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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 짐이 되기 싫어서...

장도영 |2006.09.17 20:50
조회 67 |추천 1


 

 

그 남자...

 

 

과외 받는 학생이

냉수를 내왔는데...

하필 유리컵이 파란색이네...

 

너는 파란색 유리컵에 담긴

물만 보면...

장난스럽게 그랬지...

"이거 꼭 변기에 담긴 물 같지 않아?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너 못 마시겠지? 그치?"

 

나는 그 생각이 나서

잠깐 그 물컵을 외면했다가

그랬다가,

한숨에 다 들이켰어...

 

그 학생이 지금

라면을 먹고 있다며

내게도 좀 먹으라 말했을땐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 놓고는...

젓가락을 챙챙 부딪치며

배고파, 배고파,

노래처럼 종알거리던

니 목소리를 대번에 떠올리지...

 

지금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학생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예습 복습도 한 적 없는데..

한 번에 모든 걸

내 머릿속에 새겨놓은 너...

 

어차피 헤어질 거였으면..

너 차라리,

내 과외 선생님으로

태어나지 그랬니,

내가 지지리 못하던

수학 선생님으로...

 

그랬다면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과외나 하고 있지 않고..

좋은곳에

취직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랬다면, 너를........

그렇게 자신없게

보내지도 않았을텐데....

 

 

 

그 여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크지 않는 키의 남자 ...

좁은 어깨가 너랑 많이 닮았다..

 

오늘은 화요일...

너는 지금쯤 카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과외를 하러 갔겠구나...

 

밥은 먹었을까?

화요일은 니가 과외가 두 개나 있는 날인데...

 

넌 또 밥도 먹지 못한 채로

어느 집, 펼쳐 놓은 상 앞에 앉았을까?...

어머님이 가져온 물 한잔을 마셔가며..

조는 아이 깨워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까?...

 

학창 시절 수학이 그렇게도 싫었다던 너는

과외를 가기전이면 늘 같은 소리를 했지...

"대학가면 수학문재 안풀어도 될 줄알았는데...

과외때문에 고3 때보다 더 많이 푸는 것 같아..

난 정말 수학이 싫어..."

 

그런 너를 등 떠밀어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지금처럼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 있으면

나는 무기력한 내가 싫었어...

 

내가 꼭, 니 무릎에 놓은 짐짝 같았어..

너는 나를 안아 들 수도

땅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 내가 헤어지자 했을 때

니가 별말없이 그러자 했던 거,

나는 원망 안 해...

니가 원망하지 않았던 것 처럼...

 

다만 나는 궁금해.

니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그런게 나는 아직도 궁금해...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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