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군복무와 생리, 임신.

이강영 |2006.10.14 14:09
조회 36 |추천 0

여자가 군대에 가야하는지, 가면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여성의 군복무 반대 주장의 근거로 흔히 거론되는 생리, 임신 등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 글을 쓴다.

 

1. 여자는 생리, 임신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거기다 군대까지 가라니 말이 되느냐

 

 이런 주장의 이면에는 '군대=고통'이라는 명제가 깔려있다. 즉, 여성의 군복무는 여자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과연 이 나라에 군대만이 고통일까? 학교생활, 직장생활 역시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다음과 같은 주장 역시 가능해진다.

"여자는 생리, 임신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거기다 일까지 하라니 말이 되느냐. 일은 체력 좋은 남자들이나 하고 여자는 놀아도 월급을 달라."

보다시피 이는 궁색한, 선천적으로 주어진 조건을 빌미로 사회적 책임까지 면피하려는 아주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과연 군대의 24시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군대에서 뭘 하는지나 알고 저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군대 가면 무슨 화생방인지 뭔지도 하고 하여간 고생한다더라라는 말만 어깨너머로 듣고 막연한 공포심만 갖고 있을 뿐이다. 군대가 무슨 화생방만 1년 내내 하는 줄 아나? 한 가지 알려주자면, 군대에서 6주 훈련기간이 힘들 뿐이지 실무생활에 배치되고 나면 일년에 한두번 훈련하는 것 외에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일반 직장생활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되고(물론 부대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더욱이 공익근무의 경우 그것마저도 없으니 직장생활과 완전히 똑같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본인도 입대하기 전까지는 군대에 이병, 일병, 상병, 병장밖에 없는 줄 알았다. 맨날 정해진 시간도 없이 훈련만 빡세게 하고 구르고 그러는 줄 알았다.

 여성들은 이런 주장에 앞서, 과연 군대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자로 태어나 생리도 임신도 못하니 삶의 고통을 공평하게 짊어지기 위해 일부러 고생을 하려고 만들어낸 곳이 군대란 말인가? 결코 아니란 말이다.

 

 

2. 여자가 군대에 가면 할 일이 있기나 하겠느냐

 

 이런 주장 역시 군대란 곳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여자도 청소 할 수 있고, 워드프로세서 쓸 수 있고, 엑셀 쓸 수 있고, 복사기 쓸 수 있고, 붕대감아 줄 수 있고, 서류 찾아올 수 있고, 보급품 관리대장 작성할 수 있고, 전화받을 수 있고, 요리할 수 있다. 남자가 하는 일은 여자도 다 할 수 있다. 게다가 공익근무요원은 집에서 공공기관 출퇴근하는 보통의 직장생활일 뿐이다. 이런 것마저도 여자니까 못한다는 건 "여자는 약하니까 아무 일도 시키지 말아라"라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며, 즉 여자가 군대가면 할 일이 있느냐는 물음은 "여자가 직장생활 어디 제대로 하겠느냐"란 질문과 전혀 다를 바 없다.

 

 

3. 기타

 

 이제 더이상 '군복무'라는 말만 듣고 자신만의 환상(공포심)에 휩싸이지 말자. 군복무중 스스로 느낀 것을 잠깐 말해보자면, 2년여간 최하위 계급과 중간계급, 상위 계급을 차례로 겪어보면서 깨달은 게 많았다. 지시를 받는 입장으로 지낼 땐 상사가 무리한 지시를 하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회피하는지와 같은 잔머리도 좀 익혔고, 지시를 하는 위치에 있을 때는 어떻게 아랫사람을 부려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으며, '아, 그 사람은 내가 그 때 이런 걸 해주길 바랬던 거구나'하는, 지시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는 법도 배웠다. 중간계급에서는 위에서 치이고 밑에서 개기는 상황을 직접 겪어보고 그런 위치에 있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지식은 앞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분명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p.s: 물론 여기서 왈가왈부 한다고 해서 국가 정책이 바뀐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최소한의 이해일 뿐이다. 자기가 무엇에 대해 논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몰라! 안돼!"만 외치고 있는 모습을 조금이라고 바꿔보고자 함이다. 다시 말 하지만 나는 나의 군복무로 인한 피해의식도 없을 뿐더러, 여자들 군대 보내려고 안달하는 사람도 아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