다식당 Good Point Bad Point 치즈를 덮어서 내오기 때문에 진하고 구릿한 맛이 있다. 바다식당만의 독특함이다. 가격이 센 편이며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어수선한 분위기. 총 평 언론에 많이 소개되고 맛도 썩 잘 내는 집이지만 그에 부응하는 맛인가는 생각해볼 집이다. 재료가 충실한 편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떡여지지는 않는다. 부산스러운 언론의 소개만큼은 아니다. ★★★☆☆ 고암식당 Good Point Bad Point 가격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메뉴가 단출해서 요리에 들이는 정성이 배어난다. 나쁜 점이라고 할 게 없을 정도로 평범하다. 총 평 간결하게 부대찌개를 낼 줄 아는 집이다. 추가로 재료를 넣어 맛을 조절할 수 있으며 개운한 맛이 있다. 진하고 느끼한 맛을 원한다면 추천하기 어렵지만, 이런 부대찌개 맛도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