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시집갈 날을 받아놓고
얼마 안 있어
어느 날엔가 나는 괜시리 서글픈 마음이 들어
지난 나의 사람들을 찾아보려 했을 때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믿을 수 없이 텅 비어진 사진첩을 마주해야 했다
김 서방이 보면 불쾌해할까 다 버렸다는
어머니를 그대로 서서 바라보다가
비에 젖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뒤지고 사라진 너의 얼굴을 찾아
울었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었다고
마음대로 이래도 될 거라는 내 어머니의 당당함도
나의 얼음 같은 분노에 숨 죽였다
그렇게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은 것이 없게 되었다
상황이 그러하니 살다가 문득이라도 너와 나의 기억
하나 떠오를 때면
나는 사진도 한 장 없는 딱한 것이니
기어이 그 하나 가는 기억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사진 한 번 꺼내어 보고 웃고 말 일을
이렇게 하루가 다 가도록 우울히 만들었다
cmkm, Jin-kyung 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