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에드바르트 뭉크, 1893-1894)
뭉크의 마돈나는 마치 엑스터시를 한 듯, 퇴폐적인 눈빛을 한 성녀의 모습을 그린 매우 이색적인 작품이다. 하얗게 빛나는 그녀의 몸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머리, 반쯤 눈을 감고 내려보는 고혹적인 눈빛은, 그녀의 성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성녀 마돈나로서의 고결함 마저 느끼게 한다.
나는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독특한 색의 사용과 과감한 화면 구성에 감명을 받았다.
마돈나의 머리카락과 S자 곡선을 몸의 실루엣 그리고 불안정하고 흐트러진 선으로 표현된 바탕까지 모두 곡선을 사용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보면 마치 금방이라도 물감이 흘러내릴 듯한 느낌이 든다. 또 마돈나의 얼굴을 제외한 부분은 자세한 묘사를 생략하여 그림으로써 단숨에 그녀의 풀어헤친 머리칼과 몽롱하고 창백한 얼굴로 시선이 집중된다. 아무렇게나 구부러진 곡선들에서 느껴지는 꿈틀거리는 듯한 운동성과 우아한 여성스러움은 마치 살아있는 마돈나와 대면한 것과 같은 착각마저 들게 된다.
또 눈에 띄는 점은 불안정한 색상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붉은색에서 흥분과 불안감을 느끼는데, 뭉크는 작품전반에 마구 흐트러진 곡선과 함께 붉은 색을 사용함으로써, 마돈나의 퇴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감상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작품전반에 사용된 붉은 색은 명도와 채도가 낮아 탁하고 우울한 느낌이다. 특히 마돈나와 배경의 구성에 다른 색을 사용하지 않고 붉은색 계통을 통일하여 사용한 점은 작품의 첫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한다.
‘마돈나’는 기도할 때 성모 마리아를 부르는 이탈리아 식 호칭으로,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의 모습과, 성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의 이분법적 이미지로 나뉘는 여성의 모습을 한데 뒤섞은 작품이다. 뭉크를 통해 그려진 마리아는 더 이상 자애롭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성모가 아닌, 긴 머리를 함부로 풀어헤치고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성적 매력을 내 뿜는 모습으로 재림한다. 이 여인에 대해 뭉크는 “몸을 바치는 여자 -성모의 고통스러운 아름다운에 휩싸인다”라고 적었다. 뭉크의 이 코멘트는 19세기 말의 급격한 변화와 혼란스러움이 사회로 진출하려는 여성들로부터 야기된 것이라는 당시 남성들의 편견을 대신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성적 매력을 통해 남성을 굴복시키려는 여인의 모습과 동일시 한 것이다.
마치 거리의 여인과 같은 메마른 눈빛을 한 성녀의 모습은 모순으로 뒤덮인 오늘날을 떠오르게 한다. 뭉크는 이 그름을 통하여 여성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를 나타내려 하려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그림에서 공존할 수 없는 것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순에서 오는 비극을 느꼈다.
억울해서 아무데라도 올려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