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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나랑 사귈래?

최지만 |2006.09.04 00:53
조회 60 |추천 0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저만치 앞서가던 여자,

갑자기 돌아서더니 내게 말을 건넨다.

 

 

여자 : 너, 나랑 사귈래?

 

 나   : 너, 나 사랑하지 않잖아.

 

여자 : 너, 나 사랑하잖아.

 

 나   : 사귀는 건 한쪽이 아닌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

         우린 서로 사랑하지는 않잖아. 나만의 일방통행이라구.

 

여자 : 하지만 넌 날 늘 사랑하잖아. 늘 사랑해왔고, 늘 사랑하고,

         늘 사랑할거잖아.

 

 나   : 그렇다고 니가 날 사랑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늘 너를

         사랑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 듯 너 역시 나를 사랑 할 수

         없는 것이 너의 운명이잖아.

 

여자 : 하지만 난......그런 니가 좋아.

 

 나   : 고마워. 나도 니가 좋아. 하지만 사귈 수는 없어.

 

여자 :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나   :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여자 : 난 네게 풍족한 미래나 부유한 삶의 영위를 약속받으려는 게

         아냐. 난 지금처럼 늘 한결같은 너의 사랑을 원해.

 

 나   : 그래, 난 너를 늘 변함없이 아끼고 보듬으며 사랑할거야.

         헌데 난 너의 감정적 희구는 채워줄 수 있을지 몰라도 가난은

         너를 점점 지치게 할 거야. 그런 널 보는 내 사랑도.

 

여자 : 너를 좋아해. 그것도 너무 너무. 그 뿐이야.

 

 나   : 사랑하지 않아도 사귈 수는 있어.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야.

 

여자 : 넌 늘 말했잖아.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시한부 인생이라고.

         우린 매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웃고 떠들고 있지만

         언제 아무렇지 않게 죽을 수 있다고.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난

         것도 정해진 시한부 인생의 한 부분일거라 생각해. 그래서 난

         내게 남은 정해진 시한부 인생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허락된 만큼 네게 사랑을 받으며 살고 싶어.

         난, 너와 행복하고 싶다구.

 

 나   : 니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니? 우리네 인생이 타들어

         가는 초라면 난 내 남은 심지를 모두 너에게 주고픈 만큼

         너를 사랑해. 난 사랑 주며, 사랑받으며 살고 싶어. 일방통행

         이 아닌 상호작용을 하고 싶다구.

 

여자 : 너에게 내 사랑을 주며, 난 너의 사랑을 받을게.

 

 나   : 난 네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많이 부족할 뿐더러 그리

         잘 나지도 않았고, 내세울 것 하나 없어. 여러모로 난 네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여자 : 넌 내게 충분한 사람이야. 항상 나를 아껴주고 나만을 위하는

         나만의 사람. 세상의 벼랑 끝에서도 나를 끌어올릴 사람.

         세상 모든 이가 내게 손가락질 하며 돌을 던져도 대신 막아서

         며 나를 감싸줄 사람.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 나를 위해 웃어

         줄 사람. 나를 위해 살 사람. 나를 위해 죽어도 줄 사람.

         영원히 나만을 사랑할 사람. 그런 넌 내게 과분한 사람이야.

 

 나   : 난 상처받고 싶지 않아. 내가 아무리 삶을 초월해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해도 상처받는 것은 두려워. 죽음 앞에 초연할

         지언정 난 사랑 앞에 약한 남자야.

 

여자 : 상처주지 않을게. 약속해.

 

 나   : 여자를 믿지 않아. 믿지 못해.

 

여자 : 난 여자가 아냐. 난 너의 여자야.

 

 나   : 예전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어. 아주 많이 사랑하는 여자가.

         피폐하고, 척박한 내 삶의 유일한 낙이 되고, 나의 쉼터가 되

         고, 나의 꿈이었던 유일한 여자가 있었어. 내 심장의 반을 나

         눠준 유일한 여자가 있었어. 사랑했었지. 사랑한다고, 사랑받

         고 있다고 믿었어. 그러나 그녀는 내게 다른 이를 사랑한다고

         말하며 나를 떠나가 버렸어. 그녀는 떠나버렸어. 많이 사랑했

         다는 말보단 많이 미안했다는 말을 남기고.

 

여자 : 많이 사랑했나봐.

 

 나   : 아주 많이.

 

여자 : 근데 왜 잡지 않았니?

 

 나   : 사랑했으니까, 아주 많이.

 

여자 : 넌 늘 진심을 담아 사랑하는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심장의 반을 떼 줘버려서 늘 넌 가슴 아파하고, 쉼터를 잃어

         버려서 늘 넌 걸음이 느리구나. 그런 아낌없는 널 보면 매번

         내 가슴이 시려.

 

 나   : 미안해.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 못 해.

