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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신 개인전 기사

황성준 |2006.11.06 19:41
조회 38 |추천 0
그들이 부른다, 어둡고 차가운 우리의 미래를... [인터뷰] 작가 황혜신, 당신에게 있어 아이란 무엇이냐? 이동권 기자    메일보내기 <STYLE type=text/css> .article, .article a, .article a:visited, .article p{ font-size:14px; color:#222222; line-height:24px; }

  아이들의 슬픈 울음소리가 공기중에 퍼진다. 투명한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가랑비처럼 귓가에서 아른거린다. 숨이 막혀 졸도할 정도로 어둡고 침울하다. 어찌나 선명하고 검게 물들었는지 환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곧 있으면 조명에 비친 아이들의 이마와 눈과 입술이 염산에 녹아내릴 것만 같다.
  
  제각기 사연을 담고 있는 아이들은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세상과 맞서고 있다. 어둠속에서도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야행성 동물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번쩍인다. 하지만 아이들은 거세게 밀려오는 급류에 휘말린 듯 어디론가 쓸려가버린다. 손을 잡아달라고 손을 뻗쳐도 어느 누구하나 잡아주는 사람이 없다. 차갑고 냉소적인 세상에서 더 이상 이 가엾은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발육이 좋아져 어른만큼 키가 자란 아이들이 가끔 화장실이나 골목어귀에서 떼 지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덜컹해집니다. 책임감보다 즉흥적이고 폭력적인 아이들, 각종 청소년 범죄 소식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아마 그들의 눈에 어른들은 비겁하고 나약하며 돈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존재들로 보일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충고가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앞만 보고 걸어라', '낮선 사람과 말하지 말고 그들을 믿지 마라' 그렇게 가르친 것은 어른들이 아니었습니까"
  
   △작가 황혜신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작가 황혜신의 전시회 '그들이 부른다'가 열리고 있는 신한갤러리를 찾았다. 그는 당차고 딱부러지는 성품 만큼이나 대화를 조리있게 풀어가는 언변가였으며,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는다.
  
  "어른들의 세계보다 아이들을 위한 세계를 경험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사회에 뒤떨어지지 않게 가르치고 키우려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은 아이들을 더 각박하고 힘든 세상으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저도 작업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곤 했는데, 아이가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힘들더라도, 아이들의 손을 더욱 따뜻하게 잡아주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상처를 주제로한 작품을 만드는 게 고통스러웠으리라.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더욱 설득력이 있고, 아이들에 대한 고민도 매우 현실적이었다.
  
  "전시장에 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면 아이들의 머리 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작품을 만들면서 얼굴만 봐도 저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표정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아이들을 키울때도, 내려보면서 강요하고 명령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소중한 존재이니까, 소중하게 대해야죠."
  
  차갑게 떨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자화상
  
  순수함은 쉽게 흩어지고 망가지기 쉽다. 차가운 세상은 내일을 기다려주지 않고, 점점 더 차가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만들어가야할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를 부모의 욕망이나 두려움으로 대신하거나, 사회와 자본의 법칙으로 치환한다면 아이들은 날개를 펴기도 전에 바닥에 추락해 버릴 것이다. 무방비한 상태로 세상에 내던저져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내는 기성세대로 태어나 세상을 공포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황혜신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품설명은 기자가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정리한 것이다.
  
  503호 아이
  
  의자가 보통의자보다 높다. 자기 아이만큼은 크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욕망을 보여준다. 세상의 어두움이 아이에게 서서히 침투하지만, 아이는 꼼짝달싹할 수 없다. 피하는 법도, 맞서 싸우는 법도 배우지 못하고 오직 돈과 명예를 쌓는 것만 배우기 때문이다.
  
   △FRP에 채색, 오브제 145×150×80cm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1402호아이
  
  겉으로는 상처가 없지만, 내면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어른들이 무심코 내뱉는 '저리가 있어' 이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매운 고추 3개를 먹는 충격이라고 한다. 이 아이는 인형을 자신이라고 생각해 붕대를 칭칭 감았다. 마음속에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상처를 모르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자신을 돌보아야 한다.
  
   △FRP에 채색, 오브제 116×25×42cm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102호아이
  
  지하 단칸방에 갇혀 사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이다. 혹은 편모, 편부 슬하에서 사는 아이이다. 혼자 집에 남아 창문 밖으로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을 보며 웃고 있다. 출구도 없는 쇠틀에 갇힌 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말이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는 부모, 그리고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FRP에 채색, 오브제, 모터, 센서 40×40×60cm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401호아이
  
  아이들은 뛰어 놀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모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야한다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로 끄집어 당긴다. 각박한 이 세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학원부터 다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FRP에 채색, 오브제 가변설치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902호아이
  
  공원에서 열쇠를 목에 걸고 놀고 있는 아이이다. 아이들이 신발을 가지고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집이나 밖이나 똑같을 수밖에 없다. 부모님은 모두 집에 나가고 홀로 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진 아이, 이 아이의 자아도 공중에 떠 있는 상태이다. 작가는 모터를 이용해 이 작품이 움직이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천정이 약해서 전시장에서는 정지된 모습만 볼 수 있다.
  
   △FRP에 채색, 오브제, 모터 230×46×43cm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109호아이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의 짐이 된다고 한다. 이혼한 뒤 어느 누구도 키우려고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정을 지켜주고 있는 존재이다. 남녀간의 사랑은 쉽게 식지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은 대단한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거나, 위기를 넘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아이는 웃고 있는 가족사진으로 된 퍼즐을 맞추고 있다. 행복한 순간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이다.
  
   △FRP에 채색, 오브제51×90×90cm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304호아이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대지를 밟으면서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았다. 화가 나더라도 풀잎을 차며 풀어버렸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문 채 총을 들고 논다. TV이나 인터넷에서 보고 배웠던 폭력을 그대로 따라한다. 한마디로 '세상을 향해 쏴라'이다.
  
   △FRP에 채색, 오브제 96×23×69cm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101호아이
  
  옷을 벗고 있거나, 입고 있거나, 이불을 덮고 있어도 똑같다. 부모의 품을 떠나서 자기 존재에 대한 가치를 잃고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아이이다.
  
   △FRP에 채색, 오브제 가변설치 2006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그들이 (우리의 미래를) 부른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사는 세상이 됐다. 요동치는 생명의 소리를 듣고, 그것에 한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가치보다 '물질'이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사랑과 이해로 삶의 날카로움을 정화시키고, 그 고귀한 소생의 의미를 실천해가는 모습도 보기 드물다. 이러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의 가치관을 주입당하고, 사회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작가 황혜신도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있어 아이란 무엇이냐는 것. 그는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이 아이들의 생각이 곧 사회 전체의 가치관을 주도하게 될 것이고, 사회도 덩달아 변화하게 될텐데, 표면적이고 감각적인 속도감에 젖어 있는 우리들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되고 침식되는지 깨닫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세상은 너무나 어지럽고 눈앞은 마치 게임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 나아가는 것에 급급한 부모님은 아이가 넘어지기 전엔 속도를 줄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서 "애정결핍, 욕설, 강요, 학대, 무시, 차별, 가정해체에 따른 방임, 감정적 체벌 등 아이들은 이러한 폭력에 너무나 쉽게 노출된 채 자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애타는 마음으로 자신이 소망하는 세상에 대해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세상, 아이들이 어른을 믿고 이 세상에 낳아주신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는 세상, 그 아이가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긍정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는 세상,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자신처럼 행복하게 자라날 아이를 꿈꾸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작가 황혜신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작가 황혜신 ⓒ민중의소리 정택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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