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일 (목) 10:18 데일리서프
‘국민의 희망’ 박근혜, 대북특사 수용 가능성 시사
한나라당의 유력 차기 주자 중 한 명인 박근혜 전 대표가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발빠른 대선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추석 이후 당내 라이벌인 이명박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두자릿수까지 벌어졌던 박근혜 전 대표는 2일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볼 때 현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단언하고 “이젠 포기하고 내년 12월 대선에서 나라와 민족에 운명을 건 역사적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 향후 차기 주자로서의 본격 행보를 예고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서초포럼’ 조찬 강연에 참석, 지난 2002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국군포로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냈던 점을 상기하며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치적 유불리나 어떤 어려움도 떠나 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지금의 북핵문제는 결코 정치적 접근으로 해결될 수 없고 오로지 국가와 민족의 미래만 봐야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은 필요하다면 대북 특사로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으로, 자신의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북핵 위기 속 남성이란 이유로 위기관리 능력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받는데 대한 경계로 볼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고 북한의 사주를 받은 사람의 총탄에 어머니를 잃었던 만큼 지난 2002년 방북을 앞두고 저의 고민은 굉장히 컸지만, 개인적 아픔보단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국군포로 생사확인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설치 △금강산댐 공동조사 등을 합의했고, 북한은 직후 열린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그간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던 태도를 벗어나 우리 정부에 국군포로 확인을 먼저 제안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에도 강한 비판을 던졌다.
그는 “북핵 위기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여당의 최대 화두는 우습게도 정계개편이다”라고 지적하며 “지금을 정계개편을 얘기할 때인가. 국민의 생명과 안보는 안중에도 없는 여당 행태에 기가 막히다. 정계개편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게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완전하게 잃은 여당의 할 일은 문을 닫는 것 뿐”이라고 강조하며 “만약 여당의 정계개편이 그들의 주장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라면 현재 정부여당에 속한 인사들은 해당 논의에서 빠져야 한다. 그래야만 그나마 순수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내년 12월 대선을 준비하자”
박 대표는 북한 핵 개발의 원인으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꼽으며 “안보를 지키지 못하면 경제 역시 지켜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해도 잃은 건 없고 협상력은 커지는 상황이라면 핵 개발을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나. 여러분이 북한 지도부라도 이런 정부를 상대로 한다면 핵 개발을 계속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레이건의 단호함이 소련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만들었고, 닉슨 역시 단호함으로 냉전 시대 중공(중국)에 갈 수 있었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핵 불용 원칙 아래 레드라인(금지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 구체적 방법으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 확대 등을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어느 누구도 북한에 대해 명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적극 참여해 북한에 현금을 제공하는 각종 사업 등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협상을 통한 길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아무리 큰소리를 쳐도 국제사회의 식량과 에너지 지원 없인 살 수 없는 만큼, 우리의 효과적 협상카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지난 9월 유럽을 방문했을 당시 NATO 사령부의 책임자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1950년 6월26일부터 세계 최고의 안전보장을 받고 있다. 큰 틀의 안보체제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면서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를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대로 가면 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북핵문제 해결 역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현 정권이 우리 국익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한미동맹 해체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하지 않을 경우, 훗날 역사가 이 정권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연 말미 박 대표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단행된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보면서 더 이상 이 정권에 기대할 게 없음을 알게 됐다”며 지난 1일 청와대가 발표한 개각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전했다.
이어 “이젠 (모든 기대를) 포기하고 내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건 역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제 모든 것을 바쳐 조국과 민족에 닥친 작금의 시련 극복에 앞장서겠다”며 대권 출마의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한편 이날 박근혜 대표의 조찬 강연에는 20여명 이상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해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유승민, 유정복, 전여옥 등 핵심 측근 의원들이 함께 한 것은 물론 김덕룡, 고흥길, 곽성문, 김기춘, 김정훈, 김태환, 박승환, 서상기, 이한구, 주성영, 최경환, 최구식, 한선교, 허태열, 황진하, 김학송, 김학원, 이혜훈 의원 등 20여명 이상의 의원들이 몰려 대규모 세과시에 나섰다.
김세옥 (okokida@dailyseoprise.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