         너와 그녀 중에 누구를 더 사랑한다고도 말 못해. 난 늘 똑같

         이 아낌없이 사랑했으니까. 현실에 충실할 뿐이니까. 지금 널

         이만큼 사랑하듯이 그녀도 딱 그만큼 사랑했을 거야.

 

여자 : 알아, 그래서 난 니가 좋아. 넌 거짓 없이 참된 아이니까.

         옛사랑에 대해 말할 때 대충 얼버무리기보다는 정말 사랑했

         었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게 용기이자 아름다움이야.

         그 여자...참 행복했겠다.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니.

 

 나   : 행복했을까, 과연?

 

여자 : 행복했을 거야, 분명.

 

 나   : 용기 있는 여자야.

 

여자 : 용기 있다니?

 

 나   : 자기 사랑에 자신을 가지고, 사랑을 찾아갔잖아. 난 그게 부  

         러워. 난 그러지 못했거든. 떠나는 내 사랑을, 떠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거든. 그렇게도 사랑했지만 난 가지 말라는 말 한마

         디 내뱉을 용기조차 없었거든.

 

여자 : 사랑하는 방식이 달랐으니까. 정말 사랑했으니까 그 여자를

         넌 보낼 수밖에 없었겠지. 그 여자가 바라는 거였으니까 넌

         가슴이 무너져 문드러져도 내색 않고 묵묵히 보내줬겠지.

         넌 그런 남자니까.

 

 나   : 그래, 난 그런 남자니까.

 

여자 : 그 여자, 널 놓치다니. 널 그렇게 떠나버리다니. 행복을 놓쳐

         버린 거야. 니 옆에 있음 이렇게 행복할 텐데. 지금쯤 아마 후

         회하고 있을 거야.

 

 나   : 아무도 그녀를 탓하진 못해. 어차피 사랑은 이기적인 거니까.

 

여자 : 그녀를 탓하지 않아. 다만 니가 측은할 뿐이야. 맘속은 좁아

         서 두 명이 살기엔 부족해. 하지만 넌 그 여자의 좁은 맘속에

         서 니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과 살아 낸다고 얼마나 비좁고

         많이 상했겠니.

 

 나   : 나란 놈은 어찌돼도 괜찮아, 상관없어. 나 보다는 그녀가 더 

         힘들었겠지. 맘속에 두 사람을 품었을 테니. 많이 속 시끄럽

         고 힘들었을 거야.

 

여자 : 넌 결코 가볍지 않은데 가벼워져 버린 거야.

 

 나   :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여자 : 이런 말 유쾌하진 않겠지만 분명 그녀는 너와 다른 사람을

         두고 저울질 했을 테고, 넌 그 여자에게 있어서 다른 남자보

         다 존재감이 가벼웠던 게지. 그녀의 사랑에 있어서 너보다는

         그 사람이 더 무거웠나봐.

 

 나   : 그래. 아마 그녀가 나 보다는 그 사람을 더 사랑했나봐.

         최선의 선택이었다, 믿어.

 

여자 : 그 여자가 자신 안에 있는 사랑의 무게를 저울질 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들의 마음에 무게를 쟀더라면 분명

         니가 훨씬 무거웠을 텐데. 그녀 자신 안에 있던 니 무게가 아

         닌 니 안에 있는 그녀 자신의 무게를 쟀더라면 분명 니가 훨

         씬 무거웠을 텐데.

 

 나   : 그걸 니가 어떻게 장담하지?

 

여자 : 난 이렇게 너의 무게를 느끼니까. 난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과 너의 존재감의 무게를 쉬이 느낄 수 있으니까.

         피부에 와 닿으니까.

 

 나   : 니가 날 사랑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여자 : 너를 사랑할 것만 같아.

 

 나   : 나를 사랑하지 마.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반쪽뿐인 내 심장으로는 충분히 터질 것 같으니까.

 

여자 : 나랑 사귀자, 응? 그러지 말고 나랑 사귀자. 너, 나 사랑하잖

         아.

  

 나  :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거야.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 : 남은 나머지 반쪽 심장까지 잃고 싶진 않겠지?

         그러다 나 좋은 남자 만나면 어쩌려구?

 

 나   : 잃어도 어쩔 수 없어.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좋은 남자 만나면 언제든지 날 떠나가도 돼. 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여자 :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언제쯤이면 난 너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바보, 멍청이, 멍텅구리, 맹추.

 

 나   : 나를 이해하려 들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줘. 그리고 혹시나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울어줘. 그리고 나를 잊지 말아줘.

 

여자 : 꼭 그럴게. 널 위해 울고, 널 기억할게.

 

 나   : 너만 죽을 때까지 사랑할게.

 

여자 : 고마워.

 

 나   : 사랑한다.

 

 

여자, 다시 가던 꿈길을 걷는다.

난 다시 맘길을 거닌다.

그녀는,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시한부 인생을 마쳐버렸다.

난 그해 겨울 미친듯이 광야를 누비며 울고 또 울었다.

그녀는 날 위해 울고, 날 기억하며 죽었다.

