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과외 받는 학생이
냉수를 내왔는데...
하필 유리컵이 파란색이네...
너는 파란색 유리컵에 담긴
물만 보면...
장난스럽게 그랬지...
"이거 꼭 변기에 담긴 물 같지 않아?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너 못 마시겠지? 그치?"
나는 그 생각이 나서
잠깐 그 물컵을 외면했다가
그랬다가,
한숨에 다 들이켰어...
그 학생이 지금
라면을 먹고 있다며
내게도 좀 먹으라 말했을땐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 놓고는...
젓가락을 챙챙 부딪치며
배고파, 배고파,
노래처럼 종알거리던
니 목소리를 대번에 떠올리지...
지금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학생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예습 복습도 한 적 없는데..
한 번에 모든 걸
내 머릿속에 새겨놓은 너...
어차피 헤어질 거였으면..
너 차라리,
내 과외 선생님으로
태어나지 그랬니,
내가 지지리 못하던
수학 선생님으로...
그랬다면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과외나 하고 있지 않고..
좋은곳에
취직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랬다면, 너를........
그렇게 자신없게
보내지도 않았을텐데....
그 여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크지 않는 키의 남자 ...
좁은 어깨가 너랑 많이 닮았다..
오늘은 화요일...
너는 지금쯤 카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과외를 하러 갔겠구나...
밥은 먹었을까?
화요일은 니가 과외가 두 개나 있는 날인데...
넌 또 밥도 먹지 못한 채로
어느 집, 펼쳐 놓은 상 앞에 앉았을까?...
어머님이 가져온 물 한잔을 마셔가며..
조는 아이 깨워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까?...
학창 시절 수학이 그렇게도 싫었다던 너는
과외를 가기전이면 늘 같은 소리를 했지...
"대학가면 수학문재 안풀어도 될 줄알았는데...
과외때문에 고3 때보다 더 많이 푸는 것 같아..
난 정말 수학이 싫어..."
그런 너를 등 떠밀어 버스에 태워 보내고
지금처럼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 있으면
나는 무기력한 내가 싫었어...
내가 꼭, 니 무릎에 놓은 짐짝 같았어..
너는 나를 안아 들 수도
땅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없었을 거야...
그러니 내가 헤어지자 했을 때
니가 별말없이 그러자 했던 거,
나는 원망 안 해...
니가 원망하지 않았던 것 처럼...
다만 나는 궁금해.
니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그런게 나는 아직도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