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내내
정화영
초록줄 무늬 꽁치씨는
멋진 날개를 달고 하늘 끝까지 날아
하얀 구름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더 높이 올라 하능릐 끝을 직접 보고 싶어했습니다
시원한 하늘과 하얀 구름들...그리고 하늘의 끝...
초록줄 무늬 꽁치씨는 매일매일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 꽁치씨에게
친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런 허황된 꿈은 일찌감치 잊어버리라고
초록줄 무늬 꽁치씨는 점점 꿈을 잃어갔고
날 수 있을거란 상상조차 잃어버릴 즈음
식탁 위의 거무스름한 꽁치구이씨로 변하게 되었고
그날 저녁에 우린 만나게 되었습니다
꽁치구이씨
지금은 타 버렸지만 이쁜 날개를 가지셨군요
무슨 소리야
난 처음부터 날개가 없는 꽁치였을 뿐이라고
잘 보세요. 당신의 꼬리
어제 화단에서 본 나비의 날개와 똑같은 걸요
그렇담...내게도 날개가 있었던 거야?
아무도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는데
그 정도면,
하늘을 날기에 충분해 보이는데
초록줄 무늬 꽁치씨가
타버린 꽁치구이 씨가 되던 날
그의 꿈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내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꿈이 사라지고 이루어지는 순간은
언제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잃어버린 꽁치구이씨는
꿈을 꾸던 내내의 뱃속으로 사라져갔고,
내내가 늘 꿈꾸어왔던 감칠맛 나는
꽁치구이의 꿈은 그날 저녁에 이루어진 셈입니다
그렇게 꽁치구이씨의 슬픈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내내야
난 이제 꿈이란 걸
늘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기로 했어
잊지 않고 가끔씩 꺼내 보면서 언젠가 이루어질 날을 꿈꾸면
약간은 배가 부른 듯한 든든한 마음이 들거든
커다란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아서,
그곳으로 가는 꿈 말야....
너와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