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비오는 날을 제일 싫어했다
깔끔하고 멋내기 좋아하는 성격에
바지 끝이 빗물에 젖어 철퍼덕 거리는 것을 못 참았고
밖에 나가 땀 흘리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
가만히 앉아 빈둥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런 그의 성격에
비가 온다는 핑계로 짧은 반바지를 입고
비가 온다는 핑계로 블루마운틴이 맛있는 그 카페에 가자고
조르는 나에게 싫은 소리를 못해서,
그래서 싫어했다
나는 그와 반대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했고
빗소리를 좋아했고
가끔씩은 신발 젖는 걱정 따위 하지 않고 물 웅덩이를
걷어차는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아마 우리는 그래서,
그렇게 많이 달라서,
그렇게 일찍 헤어졌는지도 모른다
또 다시 어느 날의 여름, 장마는 다가왔고 사람들의 안부 인사는
또 그 어느 날의 여름, 장마 때 처럼
'내일은 비가 온다네요, 우산 챙기세요'로 대신하고 있을 그 때
나는 스팽글 비즈를 붙이는 작업 막바지로 한참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선배 하나가 비즈를 집어 들면서
건조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일 비가 온다던데?"
내가 대답했다
"전 비오는 걸 좋아하니까요"
그리고선 잠시 글루를 집은 손을 내려놓고 생각했다
'물론,몹시도 그 사람은 싫어하겠지만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서
그가 좋아하는 클래식 기타 음반을 마구잡이로 사서 듣고
초밥을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일은
클래식 기타와 초밥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일이지만,
꼭 그래야겠다고 의무감에 불타는 것은 오히려 서로에게
더 빨리 지치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비 오는 날의 블루마운틴 커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