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 있으면 평생 벗어 나지 못할꺼야.
요즘 부쩍 심해지는 기억의 습격에 며칠째, 술로 마음을 달랬던 남자.. 만신창이가 된 속으로 눈을 뜬 아침..
'이렇게 살순 없다.' 결심 하고 느닷없는 방청소를 시작합니다.
'며칠뒤엔 죽도록 후회 하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남자는 그녀의 글씨가 적힌 노트의 한 페이지를
북_ 찢어서 휴지통에 던져 넣습니다..
볼 수는 없지만 버릴 순 없어서 그대로 엎어 놓았던 액자속의 사진도.. 한참을 들여다 보면 결국 버리지 못 할거 같아서.. 고개는 저만큼 돌린 우스운 꼴로 그대로 휴지통으로..
화장실 선반도 뒤집니다. 언젠가 남자의 이마에 여드름이 났을때, 집에선 앞머리 올리고 있으라고.. 그녀가 선물 했던 플라스틱 머리띠.. 오랫동안 하고 있으면 손오공 처럼 머리가 아파지던..
그 싸구려 머리띠도 이젠 휴지통으로..
또, 기억에 습격당하지 않기 위해서.. 한가지도 남기지 않기 위해.. 책상 서랍 까지 꼼꼼히 다 열어본 남자는 허연 방천장이 찍혀있는
폴라로이드 사진도 찾아냅니다.
폴라로이드 필름이 비싸다는 걸 몰랐던 그녀가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 버려서 찍힌.. 어이 없는 사진..
이 필름 한장이 얼만줄 알어?? 소리쳤다가, 그깟 필름 때문에 화를 내냐면서 그녀가 더 화를 냈던.. 두사람이 처음으로 싸웠던 기억의 증거품.. 비닐처럼 질긴 폴라로이드 사진이지만..
손아귀에 힘을 줘서 기어이.. 반으로 찢어 버립니다..
손때가 묻어서 눈이 다 없어진 엽기 토끼 열쇠 고리도 떼어 냅니다.
갑자기 열쇠 두개만 달랑 거리는 허전한 모습이 됬지만..
여행 다녀온 이들이 사다준, 쓸데 없는 열쇠고리들이 많으니깐..
그 중 아무거나 매달면 괜찮을꺼라고 생각 합니다.
얼마 걸리지 않을꺼라고 생각 했던 대청소는 그 후로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앉아서 빙글 빙글 돌곤 하던, 바퀴 달린 책상의자 까지 동생의 것과 바꿔치기 한 후, 자신의 방을 둘러 보던 남자.. 그제야..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알아챕니다..
그가 방금 저지른 일은.. 그녀와 관계된 모든것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 놓는 일이였습니다..
그녀가.. 이곳에 앉았었다.
그녀가.. 의자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웃었다..
그녀가.. 내 폴라로이드 사진을 빼앗아 아무사진이나 찍었다.
우리는 그 일로 싸우게 되었지만.. 곧 그 일로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 사진이 이 책상 서랍속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잊지 못했다.
헤어지는 것만 아니면 시키는대로 다 할께..
그대의 처분만 기다리던 그때처럼..
잊게만 해주면 뭐든지 다 버릴께..
기억의 처분만 기다립니다..
갑자기 사랑했던 것처럼 갑자기 잊게 될 날 만을 기다리며..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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