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2일 일요일
서울을 떠나 온지 이제 만 하루가 지났다. 이틀 동안 잠을 못자서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다.
대학원 졸업 시험 땜에 스트레스 엄청 받아서 그야말로 속이 꽉 막힐 정도였다.대학원 졸업시험과 쿤밍으로 떠나는 날을 동시에 잡은 무모함과 대담함에 내 코가 끼었지...
10월 21일 저녁 9시 30분 동방항공 MU2004편을 타고 나의 서른번째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한데 동방항공의 기내 서비스는 여전히 함량 미달이다.그래도 날씨는 무난해서 예정대로 00시 30분 쿤밍 공항에 도착했다. 트랩에서 내리니 차가운 가을바람이다. 쿤밍의 날씨는 참 다양하다. 낮에는 더워서 반팔을 입어야 하고 밤에는 추워서 고어텍스 자켓을 입고 다녀야하니.이번 여행에도 4계절 옷을 다 싸가지고 와서 짐 무게가 만만치 않다.
한번도 얼굴 본 적 없는데 단지 쿤밍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여행 정보를 달라고 막무가내로 귀찮게 했던 영덕씨가 빵차를 빌려서 마중을 나왔다. BBC쿤밍으로 갔다. 한국에서 들어온 팀들로 숙소는 복잡하다. 새벽 3시가 넘어가자 각자의 루트와 정보를 챙긴 사람들이 하나둘씩 침대로 돌아갔고 거실에 곤륜 아저씨와 영덕씨 그리고 나만 남았다. 윈난성 여행과 소수 민족이라는 공통주제를 가진 세명이 소수민족과 누지앙(努江)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급속히 한족화 되어가는 소수민족들과 그들의 잃어가는 정체성에 대해서..
그 것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과 당연하게 변화를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과..
보는 사람에 따라서 찬반이 있을 수는 있다. 정답은 없다. 나는 변하면서 다른 사람들보고 변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텔레비젼의 보급으로 소수민족들은 자신의 삶이 텔레비젼에 나오는 삶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당연히 자신들의 문화 비하 그리고 무조건적인 한족(漢族) 쫓아가기
그것이 현재 중국 소수민족의 현실인 것이다.
5시 반이 되어서야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철씩같이 믿었던 영덕씨 휴대폰 알람은 6시가 되어도 안 울렸고 6시 반에서야 난 간신히 눈을 떴다. 베이징에서 온 은희씨와 한국에서 같이 간 슬기씨가 이번 여행의 파트너가 되었다. 서둘러서 시짠(西点)으로 갔다. 8시에 웬모로 가는 버스표를 미리 사두었기 때문이다. 시짠은 처음 이용해보는 것 같다. 차비는 35위앤이다. 쿤밍에는 10개도 넘는 버스 터미널이 있다고 한다. 아마 영덕씨가 아니었다면 시짠에서 웬모 가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표도 영덕씨가 전날 미리 예매해두었던 것이다. 너무 미안하다.
이렇게 여행 하면서 여러 좋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 여행이 내게 주는 보너스인 것이다.
터미널 근처에서 서둘러서 국수로 아침먹고 8시에 웬모로 출발한다. 이번이 세번째 쿤밍 방문이지만 웬모는 매번 여행 코스에서 우선 순위에 밀렸던 곳이고 아마 이번에도 먼저 가지 않았더라면 역시 밀렸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첫번째 코스로 잡았다. 웬모로 가는 길은 평범하다.그렇게 풍광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길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원래 4시간 걸린다는 길은 바이루(白路)라는 시골 장날과 겹쳐서 6시간이 걸렸다. 장을 보러 나온 소수민족들로 온통 길거리가 교통 체증을 일으켰다. 혼자였더라면 망설임 없이 내려서 장날을 구경했을텐데 일행이 있어서 참았다. 어찌나 사람들과 차와 삼륜차 게다가 마차와 소까지 온통 거리는 온갖 이동 수단들로 그리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난 이런 살아있음을 좋아한다.그러나 가야 할 길은 먼데 마냥 이럴 수가 없지
버스는 6시간의 지루함 끝에 170만년전 인류 원인의 치아가 발굴되었다는 웬모에 도착한다. 어찌나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은지 적응이 안된다. 점심먹고 식당에 짐을 맡겨 놓을려고 했는데 웬일인지 식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간신히 찾은 식당은 식사가 안된다고 한다. 산너머 산이다.
타이위앤빈관(泰和遠賓館)이라는 곳에 가서 내일 이곳에 와서 묵을테니 짐 좀 맡아 달라고 해서 간신히 짐을 맡기고 원인 발굴 유적이 전시 되었다는 박물관을 찾아서 헤맸다.
바로 옆에 있었는데 간판을 못봐서 헤맸다. 여행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길 찾는 것이다.
입장로는 5위앤이고 학생 할인은 안된다. 170만년전 이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여자 원인의 치아들과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유골과 용품들을 전시해놓았고 발굴 현장의 사진과 기록들도 전시해놓았다. 설명이 중국어로만 되어 있어서 눈치껏 지명과 숫자로 짐작하면서 본다. 여행을 하면서 느는 것은 배짱이고 통밥이다.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 세계사 책에서 글자로만 보던 웬모 원인의 현장에 내가 와있다니 기분이 묘하다.
박물관을 보고 오늘의 목적인 우마오투린(物茂土林)으로 향한다. 터미널에서 길을 건너서 기차역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황과위앤(黃果園)까지 빵차를 타면 된다. 황과위앤(4.5위앤)까지 가서 중간에 빵차를 갈아타고( 4위앤) 또 투린근처에서 내려서 삼륜차 툭툭이(3위앤)를 타야 했다.세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긴 여정끝에 오늘의 목적지인 우마오투린에 도착한다. 토림이라는 글씨를 보니까 기분이 풀어진다. 툭툭이에서 내리니 식당들만 있고 숙소가 없어서 순간 당황했다. 숙소는 투린 안에 있다는 말에 안도한다. 점심도 못 먹고 해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런 대로 오나 보다. 영어로 된 간판도 있는 것을 보니
투린의 입장료는 40위앤이고 관광 진흥 기금 같은 것을 받아서 다 합쳐서 42위앤이니 그리 싼 가격은 아니다. 우마오투린안에는 숙소가 하나밖에 없다. 매표소에서 안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는 것이 자칭 2성급이고 왼쪽에 있는 숙소가 자칭 3성급이다. 당연히 2성급으로 침대 세개짜리를 120위앤에 잡았다. 짐을 놓자마자 일몰을 보기 위해 서둘러서 다시 나왔다. 우선 눈에 띄는 대로 높은 곳으로 걸어올라갔다. 생각했던 것 처럼 일몰이 그렇게 화려하거나 장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투린에서 보는 일몰이니 느낌이 새롭다.
해는 금방 지고 날도 고산지대라서 어두져 서둘러서 내려왔다. 하루종일 차를 탔더니 지친다. 한국을 떠나온지 만 하루도 안되었는데 굉장히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윈난성에서 이해 할 수 없는 것이 날씨이다. 내가 윈난성에서 못참는 유일한 것이 바로 해가 지면 떨어지는 기온이다. 역시 기온은 급속히 떨어진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한다. 여행 첫번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