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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는 아직 회전하고 있고, 아직도 매미는 울고 있다.

이혜경 |2006.11.01 21:41
조회 12 |추천 0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물안개-류시화...

 

엄지발가락을 움직여 본다.

'딱' 소리를 내며 발가락이 시원해 지는 것을 느낀다.

쭈그려 앉아서 탁자위에 있는 얼음이 담긴 오렌지 주스 한모금을 삼킨다.

그리고는 "아..시원하다"라고 말한다.

선풍기는 회전하며 내 땀을 식혀준다.

한순간 싸늘해짐을 느끼며 소름이 끼친다.

그것조차 기분이 좋다.

바로 앞에 있는 창가에서 매미소리가 들린다.

책을 읽고 있다.

'팔랑'

종이를 한장 또 한장 넘어가는 소리조차 시원해진다.

그리고 나른해진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나는 말한다.

"나 이제 잠와."

그 사람은 잠시 책을 손에서 놓고 눈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나에게 말한다.

"그럼 자."

"피-"

그리고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을 들어 다시 읽기 시작한다.

이내 나도 다시 책을 들어 읽기 시작했다.

조용하다. 밖에서 매미들이 내는 작은소리만이 들린다.

"아! 잠자리"

그 사람은 눈만 살짝 올려다 보고 "밖에서 들어왔나보다"라고 말하고는 다시 책에 눈을 돌렸지만 나는 그 잠자리에게 눈을 때지 못했다.

"정말 무뚝뚝한 남자군."

무심결에 입밖으로 나와버렸다.

순간 그 사람을 쳐다보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책만 읽고 있을뿐.

책을 읽느라 내 말을 못들었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모른척 하는 것일 것이다.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한참을 계속 책만 읽었다.

1시간쯤 지났을까...그 사람이 먼저 책을 다 읽고 탁자위에 엎드렸다.

유리컵을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책을 다 읽자 그 사람이 먼저 말을 했다.

"우리 사랑하고 있는거 맞지?"

"글쎄...잘 모르겠어."

"우리가 서로의 대한 자신의 사랑에 확신하던 시간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정말..어디로 사라졌을까..

"하지만...상관없어..이대로도"

"응..."

서로에 대한 사랑은 어디로...

선풍기는 아직 회전하고 있고, 아직도 매미는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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