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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숨죽이고 바라보게 되는.

설혜영 |2006.10.26 14:22
조회 197 |추천 4
배우 주지훈,숨죽이고 바라보게 되는.    



 

사전제작에서 생방체제로 전환해가며, 이제 20회를 달려오는 사이, 드라마 은 몇 번인가 슬쩍 슬쩍 허물을 벗으며 이종장르로 모습을 바꾸어 나갔다. 초창기에 은, ’한국이 어디 붙었느냐’라든가 ’한국인들도 기모노를 입느냐’는 외국인들의 질문에 넌더리가 난 우리의 미적 문화적 자존심을 되살려주는 대체 역사극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화면과 기가 막힌 퓨전 디자인으로 ’궁’이라는 대체 역사의 공간을 생생하게 되살려 소위 "뽀대나는 우리 조국"이라는 환상을 손에 잡힐 듯 재창출한 미술팀은 초반 낯선 얼굴들, 어쩐지 미덥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카메라와 연기와 그들의 캐릭터에 적응하는 동안 훌륭한 스타 노릇을 해주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윤은혜가 있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아름다운 그 아이. 아기같기도 하고 소녀 같기도 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여자 같기도 한 그녀. 처음부터 시청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생기 넘치는 표정, 온몸에 풍겨나는 유머감각, 건강하고 발랄하고 유쾌하고 다정한 채경이로 현신한 그 소녀는, 미숙한 발음과 어설픈 연기마저 캐릭터로 승화시켰고 첫눈에 우리의 마음을 앗아갔다. 그 때는 아무도 황태자 주지훈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첫눈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채경이와 달리 신군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 않았고, 눈부시지 않았고, 핸섬하지 않았고, 아름답지 않았던 기억.
 

  


하지만, 20화가 지난 지금, 의 궤적을 따라온 우리는 이 청년 주지훈을 배우로 발견하고 만다. 학원 코미디에서 식의 좌충우돌 신데렐라 스토리로, 성장 드라마에서 로맨틱 코미디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할리퀸 로맨스로, 할리퀸 로맨스에서 본격 멜로드라마로 진화하는 동안, 이야기의 핵인 황태자 이신으로서 주지훈은 무서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드라마에 든든한 바닥짐이 되어주고 있다. 이제 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단연 주지훈이다. 그가 아슬아슬하게 회를 이어가는 의 좌초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자신감이 붙고 호흡을 찾으면서, 이 청년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페이스는 가히 가공할만하다. 이제 그는, 단순히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숨죽이게 만드는, 진짜배기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숨막히게 신나게 하는 걸까.
 


뭐니뭐니해도 겁나게 재수좋은 그 녀석. 너무 많은 걸 타고나 버린 거다. 정말이지 타고난 놈은 못 당한다. 주지훈은 배우로서 천혜의 신체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 아름다움. 주지훈은 아름답지만, 예쁜 남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위협하지 않는다. 훤칠한 키와 반듯한 콧날, 말랐지만 근육의 선이 살아 있는 몸매, 가무잡잡한 피부, 쌍꺼풀이 없는 눈은 상대 여배우를 정말이지 예쁘게 보이게 해준다. 187센티의 그와 함께 서 있으면 웬만큼 늘씬한 여배우들도 하이힐을 거리낌없이 신고 키스신을 찍으면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주지훈의 아름다움은 여자보다 어여쁜 이목구비가 아니라, 배경과 상대역과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틱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그 근사한 육체의 표정에서 나온다. 그는 뒷모습으로도 시청자의 눈길을 딱, 멈추게 하고, 작은 손짓만으로도 말을 걸어올 수 있는 기막힌 몸을 지녔다. 초특급 모델이었다는 얘기에 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것. 아니나다를까 한 컷의 사진 속에서도, 그의 몸이 만들어내는 표정은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언제나 범상찮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그래서 그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황태자 이신 역할에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왜냐하면, 탑모델이었던 그는 아름다운 것, 예쁜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왕자님’인 신군의 의상을 살펴보면, 평범한 한국 남자애가 스판덱스 고무옷보다 더 부끄러워할만한 기상천외한 아이템이 부지기수다. 역대 그 어떤 한국배우도 하늘색 턱시도에 프릴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진지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진짜 리본들이 주렁주렁 달린 벨트에 목걸이를 하고도 우스워보이지 않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주지훈 스스로 그 의상들을 전혀 우습다거나 민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화면에 선연히 드러난다.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어색하게 느낀다면, 예민한 시청자들은 재깍 알아채게 되어 있으니까. 초창기에 주지훈은,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스스로를 못 믿어 어설프게 주춤거리긴 해도, 각양각색 폴카도트나 레이스 프릴이나 기가 찬 의상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심리적 금제를 보이지 않는다. 대체 코디가 시킨다고 순순히 머리띠를 하고 빨강/초록으로 된 블라우스와 쫄바지를 입은 채 펜싱장면을 찍는 남자애가 세상에 어디 있담? 정말이지 유쾌해 죽겠는데, 주지훈은 하란대로 한다. 게다가 뭘 - 정말 뭘 입어도 확실하게 뽀대나 주기까지 한다. 그 꼬락서니를 하고도 자기가 속속들이 제대로 된 ’남자’라는 걸 절대 잊을 수 없게 만들어준다. 이 얘기야 나중에 또 하게 되겠지만, 섹시해 죽겠는데 리본 블라우스 따위로 그걸 어떻게 잊는단 말이지. 
 

