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5일 수요일
시장에 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나에겐 익숙한 풍경이지만 중국 여행이 처음인 슬기씨와 은희씨는 처음으로 보는 중국의 아침 시장이 신기한가 보다 내겐 낯익은 풍경이 다른 이들에겐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웬모에서 헤이징으로는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왜 그런지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웬모에서 헤이징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시내에서 기차역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야한다. 1인당 2위앤
웬모 기차역은 새로 지어서 깨끗하다. 특이한 것은 기차역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시간으로 나누어서 기차역을 여는 것이다. 기차가 그리 자주 다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같은 여행자에게는 불편하다. 웬모에서 헤이징까지는 4.5위앤
기차표를 사고 나니 좌석 지정이 안되어 있는 표다.즉 먼저 타는 사람이 임자이다.아 이런 것 정말 안좋아하는데 어떻게 나 같은 여행자가 중국 현지인들과 자리 경쟁이 될까
기차는 도착 예정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먼저 출발한다. 이것 또한 황당한 일이다.만일 기차 시간에 맞추어서 역에 왔더라면 하루에 1대 있는 이 기차를 놓치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암튼 운이 좋았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만족해야지
다행히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좌석을 잡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중국여행에서 타본 기차 중 가장 현지스럽다. 확실히 동쪽을 여행하는 것하고 서쪽을 여행하는 것하고는 사회 인프라도 차이가 난다. 동쪽보다 서쪽이 덜 개발이 되고 그리고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다.
좌석은 지저분의 극치이다. 앉기도 찝찝하다. 현지인들 사이에 유일한 외국인 관광객인 나
시선이 쏠린다. 더군다나 내가 카메라 두대를 들고 다니면서 동영상과 사진을 번갈아 가면서 찍으니 현지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하다.미스코리아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나니니 ...
현지인들은 카드 놀이를 하거나 아니면 맥주를 마시면서 해바라리씨를 까먹고 있다. 바닥에는까 먹은 해바라기씨 껍데기가 가득하다. 그래도 뜨거운 물은 공급해주어서 컵라면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한자리를 차지하고 누워있는 사람들.자신의 몸보다 더 많은 짐을 지고 타는 사람들
기차는 1시간 반동안 웬모에서 헤이징까지 나를 또 다른 세계로 데리고 간다. 왜 웬모에서 헤이징까지 가는 대중 교통이 없는 지 이해가 된다. 헤이징은 롱추안(龍川)강을 따라서 정말로 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치 우리나라에 있는 승부역이나 추전 역을 생각하면 된다. 어찌나 산이 깊고 꾸불 꾸불 들어가는지 이 길을 빵차를 빌려서 갈 생각을 했던 길이 무모했음을 깨달았다.그것도 밤에
하도 깊은 산 속으로 끊임 없이 올라가니 마치 타이완에서 아리산 가는 협궤 열차를 탄 기분이다. 12시에 드디어 헤이징에 도착한다. 역 앞에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역에서 마을까지는 약 10분 정도 마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1인당 2위앤
확실히 고산지대에 첩첩산중에다 비까지 약간 내려서 기온이 싸늘하다.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었더니 춥다. 분지인 웬모와는 확실히 다른 기후이다. 마을 입구엔 매표소가 있다. 원래는 30위앤인데 학생 할인이 가능해서 15위앤이고 관광기금 같은 것을 받아서 총 17위앤을 주었다. 매표소에 짐을 맡기고 바지를 갈아입었다.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츄송(超雄)까지 마지막 차가 2시 30분이라는 것이다.2시간동안 헤이징을 허겁지겁 볼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택시를 타면 200위앤이라는 것이다. 택시를 타는 것이 시간상 맞을 것 같아서 그러기로 했고 이 택시는 우리가 샤관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에 일조를 하게 된다.
