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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김진석 |2006.11.13 09:13
조회 175 |추천 1
'희대의 입담꾼' 김제동
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부
입력 : 2006.11.12 09:54 34'
딱히 눈길을 끌 만한 얼굴도 아니다. 그렇다고 두드러진 깍짓동도 아니다. 차림새는 더더욱 아니다. 무리에 섞여 있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판이다.

한데 세 치 혀만 놀렸다 하면 너나없이 빨려든다. 이렇게 입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손무의 병법서에서도 일렀다. 최고의 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딱 그 짝이다. 움직임도 없고, 얄궂은 표정을 동원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목청도 크지 않다. 그냥 돌돌돌돌 입안에서 구르는 말로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니 정녕 타고났다.

산을 사랑하고, 술을 좋아하며, 책과 신문으로 혀를 살찌우는 희대의 입담꾼 김제동. 그의 무취무색 세상을 들여다 봤다.


★산사나이 김제동

김제동은 국내 최고의 헬스클럽에 다닌다고 자랑이다. 연간 회원권이 3만원인 삼각산이다. 삼각산을 만난 지 2년 반. 주에 네댓 번은 오르니 산사나이나 진배없다.

생각 좀 하자고 올랐는데 생각이 없어져 좋았다는 산. 사실 산이라고 한결같으란 법은 없다. 경북 영천의 고향 산은 습득과 노동의 대상이었다. 칡을 캐고, 소 꼴을 베고…. 하지만, 삼각산은 쉼터요, 사교의 장이다. 정상에 오르면 책도 읽고, 잠도 잔다. 물론 술도 한 잔 한다. 산꼭대기서 들이키는 살얼음 뜬 막걸리 맛은 비 오는 날 소주 못잖다.

삼각산의 사계를 그려내는 김제동의 말이 또 걸작이다. "봄산은 머리를 약간 물들인 20대 초반의 처녀고, 여름산은 육감적인 글래머 같아요. 가을산이 원숙미의 절정에 다다른 여자라면 겨울산은 자식에게 다 내준 어머니 모습이에요." 하여간 삼각산에 대한 온갖 느낌과 감정은 다 갖고 있다. 오죽 좋았으면 휴대폰에도 온통 산 사진일까.

한데 왜 산을 타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 가지다. "술을 더 많이 마시려고요." 거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 "산은 타러 가는 게 아니에요. 만나러 가는 거지."

김제동은 북한산이란 일본식 이름을 참 싫어한다. 그래서 꼭 삼각산이라 부른다.


★비와 술, 그리고 김제동

비 오는 날 김제동은 어김없이 취해 있다. 세상 다 젖는데 어찌 나만 안 젖을 수 있냐고 항변이다. 그래서 장마철 되면 걱정이다. 최소한 달포는 취해 있어야 하니까.

술은 어지간하면 소주다. 사람이든 술이든 색깔 없는 게 좋아서다. 최고의 안주는 빗소리. 변함없어 좋고, 돈 안 들어 좋다. 보통 두세 병이면 흡족하다.

술자리에선 버티고 현관문 여는 순간 고꾸라지는 스타일. 해서 비 오는 날 김제동은 거의 신발장 앞에서 잔다. '알려진 사람'이 된 후 편한 것도 많다. 쓰러져도 다들 집에까지 잘 데려다 준다.

"비 오는 날 집에서 마시다가 TV 속의 저를 보면서 문득문득 유체이탈을 느끼곤 합니다. TV 속의 화장한 게 난 지, 소주 먹고 있는 게 난 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둘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건 역시 초심인 것 같아요."


★야구광 김제동

김제동은 야구광이다. 실력은 신통찮지만 좋아하는 걸로만 따지자면 이승엽 못잖다. 의당 연예인 야구단 '재미삼아'의 멤버다. 포지션은 뜻밖에도 포수. 스스로 고백한다. '타자 교란용'이라고. 특유의 조잘조잘로 타자의 혼을 쏙 빼니 천하의 이승엽이라도 방망이 한 번 제대로 휘두르기 힘들다. 게다가 도루가 자행되면 공 대신 돌을 던져 그라운드를 웃음바다로 만든다. 명색이 사회인야구를 동네야구로 전락시키는 주범이다. 그래도 이승엽과의 친분 때문에 배번 욕심은 놀부 저리 가라다. 죽어도 이승엽과 같은 번호를 달아야 한다. 처음엔 '삼성 이승엽'과 같은 36번을 달았다. 한데 이승엽이 일본으로 가면서 33번으로 바꾸는 게 아닌가. 지체없이 33번에게 매달렸다. 온갖 생떼를 썼지만 빼앗는 데는 실패. 그렇다고 주저앉을 김제동인가. 그래서 '재미삼아'에는 33번이 둘이다.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

거기까진 좋았다. 며칠 전 이승엽이 김제동의 속사정도 모르고 번호를 또 바꿨다. 25번으로. 김제동은 걱정이다. 25번을 빼앗기 위해 또 한바탕 난리를 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 일본 무대를 늠름하게 누비는 동생 이승엽이 있어서.


★대구 김제동, 서울 김제동

김제동은 꾸미지 않는다. 아니, 꾸밀 줄을 모른다. 상경한 지 벌써 여러 해지만 달라진 게 없다. 옷도 대구 옷 그대로, 안경도 대구 안경 그대로다. 살림이 늘었다면 등산복 몇 벌 정도. 참, 김제동의 안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 렌즈 아래 테의 칠이 2㎝ 정도 벗겨져 있다. 그래도 그 안경이 편해 그대로 끼고 다닌다. 행여 카메라에 노출이라도 될 것 같으면 검정 사인펜으로 눈가림한다. 그만큼 변화를 싫어한다. 사람들이 김제동을 좋아하는 것도 이런 때묻지 않은 순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대신 환경은 많이 변했다. TV로 보던 사람들을 직접 보고 산다는 것. 그리고 이젠 그들도 김제동을 안다는 것. 또 어머니께 용돈을 넉넉하게 부쳐드릴 수 있다는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김제동의 헤헤헤, 겔겔겔 웃음 뒤엔 별난 고민이 있다. 분에 넘치는 온갖 혜택들을 어떻게 다 돌려드려지? 그게 서른 넘어 얻은 김제동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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