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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시각으로 본 여성의학 vol.1 [ch.1 임신]

안건국 |2006.09.13 11:19
조회 34 |추천 0

원문출처 : 서프라이즈

 

링크 :

http://www-nozzang.seoprise.com/board/view.php?uid=147901&table=seoprise9&mode=search&field=nic&s_que=여우본색&start=&level_gubun=&field_gub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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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젤 워싱턴과 맥 라이언이 출연한 커리지 언더 파이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98년 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맥 라이언은 군용 헬기 파일럿이자 분대장인 열혈 여성으로 출연합니다. 그저 우연히 걸려든 김에 봤던 영화인데도 거의 10년이 지나도록 가끔 이 영화가 생각나는 이유는 헐리우드판 라쇼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던가, 영화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사소할 법한 한 장면 때문입니다.

 

맥 라이언과 분대원들은 적진에서 추락하여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공포의 밤을 보내게 됩니다. 극한 상황에서 분대원들은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며 사분오열 직전이 되고 여자 분대장의 명령 따위는 얼마든지 묵살한 채, 자기들끼리 짜고 분대장 하나만 죽여 없애도 쥐도 새도 모르게 될 분위기가 된 거지요. 맥 라이언에게 한 분대원이 즉결 처분을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말다툼을 빙자한 항명을 하는 장면에서 맥 라이언이 빽 소리를 지릅니다. "웃기지 마. 이래 뵈도 나는 4킬로그램짜리 아이를 자연 분만한 몸이라구!" (더빙 외화를 본 관계로 대사의 정확성은 50% 이하입니다만 아무튼 내용은 저렇습니다)

 

그 대사를 들으며 저는 사실 속으로 몹시 못마땅했었습니다. 남자의 세계 중에서도 살벌한 남자의 세계인 군대에서, 그 남자들을 지휘한다는 사람이, 총알이 날아다니는 적진 한복판에서, '고작' 아이를 낳았다는 걸로 자랑을 삼다니, 저러니 여자가 통솔을 하면 남자들이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시 스쳐가는 순간, 그 영화 속에서는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맥 라이언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항명을 하던 분대원이 그야말로 기가 팍 죽은 표정을 하면서 깨갱하더라는 것이죠.

 

지금까지도 간혹 그 영화가 생각날 때가 있는 이유는, 제가 몸담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 영화와는 너무나 다른 반응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완전군장하고 40km 행군을 불굴의 의지로 해낸 이야기는 제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숱하게 들어 보았고 그 과정을 묘사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순례를 끝내고 난 후 혜안을 얻은 붓다인 양 구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만 (여자들이 그 떠벌림을 지겨워하든지 말든지는 사회적 인정 여부에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3.5킬로그램의 아이를 자연 분만 했다든가 막판에 임신 중독증으로 수축기 혈압이 200 이상 치솟는 나머지 태아가 2킬로그램이 갓 넘은 상태에서 고혈압으로 인한 전신마취의 위험을 감수하고 제왕절개를 하여 아이를 낳은 무용담은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 말입니다.

 

여기 서프앙님들은 그런 분들이 없으시리라 믿지만, 자신들이 경험한 개 같은 군 생활은 사회가 인정해 주어야 하고, 여자가 군대를 안 가는 것은 여자들이 특권을 얻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자는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항변을 하면 하여간 여자들은 누구나 하는 애 낳는 거 갖고 물고 늘어지기는 드럽게 물고 늘어진다는 몇몇 남성을 위해, 그리고 그런 남성들 앞에서 분하기는 하지만 무어라 할 말이 없다는 여성분들을 위해, 그리고 그 정도로 무지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어머니가 혹은 당신의 아내가 겪는 임신 출산의 고통이 의학적으로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를 50%도 알지 못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남성분들을 위해 임신과 출산 과정이 모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의학적으로 써 나가볼까 합니다. 임신 출산만으로도 꽤 여러 편의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자 은밀히 다가와 그게 자기한테 옮지는 않았을지 걱정하는 남편 분들께 오히려 아내의 자궁경부암이 남편 탓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써 볼 것이며, 외국에서는 거의 다 남편이 발견해 준다는 유방암을 우리나라에서는 목욕도우미(일명 때밀이) 아줌마들이 발견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써 볼 예정입니다. 정기적으로 한 번씩, 어떤 방법으로도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남성의 성욕 부분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지만 여성의 생리통을 줄여줄 수 있는 친환경, 대안 생리대는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으니 많은 분들의 아내와 딸들을 위해 유용하게 알아두실 내용으로도 써 볼까 합니다.

 

나름대로 일생에 처음 해 보는 대장정을 앞두고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을 그다지 속 넓지 못한, 혹은 독해력이 떨어지는 몇몇 남성분들께서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잘못 이해하신 나머지 욱하는 반응을 과하게 보이실까봐 그게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쓰는 글들의 의도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다만 잘 몰라서 나쁜 남자가 되어버리는 많은 선량한 남성들을 위해 그 모든 일을 겪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의사로서 조근조근 설명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조만간 임신 중 태아가 모체에 미치는 엄청난 악영향에 대한 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출발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맛 뵈기로 살짝만 말씀드리자면, 제가 의대에 다니던 시절 한 산부인과 '남자' 교수님께서 해 주신 말씀을 인용해 볼까 합니다.

 

"태아는 의학적으로 볼 때 기생충 중에서도 아주 악성 기생충이다"

 

임신을 하면 대부분의 여성은 빈혈이 생깁니다. 그것까지는 미혼인 남성분들도 다 아실만한 상식선의 이야기이지만 그 빈혈이 생기는 이유가, 단지 혼자 먹던 피를 둘이 나눠먹으려니 피가 모자라서 생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더 큰 이유는 태아가 모체를 일부러 빈혈에 빠뜨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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