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 30회 대학가요제에서 인순이 씨가 무대 앞에 앉아서 열창을 하였던 노래가 있습니다. 인순이 씨의 열창과 대학가요제에 참석하였던 대학생들의 벅차오르는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는데요. 이후 인터넷에는 인순이-거위의 꿈(2006 대학가요제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거위의 꿈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고, 그 노래가 카니발이 처음 부른 노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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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은 1997년 김동률과 이적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임은 앞서 설명 드렸습니다. 1993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특유의 저음을 바탕으로 한 감미로운 발라드로 인기를 누렸던 김동률. 그리고 90년대 최고의 그룹으로 손꼽혔던 패닉의 보컬 이적. 음악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두 사람이 하나로 뭉친다는 소식만으로 대한민국의 음악팬들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카니발은 1집 ‘그땐 그랬지’로 팬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거위의 꿈은 마지막 10번 트랙이었지요. 편안하고 친근한 멜로디와 두 보컬의 화음이 멋진 하모니를 이루면서 카니발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카니발의 활동은 1집,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내년이면 카니발이 결성된 지 10년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뮤지션이 다시 뭉쳐서 작은 콘서트라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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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꿈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거위의 꿈의 가사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날지 못해 못난 존재로 취급받는 거위도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버려지고 찢긴, 모든 이들이 각자 마음속에서 키우고 있던 꿈들. 우리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꿈이란 무엇일까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한민국의 입시 경쟁을 치러내고 대학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했지만 스스로의 꿈에 대해 선뜻 말하지 못하고, 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은 쉽게 행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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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쓰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직업을 써내셨나요? 제가 가장 먼저 적어냈던 것은 바로 ‘과학자’였습니다. 그 후 점차 성장해가면서 만화가, 화가, 작가, PD 등으로 장래희망이 바뀌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과학자라는 저의 첫 꿈을 완전히 잊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제 가슴 속 깊은 곳의 보물 같던 꿈은 과학자였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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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꿈이 흔들린 건 현실과 그에 따른 운명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판사, 변호사, 의사로 대표되는 ‘사’자 돌림 직업들이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고, 직장의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면에서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고, 아직까지 대학서열은 무시할 수 없기에 원하던 곳보다 약간은 못 미치는 학교, 학과에 입학했다고 해서 그게 자신의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품고 있던 꿈을 접는 대학생들이 아직까지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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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리들에게 거위의 꿈은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줍니다. 남과 다르기에, 그 사회에서 소수였기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다. 하지만 혼혈이기에 상처를 입고 살아야했던 삶을 개척해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가수 인순이 씨와 미식축구 슈퍼볼 챔피언 하인스 워드. 그리고 노비라는 천한 신분이었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능력을 키워나가 실력을 인정받은 조선 시대 발명가 장영실. 이들의 삶을 살펴보면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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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남들이 걸어가지 않는, 쉽게 도전하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는 모습은 어떠한가. 처음 비행기를 만든다고 하였을 때 주위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았을 라이트 형제. 연예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외양이었지만 지금은 최고의 가수 중 하나가 된 그룹 빅마마, 그리고 일전에 KBS인간극장에 소개된 명문대 출신에 탄탄대로를 걷다가 스스로의 가치를 따르기 위해 전원생활을 시작한 박범준 씨 부부. 그들은 자신의 뜻대로 살아간 것에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각자 추구하는 가치는 포기할 수 없는 최우선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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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의 앨범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곡은 대부분 김동률, 작사는 이적이 맡아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둘의 음악 세계를 조금만 들여다봅시다. 김동률은 주로 ‘사랑’을 테마로 하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곡을 많이 불렀습니다. 물론 그의 노래 중에도 다른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들도 있지만 방송에서 주로 접하는 김동률의 노래는 대부분 사랑 노래지요. 반면 이적의 세계는 보다 실존적입니다. 패닉하면 떠오르는 ‘달팽이’나 ‘UFO', '왼손잡이’를 살펴봅시다. 달팽이는 미미한 존재이지만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을, UFO는 어린 시절의 꿈을, 왼손잡이는 외면 받는 존재이지만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의 음악 세계를 돌이켜보면 거위의 꿈의 노랫말은 이적의 머릿속에 항상 담겨 있던 생각이 그대로 가사로 옮겨진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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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현실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생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기라고들 하지요. 각자의 꿈을 믿고 현실이라는 벽, 운명이라는 벽을 넘고자 노력한다면 그 벽은 어느새 허들보다도 낮은, 모래성처럼 유약한 존재로 바뀌어있지 않을까요? 대학생들이 모두 역동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면서 저의 첫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저희 학교에 올린 글을 여기에도 담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