 


 

 


평범한 남자배우라면 결사적으로 반항했을 그런 기찬 옷들을 순순히 입고, 시키는 대로 그냥 연기에나 몰두하는, 피식 웃음이 비져나오도록 사랑스러운 데가 있다는 게 주지훈의 또 한 가지 강점이다. 그러니까, 배우로서 그는 별로 에고가 없어 보이는데 이게 얼마나 신선한지 모른다. 장면마다 "나 멋져?"를 외치는, 인형같은 "한류배우"들만큼 재미없는 건 없으니까. 주지훈은 연출과 코디와 작가를 비롯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순진할 정도로 철저한 신뢰를 보여주는 느낌인데, 그거야말로 "스타"를 넘어 쓸만한 "배우"가 되려면 갖춰야 할 자질인 것이다. 연출이 시키는대로, 이야기가 요구하는대로, 아기처럼 역할에 투신하면서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일까?’라는 자의식을 싹 지워버리고 ’될대로 되라지’라는 낙천적인 체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풀풀. 그런 점에서 비시시 웃음이 배어져 나올 만큼 자의식이 없는 귀여운 녀석이라는 느낌. 주지훈의 아름다움은, 나르시즘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빛난다. 바로 그 때문에 진짜 잠재력이 더블로 폭발하게 되는 거다. 


 
바로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는 스타들만의 엑스 팩터 말이다. 평면적인 관습적 연기를 초월해, 정말 살아있는 듯한 입체적인 인물로 빚어내는 능력. 시청자들을, 관객들을, 허구 속으로 쫘아악 빨아당기는 흡인력의 요체, 허구를 갈망하는 우리들이 배우에게서 바라마지 않는 바로 그것 말이다. 바로 그 순간, 대본이 대사가 말해주지 않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눈빛, 손짓, 표정. 그렇다, 서브텍스트. 서브텍스트를 제공하는 연기. 머리로 계산하고 대본을 죽도록 연구한다고 다아 그게 되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걸 하려면, 정말로 타고 나야 한다. 십년을 해도 종잇장처럼 얄팍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많고 많은데, 처음 연기를 하는 주지훈한테는 이게 있으니 세상 불공평하지 않은가. 주지훈은 잘생겨서 예뻐서 왕자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 이 아무리 판타지라 해도 개연성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 판타지가 아니라 패션쇼가 되는 법이다. 그랬다간, 윤모 피디의 때깔 좋은 수출용 드라마들처럼, 시청자들이 팔짱 딱, 끼고 좋은 풍경 구경하듯 구경하게 되는 거다. 하지만 주지훈은, 진짜 왕자들이 겪는 수많은 가상의 상황들 속에서 진짜 왕자처럼 반응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왕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의 아이들이 다 그렇지만, 신군의 역할도 갈래길에, 문턱에 서 있다. 신군은 나이가 두 배는 많은 공내관에게 명령을 하는것도 어색하지 않고, 어른들과 우회적인 대화를 하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웬만한 어른보다 책임감 강하고 조숙한 청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유일한 친구였던 곰인형을 껴안고 자고, 좋아하는 여자애의 치마를 들추는 것 외에는 애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초등학생처럼 짓궂게 채경이를 들볶고 한심하게 투닥거리는, 어쩌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덜 자란 어린 소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녀석이 덧붙이는 소소한 디테일들이 그 두 가지 전혀 다른 세계, 어쩌면 모순된 신군의 모습을 하나로 엮어주고 단순한 동화속 왕자가 아니라 남들과 똑같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입헌군주제라면 진짜 있을 법한 남자애로 탈바꿈시킨다. 버럭 화를 내면 정말로 무섭고, 사무적으로 내뱉는 발언들은 좌중을 싸악 정리하는 포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가끔 눈에 살랑거리는 장난기와, 채경이가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얼굴 전체를 달라보이게 할 정도로 앳되어 보이고. 폼잡고 싸가지를 부리다가 채경한테 손을 물린 후 거의 울먹거리면서 "이것이 조폭 아니야"하고 외치는 신군의 얼굴은 정말이지 현실과 환상, 캐릭터와 배우의 경계를 잊게 만든다. 코미디와 멜로드라마, 혼성장르를 오가는 에서, 주지훈은 기가 막힌 타이밍 감각을 과시한다. 시대착오적인 세계에 살고 있는 황태자는, 다른 인물들보다 아주 살짝 주위의 시간을 느리게 붙잡는 나른한 타이밍을 보여준다. 귀찮다는 듯이 한 템포 느리게 내뱉거나, 또박또박 음절을 강조하는 특유의 말투. 긴 팔다리를 천천히, 정말이지 휘적 휘적, 움직이며 고개를 꼿꼿이 치켜들고 반듯하게 걸어가는 자태를 보면, 저게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시공간을 살아가는 존재지, 하는 실감이 번쩍 든다.
 


