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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10% 시대, 외국 신부들이 울고 있다

두리 |2006.09.08 02:44
조회 187 |추천 2

남편은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꼭 나를 때린다. 시어머니도 그걸 지켜보고만 있다. 이제 익숙해졌지만 기분이 우울해서 그런지 집에서 거의 말을 안 한다. 그러다보니 가족들과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다.”-알론스 (필리핀, 23)

“시집오기 전 남편의 월수입이 200만원 정도라는 말을 듣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막노동을 하는 남편은 한달에 90만원을 가져온다. 그래서 나도 한국 공장에 취업을 했다. 하루10시간 일하면 한 달에 8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하잉 찌(베트남, 26

 

우리 집은 아플 때가 걱정이다. 보험료 때문에 건강보험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참고 참다가 아주 아플 때만 병원에 간다. 한번 병원에 가면 2만원 정도로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 -닝지(몽골, 30)

 결혼이민을 통한 다문화가정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체 혼인 중에서 국제결혼이 4만 3121건으로 약 13.6%를 차지했다. 신혼부부 10쌍 중 1쌍 이상이 국제결혼인 셈이다. 특히 농촌의 경우 지난 해 무려 35.7%가 국제결혼이었다. 이처럼 한국에 온 결혼이민자는 늘고 있지만 상당수가 빈곤과 학대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이다. ‘국제결혼 10%시대’를 맞이하긴 했지만 정부정책과 국민인식은 아직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매매혼으로 이뤄지는 혼인절차, 배우자의 가정폭력 및 학대,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사회부적응, 혼혈아동에 대한 차별 등은 결혼이민여성들이 말하는 한국생활의 어려운 점들이다.
혈연주의와 혈통주의에 얽매인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인식, 여성을 상품으로 여기는 일부 결혼업체와 남성들의 행태, 모른 척으로 일관해왔던 정부정책은 결혼이민여성의 최소한의 ‘행복추구권’마저 빼앗아왔다.    

이에 더불어사는사회 6월호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대해 심층 취재해 보았다. 또, 최근 내놓은 각 정부부처의 지원책을 검토해보고 다문화사회를 맞이해서 우리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조명해보았다.


말로는 중매혼 실제는 매매혼 

결혼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은 어떠한 모습일까. 국제결혼에 대해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업체의 중매를 통해 결혼이 성사되는 것’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틀리지 않은 답변이다. 하지만 이것은 국제결혼 비율이 지극히 낮던 1990년 초반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2006년 현재의 국제결혼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다수의 국제결혼업체들은 낯 뜨거울 정도로 여성의 인권을 무시한 매매혼 방식을 택하고 있다.

C결혼업체 대표 김 모 씨는 자신의 업체가 시행 중인 국제결혼 매칭 방식을 이렇게 소개한다. 

“우선 인터뷰를 통해 여성의 국적이나 외모 선택에 조언을 해줘요. 국적이 정해지면 남성은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200여명에 이르는 여성의 프로필을 받아보죠. 10~20여명의 여성을 선택해 현지로 간 남성은 적은 돈으로 예쁘고 어린 신부를 데려 오려고 합니다.”
김씨는 국제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딱 2가지라고 말한다. 한 가지는 ‘돈을 얼마나 줄 수 있느냐’이고 두 번째는 ‘얼마나 예쁘고 착한 여자인가’라는 것. 그는 돈을 넉넉히 준 60대 후반의 노인이 18살의 어린 신부를 데리고 온 경우도 있다고 자랑까지 한다.

A결혼업체 부장 박 모 씨는 “결혼업체 대부분이 매매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그리 나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 “쌍방의 필요에 의해 성사되는 결혼이고, 우리나라 남자들이 몸매와 얼굴이 예쁘고 순종적인 여성을 밝히는 것처럼 외국여성들 역시 ‘돈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매매혼 문제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들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국제결혼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매매혼 방식’부터 깨야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인이주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한국남편들이 일방적인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며 모든 책임을 여성들에게 돌리는 것은 단지 ‘내가 사 온 사람이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서로의 조건에 합의해 단 시간에 결혼을 성사시키는 매매혼 방식으로는 결혼 후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업체의 매매혼 방식만큼이나 결혼을 원하는 일부 한국남성들의 잘못된 인식도 큰 문제이다. 결혼생활은 엄연히 부부가 함께 노력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남성들이 여성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자신이 배우자를 사왔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남성들이 올바른 결혼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매매혼에 있어 여성은 상품일 뿐

‘세계 10위’로 경제규모가 커지고 ‘한류열풍’등을 통해 국가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한국행을 원하는 저개발국 여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또 국제결혼을 원하는 남성들 역시 증가추세에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 남성과 저개발 국가 여성과의 결혼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다. 사랑 없는 결혼은 물론이고 물건 고르듯 배우자를 선택하는 비인간적 방식이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국제결혼업체임을 주장하는 B업체는 기자가 ‘가족이 국제결혼을 원한다’며 문의하자 상품을 설명하듯 필리핀 여성을 추천한다.

