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엔가 우체통을 뚫어지게 쳐다본적이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오지 않고 우체통 안이 온통 쓸모없는 선전물이나
카드대금 고지서 같은 것들로만 쌓여갈 때, 그보다 더 슬픈 때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나도록 자필로 된 편지 한 장 주고받지 않는
삭막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나는 자꾸만 자꾸만 외로워집니다.
어느 날엔가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를 뚫어지게 쳐다본 적이
있습니다.
가끔씩 울리는 벨소리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가 너무도
사무적이고, 맺고 끊음이 분명할 때, 그보다 더 슬픈 때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잘 지내지? 그냥 한번 걸어봤어"라는 체온이 담긴 목소리를
들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나는 자꾸만 자꾸만
서글퍼집니다.
사람 사는 데 어찌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다르겠습니까?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나의 친구들도 가끔씩 이렇게 나와 같은
경험을 할 테지요. 내 마음과 같을 테지요.
이제 내가 먼저 자필 편지가 되어 그에게 봉투를 뜯는 슬렘과
안부를 전하렵니다.
이제 내가 먼저 전화가 되어 자고 있는 그의 벨소리를 따스하게
깨우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