나는 이듬해 봄을 보았다.

그리고 그 봄, 죽은 그녀에게 편지 한통을 받았다.

 

 

【 - 나를 사랑하는 사람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가 이 넓은 세상에서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는 알지 못해요. 다만 나는 하늘에 감사드려요.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신 사실에,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실에,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사실에. 나는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려요. 오늘은 하루온종일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어요. 나는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보며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데 당신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이 겨울비가 그치면 봄이 오겠죠. 그 추운 겨울이 끝나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오겠죠. 따스한 봄의 들판을 당신과 걷고 싶어요. 늘 내 이름을 부를 때 진심을 담고, 내 손을 잡을 때 따뜻함을 건네고, 나를 안을 때 가슴을 열고, 돌아서는 나의 뒷모습까지 늘 바라봐주는 당신. 그런 당신께 늘 감사하고 미안해요. 난 오늘 하루 종일 당신이 내게 주신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 라는 시를 읽고 또 읽었어요.

 

 

남자가 여자를 사랑 할 때

무릇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수 있어야하고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하고

모든 일에 여자의 입장에 설 줄 알아야하고

그러면서도 공평성을 잃지 말아야하며

여자가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안아 줄 수 있고

여자가 기쁠 때 그 기쁨을 배가 시킬 수 있고

여자가 슬플 때 그 슬픔을 보듬을 수 있고

여자가 웃을 때 그 색채를 돋보이게 하여야하고

여자가 울 때 그 음률을 감싸줄 수 있어야하며

내게 슬픔이 와도 견딜 줄 알고

내게 눈물이 나도 거둘 줄 알고

내게 아픔이 와도 참을 줄 알고

그러면서도 모든 감정에 솔직하며

길을 걸을 때 여자에게 발걸음을 맞추고

비가 올 때 여자에게 우산을 기울이고

바람이 불 때 여자를 지킬 수 있고

꽃이 피면 여자의 행복을 피우며

녹음이 짙으면 여자의 미소를 맑게 하며

낙엽이 지면 여자의 외로움을 채우며

눈이 오면 여자의 쓸쓸함을 비워내며

여자의 이름을 부를 때 진심을 담고

여자의 손을 잡을 때 따뜻함을 건네고

여자를 안을 때 가슴을 열고

여자가 돌아설 때 지켜봐주고 

여자에게 항상 따뜻함을 아로 새기며

그러면서도 항상 냉정을 잃지 말아야하고

여자의 고민을 채근하지 말고 인내하며

여자의 말을 신실히 들을 줄 알고

여자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말을 멈추고 기다리며

가끔 늦은 밤 여자의 집 앞 가로등에 서서 기다리며

그냥 보고 싶어 왔다는 말 한마디를 건넬 줄 알고

가끔 까만 밤 하얗게 지새우며 가슴 절절한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넣을 줄 알고

가끔 서툴게나마 노래를 연습하여

수줍게 진실을 담아 부를 줄 알고

마음에 없는 말로 여린 여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지 말고

섟한 감정에 가녀린 여자의 마음에 드잡이를 일게 말고

거짓되고 위선된 행동으로 가냘픈 여자를 뇌하게 말고

박봉의 곤뇌하여 곤고한 삶 속에서도 여자를 위할 줄 알고

수천 수백만 번의 사랑한다 말보다 행동 하나하나에

남자의 깊은 사랑을 여자가 느낄 수 있게 행동하고

진정 여자의 행복을 위해 보낼 줄 알아야하며

그러면서도 항상 변함없이 사랑해야 한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비단

여자는 이런 남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한다.

 

그런 너를 위해 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 할 때

내가 너를 사랑 할 때

나는 그런 남자이고 싶다.

 

 

이제 너무 많이 읽어버려 종이가 너덜너덜하게 닳아 해져버렸지만 나는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은 내게 충분히 그런 남자였다고. 나는 감히 그런 당신의 맘을 헤아리는 여자였다고. 우리네 인생이 한 자루의 초와 같다고 내게 말한 당신의 말을 기억하나요. 그 남은 심지를 내게 주고 싶다던 당신의 진실함을 나는 기억하고 있어요. 어쩌면 나, 당신의 그 남은 심지를 나눠가져서라도 당신 곁에 머물고 싶었는지 몰라요. 그렇게라도 살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은 알까요. 삶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당신 곁에 오래 머물 수 없는 내 삶의 서러움이었다는 사실을. 내게 남은 초의 심지가 얼만큼인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다 쓰지 못하고 남기고 가는 심지가 있다면 당신께 드리고 가고 파요. 당신은 누구보다 내 남은 심지를 아름답고, 빛나게 태워줄 사람이니까요. 부디 자신을 사랑해주세요.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보듬어준 것처럼 행여 내가 없어도 내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보듬어주세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말했지만 어쩌면 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몰라요. 사랑해요, 당신을.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기에 당신이 나를 사랑한 만큼, 딱 그만큼만 당신을 사랑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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