“필리핀 여자는 절대 낙태를 하지 않고, 모성애도 세계 제일입니다. 또, 낭비를 모르고 사치도 모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순종, 복종형 여자들이며 초혼일 경우 숫처녀가 많은 편입니다. 아담한 몸매와 예쁜 눈도 장점입니다. 또 남편을 잘 섬깁니다. 남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이해심이 많다고 생각하니 노총각과도 잘 어울립니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낙태, 순종, 복종, 숫처녀, 몸매 등의 듣기 민망한 단어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배우자를 찾는 사람들에게 해 주는 조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말이 ‘결혼’이지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사고에 빠져 여성을 물건 설명하듯 소개한다. 국제결혼의 어려운 점과 현실을 알려주기 보다는 ‘당신만을 위한 만능도우미 혹은 슈퍼우먼을 구입해라’는 식으로 ‘자극적인 광고’만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지에서 여성을 직접 만나보는 미팅방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업체가 선호하는 ‘단체미팅방식’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한 명의 남성이 20~30명의 여성을 세워놓고 손가락질을 하며 몇 명을 골라내는 방식이니 말이다. 때로는 남자의 성적농담과 성희롱을 참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매매혼방식의 국제결혼에 있어 여성은 기능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상품일 뿐인 것이다.   

국제결혼업체 허가제 도입 시급

이처럼 국제결혼의 인권유린 사례가 늘면서 한국이 주변국들로부터 국제결혼 요주의 국가 취급을 받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정부는 한국으로 결혼 이민을 계획 중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의 책자에는 ‘농촌지역 남성과의 결혼을 피할 것’, ‘재산 내용을 속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할 것, ‘에이즈·성병 환자인지를 확인할 것’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한국인과의 결혼비중이 높은 주변국들이 ‘자국 여성 보호가기’에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노력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국내 결혼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1,500여개의 국제결혼업체가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매춘 또는 유흥업소와 연계된 곳이고 또 대부분의 업체는 여성들이 ‘사기결혼’을 당했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 곳들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국제결혼업체 허가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결혼이민자지원센터 박영선 팀장은 “현재 인신매매와 매매혼 방식으로 진행되는 국제결혼은 폭력과 빈곤, 학대로 고통 받는 결혼이민여성을 양산하는 일 밖에 안 된다”면서 “여성의 인권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결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않는 업체를 골라내는 일이 궁극적으로 성공적으로 다문화시대를 준비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한다.

결혼이민여성의 인권이 도마 위에 오르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부도 ‘국제결혼업체 허가제’를 2007년까지 재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4월 2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 74회 국정과제회의에서 “국제결혼의 중개과정에서부터 인권심해가 심각한 상태이며 배우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의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이 제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 재정을 통해 국제결혼중개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결혼중개업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이를 어길 경우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규정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형법·옥외광고물관리법·소비자보호법 등 현행법을 통해 결혼중개업체의 불법행위를 단속할 수 있도록 일선 경찰관서에 ‘수사요령’을 하달하고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이처럼 뒤늦게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 지난 4월, 불어 닥친 ‘하인즈워드 열풍’에 생색 맞추기 정책이 아니냐는 것. ‘나와 우리’ 측은 “생색내기 식의 정책 집행으로는 결혼이민여성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결혼중개업체를 정리하고 지속적으로 단속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혼이민자의 3중고… 빈곤, 학대, 질병

‘코리아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시집 온 결혼이민 여성의 절반 이상이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명 중 한명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20%가량은 건강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북대 설동훈 교수팀에 의뢰한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 여성가구의 절반이 넘는 53%가 월평균 소득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전국의 국제결혼 부부 945쌍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끼니를 거르는 절대 빈곤의 결혼이민여성이 16%에 달했으나 정작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정부로부터 받는 사회복지 급여는 가구당 전체 소득의 0.5%에 그쳤다. 이들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현재 10명 중 6명이 음식점과 공장 등에 취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인노동자복지단체인 블링크의 이혜령 실장은 “국적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결혼이민여성은 한국에 시집와 아이 두셋을 낳고도 국적상 ‘외국인’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들의 대부분은 기초수급자 선정에서 제외된다”면서 “아이 2명을 둔 여성은 분명 4인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3인가구이기 때문에 4인 가구 최저생계비에 못 미쳐도 기초 수급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결혼이민여성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질병은 빈혈, 위궤양 등이었고 23.1%가 건강보험 등 의료보장을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13.5%가 남편의 손, 발에 의해 구타를 당하고 있었으며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도 31.0%나 됐다. 10명중 1명은 변태적 성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된 베트남 출신의 한 여성은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싶었고,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고향의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 하자마자 시작된 남편의 구타, 끼니조차 못 챙기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해 가출을 했다”면서 “지난번에도 가출을 했다가 잡혀서 남편에게 죽도록 맞았다. 이웃들과 경찰들조차 내가 맞는 것에 대해 관여하지 않아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며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말이 안 통해!” 문화차이·의사소통문제 심각

