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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이별

이재호 |2006.09.21 05:53
조회 16 |추천 0


그 길에 들어가는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밤늦도록 빗속에 천가죽처럼 묵직하게 처진 고목들이 줄 서 있고 그 길에 가는 자를 못 비추는 무뚝뚝한 등이 서 있습니다 헌 세상 같은 밤이 차고에 들고 얼룩이 배어 있는 이마를 나는 핸들 위에 가만히 찍습니다 짧지만 진행됐을 사랑이었습니다 진흙수렁에 화단 한 평은 올렸을 사랑이었습니다 내 몸만해도 벌써 말라 조만간 당신이 뒤져보지도 못했을 테지만 신음소리 없는 인연을 바랄 턱도 없었겠지만 사랑은, 병 깨는 소리에 놀라는 참 오래된 밥집만 남은 쓸쓸한 공원 같습니다 무변대핸데 라고 당신 말하겠지만 차라리 내게서 아주 멀리 가는 당신의 전부가 이제 첫 생에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고통 바다라는 구원이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던 거지요 움푹한 영혼이 살았던 방바닥에 입맞춤 하나가 아직 일어나지 않지만 이제야 길을 잃어도 내가 없는 당신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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