근데 이 ’연기’라는 게, ’나 이제 한다’하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게 중요한 점. 이 기찬 넘이 백짓장같은 차이, 만리장성을 넘게 해주는 미묘한 1도차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단 말이다. 채경이가 상추를 따는 밭에 데려가서 바구니를 덥석 맡겼을 때, 살짝 오묘하게 흔들리는 그 표정은, 아무 말 없이도, 아무 다른 설명 없이도, 신군에게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는 것, 불쾌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뭔가 신군에게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눈에 해준다. 단순한 무표정과 보일듯 말듯 심리를 표현하는 표정연기의 차이. 주지훈은 본능적으로 그 차이를 알고, 표현한다. 채경과 율이 이혼을 논하고 있을 때, 불쑥 엿듣게 되는 신군의 표정은, 배신감과 좌절, 슬픔과 공포까지를 한꺼번에 느끼는 심장 무너지는 그 순간의 임팩트를 얼굴 근육 하나 제대로 쓰지 않고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거다. 정서적 쓰나미를 어깨에 힘 하나 주지 않고도 제대로 덮치게 해주는 법을, 이 초짜가 어디서 배웠지, 대체.
 
 

 

 

 

 


마지막으로, 하지만 중요한 점인데, 이 녀석 여자한테 집중한다. 자기를 잊고, 자기 앞의 여자한테 집중하고 몰입하는 남자야말로 진짜로 섹시하단 말이지. 뭐랄까, 이건 배우가 아니라 남자로서의 자질인지도 모르겠지만...아무튼 키스씬을 찍어도 포옹 장면을 찍어도 손끝 하나가 스쳐도 신군한테는 여자들의 온몸이 부르르 떨리게 섹시한 남자들이 갖고 있는 그게 있다. 뭐냐면, 신군은 채경이에게 집중하고, 채경이에게 몰두하고, 채경이를 온몸으로 원한다는 말이다. 진짜 편력꾼이 지녀야 하는 특별한 무엇은 화려한 언변이나 잘생긴 외모만은 아닌거다. 여자들이 진짜로 원하는 건 그걸로 채워지지 않으니까. 진짜 선수가 되려면, 나르시즘을 버려야 한다. 카사노바는 누군가 비결을 묻자, 그 순간 그 여자와 진짜로 사랑에 빠지면 된다고 했단다. 하지만 그것도 쿨한 거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여자를 원해도 추적거리는 스토커를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세상에 없으니까. 냉정하고 이성적인 남자가, 자기 속에서 불끈거리는 갈망을 절제된 방식으로 수줍게, 품위있게 표현할 때에만 진짜 섹시해지는 것이지. 남자가 자기를 잊고 여자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여자들을 공주보다 더 귀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진짜 왕자님다운 자질이다. 따라서 모든 멜러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그걸 요구받지만, 실제로 해내는 남자들은 별로 없단 말이다. 오히려 넘쳐나는 건, 눈앞의 여자보다 자기가 더 예뻐 죽겠어서 어쩔줄 모르는 남자들이지.
 


그러니 주지훈을, 숨죽이고 지켜볼 밖에. 겉멋과 허세와 자의식과 ’남성다운 것’이라는 박제된 관념에 제발 발목잡히지 않고, 이야기와 인물을 펄펄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이 순수한, 날것의 엑스팩터를 앞으로도 다시 한 번 제대로 발휘해주기를 기도하면서. :-D 더구나 이제 시작이잖아. 캐릭터와 배우의 시너지로 이만큼 한번 해내는 것도 물론 대단하지만, 이걸 한번 더 해낼 수 있어야 진짜배기라구.  
 

 

 

 

 

 


 
저작원 마**여시
사진캡쳐 궁갤 라팜팜
퍼오신분 마클 재스민
 
 
+ 다음에서 보고 스크랩해왔습니다.
 궁을 즐겨보진 않지만 공감가는 말들이 있어서.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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