이처럼 빈곤, 학대, 질병에 시달리지 않을지라도 대다수의 결혼이민여성들은 한국생활 적응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문화 차이와 의사소통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이민여성 대부분은 한국문화나 한국말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온다.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는 혼인절차로 인해 배우자와의 문화차이는 물론 언어조차 통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남편이 인내심을 갖고 아내를 가르치고, 이해하지 않은 이상 부부불화는 피할 수 없다. 문화가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남편은 남편대로 답답하고 후회스럽다는 생각을 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소외감과 서러움이 밀려온다.

2년 전 필리핀 여성을 아내로 맞이한 문성찬(39)씨는 “처음에는 손짓, 발짓해가며 한국말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바깥 생활도 피곤한데 집에서 조차 내 말을 못 알아들어 피곤하게 하는 아내가 예쁠 수가 없었다”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서로 극복을 한 상황이지만 외국인아내를 맞이하려면 남편 역시 대단한 결심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혼 1년차 주부 나르지(27·우즈베키스탄)씨는 “1년 동안 복지시설 강좌를 통해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가족과 의사소통은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문제는 음식”이라면서 “맵고 짠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한국음식을 만들지도 먹지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문화와 언어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민여성은 전체의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이 비교적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다문화가정이 현실적인 도움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링크의 이 실장은 “현재 복지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어, 한국요리, 한국문화와 관련된 강좌는 우후죽순 격으로 체계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국가별로 연령별로 수준별로 교육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들만의 노력만을 강조하는 교육보다는 부부가 함께하는, 남편만을 위한 특화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기?’

최근 들어 각 부처마다 다양한 ‘결혼이민여성 지원책’을 발표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지원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 정부는 이미 국제결혼 13%시대를 맞이한 현시점에서 ‘하인즈 워드 열풍’이 불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듯한 모습을 풍기며 ‘외국인·혼혈인 차별금지법’ 재정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동안은 법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왜 침묵하고 있었던 것인가.
 
이주여성 다문화가족센터 측은 “올해 하인즈 워드가 이슈화되면서 국민들의 인식이 상당부분 개선되었고 그동안 무관심했던 정부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면서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이 빈곤과 학대, 편견과 차별에 시달렸다는 것을 정부와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각 부처는 어떠한 지원책을 내놓았을까. 우선 여성가족부에서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21곳을 지정, 전국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절반 정도가 설치된 상태인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민가족의 교육, 상담 등을 비롯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는 ‘자조집단’을 육성하는 한편, 각종 지원서비스를 시행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가정폭력으로부터 결혼이민여성을 보호하고 의료서비스 혜택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확대,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또 결혼이민자가족 전국 실태조사를 통해 올 하반기에 ‘중장기 결혼이민자가족 지원 정책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결혼이민여성 1366 전화 센터를 설치, 결혼이민여성들을 각종 어려움으로부터 보호하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국제결혼 중개업체 관리감독과 함께 결혼이민여성의 생계·의료지원 및 생활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인신매매성격의 국제결혼을 방지하는 한편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체류자격을 완화해 결혼이민여성의 불안정을 해소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빈곤에 시달리는 결혼이민여성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직업훈련과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교육부는 혼혈 아동의 학교생활 적응 및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의 양승주 국장은 “이번 국정회의를 통해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지원정책의 가이드라인은 그린 상태”라면서 “각 부처가 자유롭고 효율적인 정책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마련해 정책을 상호 보완해나간다면 3~4년 안에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정의 삶이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혈아동, “편견의 눈이 무서워요”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혼혈아동의 숫자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혈통주의에 얽매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운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만 해도 그렇다. 혼혈인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고, ‘한민족’이라는 혈통적 가치를 지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많은 혼혈인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문화 시대를 맞이해 가장 변화해야 할 것은 바로 국민들의 인식이다. 편견과 차별의 눈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우리의 혼혈아동에게까지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여성의전화 김성미 부회장은 “혼혈아동에 대한 사회적 냉대와 차별은 결혼이민여성의 가장 두려워하는 문제 중 하나”라면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길 원하지 않는 남편들도 있다. 결국 인종적 편견과 열악한 보육여건, 혼혈아동에 대한 차별 때문에 결혼이민여성 중 전체의 50.5%가 자녀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딸 진희를 출산한 마리안(31·필리핀)씨는 “많은 어려움을 각오하고 아이를 낳았다 할지라도 한국사회에서 아이에게 향해질 따가운 시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면서 “그래도 우리와 달리 한국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에게는 차별의 시선을 거둬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부분의 혼혈아동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냉혹한 현실에 맞딱드리게 된다. 생김새가 다르고, 엄마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해 집단구타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그나마 중국과 몽골 엄마를 둔 아이들은 외모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지 않아 그 피해 정도가 낮은 편이지만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해 흑인혼혈 아이들은 다른 외모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2년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하연(10)양은 “아이들이 곱슬머리에 까만 얼굴을 가진 나와 엄마를 계속해서 ‘깜둥이’나 ‘폭탄머리’라고 놀린다. 그럴 때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면서 “가끔은 엄마와 닮은 내 자신이 너무 싫을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중앙대 오성배(사회학과)교수의 ‘코시안의 아동성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코시안아동이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는 ▲엄마가 외국 인이기 때문(34.1%) ▲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20.7%) ▲태도와 행동이 달라서(13.4%) ▲외모가 달라서(4.9%)등으로 조사되었다.

