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이 본관을 전면적으로 개조했다. 기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모던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호텔 앞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텔의 새 단장을 두고 혹자들은 쉽게 스타일로서의 ‘모던’을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모던의 의미는 따로 있다.
총 260억원이 들었다. 1층의 뷔페 레스토랑을 포함하여 본관 객실 259개 모두가 리뉴얼 작업을 마쳤으므로 룸 한 개당 1억원이 든 셈. 지난해 11월 APEC 정상 회의 때 일부 보수를 했던 본관에 있는 세 개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들어간 침구류 제작비만 해도 3000만원, 일일이 손으로 제작한 맞춤 가구에도 2억7000만원이 투자되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객실에 일반 침대보다 두 배나 비싼 포켓 스프링 침대를 들였다. 지난 4개월 동안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배관 시설까지 싹 다 바꿨으니 오랜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치곤 대대적인 공사였다. 이번 보수 작업은 W호텔 서울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한 미국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가이아’가 맡았다.
해운대 바다가 전면에 펼쳐지는 입지 조건으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휴양지 호텔의 성격이 강해 보이지만, 사실 리조트 기능은 물론 도시형 호텔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호텔이 가이아를 선택했던 이유도 모던한 캐릭터를 추구하는 디자인 회사들은 많지만 두 가지 성격을 적절히 조화시켜 기능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가이아가 발휘한 공간의 기능적인 면모는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세 개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팝 아트 분위기를 내는 에메랄드 스위트룸의 경우 메인 객실 옆에 스파 룸을 따로 배치했다. 이번 작업에 있어 핫 플레이스로 주목되는 스파 룸에는 기포 수압 발 마사지 등의 풀 옵션이 가동되는 독일 월풀 욕조와 함께 도크 사우나를 설치했다.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며 휴식을 즐기기 위한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호텔 객실에 들어선 이에게 자연스럽게 휴식을 유도하는 것이다.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아닌 일반 객실인 ‘디럭스 룸’과 ‘풀 스위트룸’도 건축적 구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가구 배치를 통해 좀 더 편리한 공간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260억원이 움직이는데, 힘든 작업이 왜 없었겠는가. 대대적인 이번 공사에서 파라다이스가 최고의 애로 사항으로 꼽은 것은 욕실 바닥과 벽면에 대리석을 들이는 작업. 프리지덴셜 스위트룸은 물론 일반 객실의 욕실까지 해당되는 작업이었으니 사용된 대리석 양만 해도 만만치가 않고, 따라서 이를 옮기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었다. 이러한 대리석 작업뿐만 아니라 파라다이스가 특별히 모든 욕실에 비데를 설치하며 욕실 디자인에 신경을 썼던 이유는 많은 외국인이 드나드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곳이 바로 욕실이라는 것.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욕실을 꾸미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가이아와의 작업으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본관을 완성했다. 1987년 개관 당시 미국의 저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헤럴드 톰슨이 캘리포니아 스타일로 완성한 본관은 이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의 1세대 디자인으로 남았다. 호텔만의 고유한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하이엔드 호텔로서 그 시대에 발맞춘 모습으로 거듭나는 일이 호텔의 임무이기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문화를 담은 모습으로 바꾸는 일이 불가피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15~20년 뒤에 또다시 그 시대의 모습을 품은 또 다른 스타일의 호텔을 기대할 수도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이 말하는 ‘모던’인 것이다. 문의 (051)742-2121.
1 리뉴얼한 본관 14층 엘레베이터 앞에 전시된 장승택의 작품. 2 프레지덴셜 스위트 중 가장 규모가 큰 ‘ 다이아몬드 스위트’. 3 에메랄드 스위트의 침실. 바로 옆으로 스파룸이 이어진다. 4 흑백의 기하학 패턴으로 세련된 감각이 느껴지는 에메랄드 스위트의 거실.
Information
에스카피에의 새로운 맛과 멋
객실만 새 단장한 것이 아니다. 호텔 1층에 자리한 뷔페식당 ‘에스카피에 Escoffier’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에스카피에가 말하는 ‘모던’은 바로 ‘오픈 키친’. 웰빙 콘셉트를 담은 옐로와 그린을 주요 색상으로 하여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구조를 보이고 있는 이곳은 객실과 마찬가지로 외관 전면을 통유리로 시공해 호텔 정원과 바다를 함께 조망할 수 있어 해운대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길게 탁 트인 주방 라인. 주방 라인의 구성은 이곳 음식의 메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웰빙 푸드에 맞춰 선정된 다섯 개의 요리 코너로 구성된다. 종전보다 더욱 보강된 해산물, 캘리포니아 롤과 초밥 등의 즉석 요리, 절대 미리 구워두지 않는 숯불을 이용한 구이 코너, 샐러드 파트와 다채로운 종류의 디저트 등 철저한 계획 아래 구성된 것이다. 특히 샐러드 파트는 열두 개의 전채 요리와 함께 각종 치즈, 네 가지의 죽, 그리스식 샐러드, 중국식 냉채, 중국식 간장 소스를 얹은 두부 등 이국적인 스타일로 선보인다. 또한 과일과 체리 화채 등 계절 과일을 이용한 펀치류뿐만 아니라 체리 주빌레 소스, 초콜릿 무스 등의 더운 디저트와 저지방 아이스크림 등의 찬 디저트가 나뉘어 있는 이색적인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문의 (051)749-2234
기자/에디터 : 한지희 / 사진 : 민희기
DOVE ⓒ 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