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가을 운동회"
예나 지금이나 모래 운동장에 바람을 가르며 청명한 하늘에는
만국기가 나부낀다...
국민의례와
교장선생님의 기나긴 개회식 선포가 되면서
하나둘씩 엄마들은 돗자리며 도시락를 양손에 가득 들고
내 아이를 찾느라 연신 두리번 거리며 교정을 누비고,
동네 경로당 어르신들은 옛추억을 더듬으며
내 손주가 다니는 학교가 아니라도
간만에 재미나는 구경거리에
급하게 운동장으로 들어오시고,
교문앞에는 삑삑이 파는 아저씨,
뽑기 아줌마,
아이스박스에 담은 음료수를 파는 총각,
그리고 둥그런 양은 속에 실가닥같은 설탕가루를 흩날리며
솜사탕을 마술처럼 뽑아내는 할아버지가 접령하시고 있다.
후진 음질의 스피커 속에서는
큰 소리로 내질러대는 간들어지는 동요가락이 퍼져나가고,
간간히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고함소리가 섞여있다.
아이들은 모래 바닦에 앉아 모래장난에 열중해,
타학년이 한달여간 준비한
꼭두각시 춤이며,
훌라우프 마스게임
부채춤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간혹 철봉에 매달려 교문밖으로
엄마,할머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나
시선이 꽂힌 아이들도 보인다...
운동회에 오긴 왔지만,
내내 뻘쭘한 어정쩡한 양복의 아빠들도 간혹 눈에 띄고
선생님들은 단체로 맞춘 줄잡힌 회색 추리닝이 촌스럽다며
학부형들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낸다.
운동회의 박터트리기 순서에서는
백군의 박이 너무 일찍 터져서
공한번 못 던져본 1학년 아이의 얼굴은 울상이 되고
신나게 모래주머니를 던지다
어디선가 날아온 친구의 오재미에 머리를 맞은 아이는
씩씩대며 누가 그랬는지 두리번 거리느라
박이 터져 오색 색종이가 얼굴에 붙는것을 마냥 귀찮아 한다.
가을 운동회의 백미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이어달리기"다.
첫 스타트!
일학년 고물고물한 어린아이 둘이서
엄마 뒷꽁무니를 뛰어가는 듯한 간신히 느리지 않은 발걸음으로
운동장 반바퀴를 뛰어낸다.
그 뒤를 이어 떨어뜨리지 않고 이어받은 바통에
제 자신도 흐뭇해하며 이학년 어린이 조금은 빠르게 뛴다.
삼학년, 사학년,
오학년으로 이어지면서 잠시 학부모가 대타로 뛰는게 아닌가
깜짝 놀래킨 발육상태가 좋은 크나큰 청군 처녀가
역전을 시킨다.
모래장난하던,
솜사탕 사내라고 떼쓰던 코흘리개 1학년도 갑자기
한 곳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운동장 어느 구석에서 전화하던 아줌마,
스탠드에 앉아계시는 교장님 이하 내빈어른들도
이내 한마음이 된다.
어느 편이 이기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학년 대표로 선발되어 죽어라고 신발까지 벗어던지고
역전시킨 5학년 언니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드디어 마지막 6학년주자!
최고학년 언니는 두바퀴를 돌아야 멋진 휘니시를 할수있다.
긴머리를 날리며,
엄마들만한 큰키로, 긴다리로
한마음이 되어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맘껏 즐긴다.
힘겹게 역전한 주자의 기세를 이어
결국은 청군의 뒷심이 힘을 발휘한다...
가슴에서 북받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교무주임 선생님,
"청군 승리 500추가!!!"
"와~~~"
마지막 10여분에 모든이들은 자신의 아들딸들의
운동회를 감격하며 얼굴에는 환한 웃음을 짓는다.
새벽부터 김밥을 싸고,
어제 저녁부터 음료수를 얼리던
모든 노고가 이 한편의 휴먼 드라마에
기분좋게 푸르른 가을 하늘이 되다...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입을 삐죽거리며 입장한 운동회!
근데 정말 "한마음 가을 운동회"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