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정범
출연 : 설경구(심재문), 나문희(김점심), 조한선(문치국)
118분. 2006년. 한국
열혈남아 ㅡ벌교에 피어난 세 송이 장미
왕가위의 (熱血男兒. 1988)가 생각나서 이 영화를 선택하다.
좀더 엄밀하게 말하면, 캔 로치의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2006)을 보고 싶었으나, 상영 시간이 맞지 않아서 이 영화를 선택하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전남 벌교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의 욕과 설경구의 연기를 음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설경구의 연기는 이미 검증된 것처럼 실망스럽지 않았지만, 욕으로 문장을 만들어 버리는 벌교의 국어활용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장진의 (1998)에서의 전라도와 경상도 좀도둑의 구수한 육두문자와 그것의 표준어 자막처리, (2005)와 (2006)로 널리 알려진 이준익 감독의 (2003)의 벌교 출신 욕 담당 백제병사 '거시기'를 연기한 이문식의 걸쭉한 입담이 그리워 졌다.
그 모든 것들이 개별적으론 충분히 좋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하나로 녹아들지 못했다. 하나로 융합하지 못한 장르적 네러티브와 이미지 사이에서, 영화의 음악은 너무 무거워져 버렸고(단 중반부 알라 푸가초바의 를 심수봉이 부른 의 삽입신은, 김점심과 심재문의 소통과 둘째 아들의 실종으로 인한 김점심의 상실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느와르적인 인물구성에 더해진 모성과 인간 본연의 회한에 대한 장르 충돌은 벌교의 황폐한 공간을 유령처럼 겉돌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 심재문의 내적 황폐함을 구체화 하는데 성공한 벌교라는 공간과, (2005. 류승환)와 (2005. 박진표)에서 상환(류승범 분)의 할머니와 석중(황정민 분)의 어머니 역을 연기했던 나문희의 절제된 연기. 그리고 야비한 건달이면서도 일견 모성으로의 따뜻한 회귀를 연기한 설경구. 비록 백만송이 장미는 아닐지라도, 이 세 송이 장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