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나를 두 번 울리게 한 이유
필리핀에서 여러 사진작업을 하며 조용히 눈물을 두 번 흘린 적이 있었다. 첫번째는 필리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dumpsite(쓰레기장)인 Tambakan에 발을 디딘 첫째 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나의 상상을 초월했던 곳이었다. 30'C가 넘는 쨍쨍한 햇볕아래 부츠를 신고 '쓰레기 언덕' 위를 밟으며 온갖 악취를 맡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토해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저만치에서 7살 되어 보이는 어떤 여자 아이가 음식 쓰레기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생계를 위해 악취와 함께 쓰레기장에서 24시간 파묻혀 사는 필리핀 scavengers를 보며 가슴이 아팠지만, 무엇보다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은 어린 아이들과 임신한 여자들이었다.
내 나이 23. 이 여자는 아마 나보다 나이도 훨씬 어릴 것이다. 이들은 어렸을때부터 매우 혹독하게 자라 피부며 얼굴이며 빨리 삭아버린다. NO FEAR, 즉 '두려움은 없다'라는 티셔츠를 입고 쓰레기를 찾으며 당당히 돌아다니는 이 여자를 보면서 담배를 물고 다가오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외국인인 나와 눈이 마주쳤을때는 그녀의 얼굴엔 작은 미소와 동시에 상당한 수줍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No Fear아래 그들의 순박함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렇게 나는 그들과 눈빛으로 대화를 나눴다. 물론 옆에서 나의 안전과 통역을 위해 도와준 필리핀 사진기자가 있었지만 이렇게 나는 그들과 매일같이 거의 24시간을 지내며 내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또 다른 내 자신과 그들을 찾아가며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Tambakan에서의 사진작업 마지막 날. 역시나 그들은 나를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버린 한 달도 안 된 죽은 아기의 corpse를 발견한 것이다. 악취와 함께 너무나도 비굴하게 버려진 상태라 시체를 보는 순간 정신이 멍했다. 귀도 멍했고 눈도 멍했다. 그래도 이럴때일수록 더 강해져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이건 누가봐도 아니었다. 가슴이 정말 아팠다. 곧바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은정아 이게 끝이 아니야, 오늘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야'라고 속삭였다. 맞다. 그동안 내가 알았던 Tambakan은 사라졌고, 서서히 내 눈엔 새로운 시야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끝이란 없다.
아쉽게도 Tambakan에서의 마지막 날이 비로소 진정한 이 dumpsite를 알게 된 나의 첫날이었다.
정말이지 최악 중 최악의 경험과 함께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내 사진작업이 조금이나마 이 사람들의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이들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마닐라 구석구석에서 온 온갖 쓰레기물은 이 곳 Tambakan에 무작정 버려지고 있다. 규모도 상당하다. Scavenger들은 이 버려진 쓰레기를 매일 24시간 종류별로 recollect하여 다시 팔고 있다. 거기엔 aluminum도 있고, plastic도 있으며, glass, box, rice 등이 있다. 필리핀의 경제 일부분을 살려주는 눈에 보이지 않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에는 결혼하여 가정이 있는 사람도 있고, 공부하고 싶어 쓰레기를 팔아 학비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할 일도 없고 능력이 없어 스스로 scavenger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돈, 권위, 부자.
왜 강한 자는 계속 강해지고, 약한 자는 계속 약해져야 하나.
왜 당하는 자는 항상 약한 자여야 되는가.
지금 이 시각에도 이들은 쓰레기를 실은 트럭을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그 쓰레기 속에는 그들의 내일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