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닷컴 ㅣ 임근호 박현기자] 미운 오리새끼가 있었다. 다른 오리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았다. 외로웠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미운 오리새끼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랬다. 미운 오리새끼는 오리가 아니라 백조였다.
지난 여름 금호생명 레드윙스에 입단한 마리아 브라운(23·175cm). 그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친구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운은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백인이라고 하기에는 노랗고, 동양인이라고 하기에는 하얗다.
그래서 브라운은 더욱 농구에 빠졌는지 모른다. 적어도 농구공은 피부색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농구를 할 때면 피부색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문제였죠. 농구를 하면서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냈죠. 지금요? 그때 같이 농구한 친구들 중에 저만 프로에 입단했어요." 브라운은 어느새 백조로 성장했다.
올 겨울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프로선수로 활약하게 될 농구선수 브라운. 지난 9일 금호생명 숙소에서 '하프 코리안' 브라운을 만났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던가. 이목구비 뚜렷한 낯선 외모(?)에도 불구, 그녀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행동 하나 하나는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 '혼혈이라는 편견과의 정면승부'
기자가 만난 브라운은 그 어떤 선수보다 맑았다. 아니 그 어떤 선수보다 밝았다. 하지만 브라운의 어린 시절은 그리 맑지도, 밝지도 않았다. 혼혈아라는 이유때문이다. "하인스 워드처럼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지 못하는 이방인이었죠. 백인 친구들은 동양인의 피가 섞였다고 무시했고, 동양인 친구들은 백인 피가 섞였다고 멀리했죠."
하지만 브라운은 '혼혈아'라는 사실이 스스로 더 강해진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전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게 결코 부끄럽지 않았어요.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달랐죠. 심지어 자식들에게 '쟤랑 놀지말라'고 교육(?) 시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루는 너무 화가나 저보다 훨씬 큰 여자애랑 치고 박으며 싸웠죠. 그때 느꼈어요. 놀림받지 않으려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브라운은 남들과 다른 성장통을 겪으며 자랐다. 스스로는 강해졌을까. 브라운은 탁월한 실력 덕분에 지난 3월 대학 졸업 후
금호생명으로 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고민할 것도 없었죠. 한국은 어머니의 고향이잖아요. 게다가 제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잖아요.
한국에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 '세상에서 가장 강한 어머니'
브라운의 미니홈피에는 '어머니는 내가 알고 있는 여성 중 가장 강한 분이다. 나의 영웅이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그랬다. 브라운의 어머니는 지난 20여년을 자신 보다 딸을 위해 살았다. 딸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인 어머니였다. 하루에 4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브라운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어머니는 제가 '혼혈아'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걸 무척 싫어했어요. 그래서 더 엄하게 교육시켰죠. 때문에 어머니는 2~3배로 힘들었을거예요. 하루에 3~4가지 일을 동시에 하셨거든요.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홈스테이 등을 하며 돈을 벌었어요. 얼굴 조차 보기 힘들 정도였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한국말에 서투른지 몰라요."
브라운은 생각 못지 않게 행동 역시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적이다. 그녀의 담당 통역관 이영화씨에 따르면 지하철에서 웃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선수(용병)는 브라운이 처음이었다. "한국말은 제대로 못배웠지만 한국문화는 혼나며 배웠어요. 지하철에서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 실내에서
신발을 벗을 것, 어른이 물건을 주면 두 손으로 받을 것 등등요." 실제로 브라운은 기자와 헤어질 때 한국식으로 허리를 숙이며
"안녕히가세요"라고 말했다.

◆ '외모 아닌 실력으로 승부한다'
미국 페이스대 시절 브라운은 경기당 27.6분을 뛰며 평균 9.7득점, 5.3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올린 유망주였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공식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기에 실력을 검증받진 못했다. 지금의 인기는 탁월한 실력 보다 예쁜 외모 덕분이다. '얼짱'이라는 수식어로 모자라 '완전'이라는 단어까지 붙여진 '완전얼짱' 브라운. 외모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어떨까.
"미국에서는 한번도 예쁘다는 말을 못 들었어요. 얼굴 작다는 소리도 못 들었어요. 하루는 사진을 찍는데 팀 동료들이 제 옆에 안오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더니 제 얼굴이 작아서래요. 자기 얼굴이 크게 나온다고 (하하).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한국에서는 얼굴 작은 게 '이슈'라는 것을. 미국에서는 절대 작은 얼굴 아니었는데…. 저랑 닮았다는 가수 유진도 저보다 훨씬 예쁘던데요."
평소 패션을 물었더니 브라운은 티셔츠에 트레이닝복이 전부라고 답했다. 화장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되려 화장이 필요할 것 같냐며 호탕하게 웃어 넘겼다. "농구선수는 농구실력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프리티 플레이어'(pretty player)보다 '스킬 플레이어'(skill player)가 될래요. 시즌이 시작되면 얼굴이 아닌 실력으로 화제가 되고 싶어요."
대학시절 생물학을 전공한 브라운은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농구를 택했다. 공부는 나중에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농구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그랬단다. 지금 그녀의 인생에는 농구가 전부다. 때문일까. 브라운의 미니홈피에는 'D-49'라는 날짜가 카운트되고 있다. 다름아닌 그의 데뷔전이다. 49일뒤 한국 코트를 누비고 있을 브라운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