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경상도. 제 동생의 남편은 전라도. 동서화합형
결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라도 사람들은
어쩌구 저쩌구" 라는 유언비어와 "경상도 사람들은 어쩌구
저쩌구" 란 말들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 신나게 동생의 집으로.
모처럼 이틀이란 여유시간이 생겨 동생의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나: (하늘을 바라보며)음... 쾌청한 하늘이야. 아~ 밤공기가 넘 좋다.
오일도 함 확인을 하고, 타이어 상태도 점검, 이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졸지만 않고 조심해서 가면 되겠군^^
세상에,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대전쯤 갔을 무렵이었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쾌청한 하늘에서 눈이 나풀나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 (짜증스럽게)우쒸! 무신 눈이 오고 그러냐? 별로 낭만적이지도
않은데...지금은 말야. 설마 금방 그치겠지?
그 때 제 시야엔 고속도로 상황판이 보였습니다.
'전주지역 폭설.월동장비를 갖추세요'<-음 이런 문구였나 봅니다.
차들은 씽씽 달렸고, 저도 뒤에 따라붙어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대전을 지나서 유성을 넘어서자 마자 눈이 시야를 가릴 정도로
내리기 시작했고 저는 차를 세우고 체인을 감았습니다.
체인 감으면 시속 50키로 정도로 달려야 하는 거 아시죠?
완전히 거북이였습니다. 체인도 감지않은 차들은 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제 옆을 쌩쌩 달리고...
해서 체인을 풀어버리기로 했습니다. -_-;;
나: 히야~ 체인을 풀고나니 참 잘 달릴 수 있구나.
여산휴게소...? 부근에 다다랐을 무렵 제 앞에 그랜져가 고개 넘어로
사라졌습니다. 빨랑 쫓아가야지...저 차가 내 길잡인데...
고개길을 넘자마자 반짝반짝 윤이나는 도로! 그랜져가 미끄러져
길옆에 세워둔 트럭에 부딪히는 걸 본 순간 저도 모르게 그만
브레이크에 발을 대고 말았습니다.
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구나... 형철아 살아야 한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기억들이 내 머리속을 맴돌았고 급기야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나: 죽었나 보군. 천국일까 지옥일까?
차에서 내려보니 저는 멀쩡했고 제 차는 휴게소의 경계석을 타고
넘은 상태로 뒷바퀴가 찢어져 있었습니다.
어찌할꼬...? 일단 전화를 해야지. 건데 레카를 부르려면 어디다
전화를 해야하지? 일단 휴게소에 가서 물어봐야 겠다.
그 때, 사고를 목격한 아저씨 몇 분이 저에게 오셨습니다.
(사투리가 서툴러도 이해해 주세요)
아저씨: 아이구, 어쩐댜?
나: 아저씨 레카를 불러야 하는데 전화번호좀 가르쳐 주실래요?
아저씨: 아녀, 레카는 필요없겠는디? 타이어만 갈아끼우면 되겄어.
일단, 차를 길옆으로 빼고 작업을 혀.
나: 이거 고마워서...
아저씨: 뭐혀? 후딱 운전대 잡지 않구서?
차를 길 옆으로 빼고난 뒤.
아저씨: 생긴 걸 보니까 타이어도 안 갈아봤겠는디?
나: 갈아야죠...뭐.
아저씨: 어이! 어이! 일루들 와봐.
나: 아뇨...그냥 저 혼자 하면 되요.
아저씨: 긍께, 우리가 후딱 하면 빨러. 총각은 휴게소에서 몸이나 녹여.
저는 너무도 고마워서 아저씨들께 뜨거운 커피라도 대접을 하려고
휴게소에 다녀왔더니 아저씨들은 체인까지 감아 주셨습니다.
나: 이거 커핀데요 달리 대접할 방법이 없어서...
아저씨: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우린 이런 거 먹으려고 한건 아닌디?
나: 그래도 제 성의니까 받아주세요.
아저씨: 아 시방 우리가 이 눈을 맞으면서 고생한게 있는디
커피로 때우려고 하는겨?
그 때 전 앞에서 말씀드린 "전라도 사람들은 어쩌구 저쩌구"란 유언비어가
떠올랐습니다. ´역시, 사람들 말이 틀리지 않았어. 그러면 그렇지
댓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줄 사람들이 아니지...에이...´
나: 그럼 얼마나 사례를 하면 될까요?
아저씨: 사례라니? 허허~ 농담을 참 새겨듣는 구먼...
같이 운전하는 사람들끼리 도와야지. 아 이런 날씨에
사고를 당해봐. 얼마나 황당하겄어? 나도 다 이래 본
경험이 있길래 돕는 거여.
얼마나 미안하던지...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아저씨: 아! 사람들이 전라도 사람들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말여
대한민국에서 이놈 저놈 따질게 어디가 있어? 안그랴?
자넨 고향이 어딘가?
나: 고향은 서울이지만 경상도가 본적이예요.
아저씨: 그랬구먼...어때? 전라도 사람들 맴이 나빠?
나: 하하. 아저씨 아저씨 말씀이 다 옳아요.
사고가 나서 황당한 여행길 끝에 참 즐겁고 유쾌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전라도 사람들 그리고 경상도 사람들... 모두 모두
좋은 사람들입니다. 정치인의 악의적인 지역감정 유발에 현혹되지
마시고 대한민국은 정이 넘치는 따듯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생각으로 서로가 서로를 대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정치논리에 휩싸여 서로 손가락질은 그만 접으시고 서로 서로 의지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http://www.dayogi.org/?doc=bbs/gnuboard.php&bo_table=walk&wr_id=71
읽다가 좋아서 퍼왔어요. 출처표기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