혼혈인 지원단체인 펄벅재단 측은 “재단에서 관리하는 혼혈아동 10명 가운데 1명은 또래의 놀림과 왕따 등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이미 왕따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혼혈아동, 교육의 권리 보장해줘야

언어장벽으로 인해 겪는 혼혈아동들의 전반적인 학업부진 역시 큰 문제이다. 한국어가 미숙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독해와 어휘력, 쓰기, 작문 능력 등도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원인도 이들의 언어장벽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2005년 미래인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혼혈인 미취학 아동 중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는 경우는 14.5%로 우리나라 미취학아동 보육시설 이용률 56.8%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 밖에도 펄벅재단에서 1964년부터 2002년까지 지원한 혼혈아 4400여명의 학업상태를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때 전체의 9.8%, 중학교 때 17.5%가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일반 중학교 중퇴 비율인 1.1%에 비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이다.

자녀의 학업부진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밀렛 씨(37)는 “초등학교 1학년 때만 해도 다른 아이들과 성적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는데, 3학년 들어서는 선생님이 보충지도를 해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학원과 각종사교육을 받은 아이들과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 입학한 아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고백한다.

경기도 가정정책과 이정화 씨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혼혈 1세대의 고통이 혼혈 자녀에 그대로 전가되는 것”이라면서 “이는 차별과 가난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고 상당수의 혼혈아동이 사회빈곤층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혼혈아동의 교육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교육인적자원부는 ‘다문화 가정’을 품어안는 교육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다문화가정 자녀 위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개설 지원 ▶대학생 멘토링 대상자로 다문화가정 자녀 우선 선정 ▶교사 및 또래집단과의 1대 1 결연을 통한 자녀의 정서적 안정 도모 ▶교원연수 강화(소수자 배려교육·한국어(KSL)교육·한국문화 교육) ▶교육과정 개정시 중3 도덕교과에 ‘타문화 편견 극복’단원 포함 ▶지역인적자원개발(RHRD)사업 통한 지역단위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불법체류자 자녀의 교육권 보호 위한 부처 협의 추진 등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김진표 장관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학습결손’과 ‘편견과 차별로 인한 학교 부정응’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면서 “이번 교육지원대책은 장기적으로는 혼혈아동을 우리사회의 유능인재로 만드는데 맞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이번 정책 역시 ‘장단 맞추기’정책이라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수차례 혼혈아동 교육지원정책 수립을 건의했지만 그동안 모른 척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펄벅재단 측은 “취학 이후의 학교수업 위주의 교육지원도 중요하지만 미취학아동의 사전교육도 중요하다”면서 “한국말과 한글을 모르는 엄마들 밑에서 7여년을 지내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진 후이기 때문에 조기교육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시대, 국민인식 개선이 우선

이제 우리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각 정부부처에서도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하나같이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원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발전적인 다문화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결혼이민여성, 이주노동자, 그리고 그들의 자녀는 우리가 해결 못하는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소중한 이웃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시집가기를 꺼려하는 농어촌 가정을 누가 채워줬겠으며, 저출산, 노동력 부족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누가 아이를 낳아줬겠는가. 또 저임금에 열악하기까지 한 중소기업에서 누가 힘들게 일을 했겠는가.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어두운 곳에는 분명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이제 우리의 머리 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편견과 차별을 버릴 때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2006년 6월, 이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악마가 되어 한국축구팀을 힘껏 응원할 진정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글/안주영 사진/최경훈 기자
사진제공/여성부·보건복지부·결혼이민자지원센터
이주노동자인권센터·이주여성인권센터

안주영 기자 [블로그/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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