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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백지현 |2006.10.24 23:49
조회 15 |추천 0


시간이란 물처럼 흐르는 것도 아니고

 

선으로 그려지는 것도 아니며 점처럼 찍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차라리 눈처럼 흩날리는 것은 아닌지.

 

 

하루살이처럼 차창에 부딪치며 사라지던 눈송이들 같은 시간.

 

양지에 쌓여, 자고 일어나면 이내 사라져버리던 눈.

 

응달에 내려 몇 날 며칠 세상에 때를 묻히며

 

헌 옷가지들처럼 뭉쳐 뒹굴던 눈.

 

누군가의 손아귀에 단단히 뭉쳐져서

 

아프게 얼굴을 때리기도 했던 눈.

 

천년만년 살 것처럼 흙덩이와 연탄재와 뒤섞여

 

커다란 눈사람이 되어보기도 했던 눈.

 

 

시간이란 그런 눈이 아니었는지.

 

발 밑부터 녹아 흥건하게 퍼질러지던 눈사람의 기억,

 

얼굴을 때리고 부서지던 선명한 아픔의 기억,

 

등허리를 시리게 타고 내리던 신산스러운 기억들.

 

손아귀에 한 점조차 쥐고 있을 수 없고,

 

세상의 같은 시간이란 단 한 점조차

 

되가져갈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닌지.


 

 

 - 전경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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