마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붉은 기가 강하다. 사암으로 집을 지어서 그렇다. 청조시대의 집들이 있다. 과거 헤이징은 운남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 중 하나였다. 그 부의 원천은 당연히 소금이었다. 이 소금은 차마고도를 따라서 동티벳까지 갈 정도였다.청조말 지방 세수의 50%를 차지할 정도였다.자연스레 부를 축적한 마을 사람들은 화려한 정원을 꾸미고 정교한 조각과 장식을 즐기게 된다. 전통적 우아함을 가진 가옥 중 지금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우지아따위앤(武家大院)이다.소금으로 돈을 벌게 된 마을 사람들은 당연히 교육에 투자해서 수많은 관리와 학자를 배출하기에 이른다.그러나 냉장고와 교통 수단의 발달은 더 이상 헤이징의 소금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고 과거 부귀영화를 누렸던 이 마을은 현재 나 같은 극성 관광객이나 찾아가는 이름조차 생소한 작은 시골 마을로 전락하게 된다.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고 했던가
마을 곳곳 과거 잘살았던 흔적이 넘친다.
이 깊고 깊은 첩첩산중에 모든 도로가 다 포장이 되어있다.
무가대원은 전통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원래 일정대로 어제 이곳을 왔었더라면 이 집에 잘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난 이런 오래된 고택에서 자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아직 기회가 되질 않는다
무가대원을 보고 소금 공장으로 갔다. 마을에서 제법 멀어서 마차를 타고 가야한다.요금은 똑같다. 1인당 2위앤
과거 간수 소위 소금물을 끌어올려서 우물을 만들고 그 우물에다가 물을 가두어 놓았다가 다시 솥에 소금물을 담아서 장작불을 때서 소금을 만들었던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관관상품으로 5위앤을 내면 소금에다가 이름을 써서 구워주는 것을 한다
사진에 보이는 마치 버섯 머리 같은 것이 소금 덩어리이고 그 뒤로 보이는 구멍에서 소금물이 든 솥을 넣고 아궁이에다 불을 때는 것이다.
소금박물관이라고 기념품을 겸하는 작은 건물도 같이 있었다.
소금을 다양하게 식용,장식용,약용,미용용으로 세분화 해서 예쁘게 꾸며놓았다. 과거 영화를 자랑하듯 이 지역 출신의 유명한 사람들의 행적과 사진을 전시해놓았다. 일정이 남지 않았더라면 소금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여행 중 물건을 사들이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다시 마을로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대흥사라고 조금 높은 곳에 있는 듯한 절이 있어서 헉헉대고 올라갔더니 식당이다. 이런 허망함이
하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헤이징은 느낌은 또 다르다.
그리고 헤이뉘징(黑牛井)도 내려다 보인다. 이 마을의 이름이 헤이징이 된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 처녀가 유난히 검고 윤기가 나는 소가 있어서 따라가 보니 소가 우물속으로 사라졌고 그 우물에서부터 소금이 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5시에 택시를 타고 츄송으로 가기로 했다. 200위앤이라는 택시비를 깎아서 180위앤에서 추숑까지 가기로 하고 짧았지만 그래도 천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도 헤이징을 뒤로 하고 추숑까지 갔다 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다. 워낙 헤이징이 첩첩산중에 있으니
택시는 7시에 추숑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사실 난 이런 상황을 하도 많이 겪어봐서 괜찮은데 여행이 처음인 슬기씨와 은희씨가 많이 힘들어했다. 따리로 가는 버스가 끊겼다는 것이다.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판단은 냉정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추숑에서 따리로 가는 차비도 1인당 70위앤이고 오늘 따리까지 안가면 낼 일정이 너무 길고 지루할 것이 분명했다. 택시기사에게 따리까지 가줄 것을 요구했다. 200위앤에다가 왕복 고속도로비를 주기로 했다. 밥을 먹고 가야 한다길래 밥도 먹고 기름도 넣어야 한다기에 기름도 넣고 그러고 나서 택시 기사는 다른 소리를 한다. 하도 택시 기사와의 실랑이에 지쳤던 우리도 오기가 나서 그럼 관두라고 하고 차에서 내려 버렸다. 순간 그냥 추숑에서 잘까 생각도 했었다.저기 멀리서 호텔 불빛이 유혹을 한다. 그래도 가는 것이 현명하다. 다른 택시를 잡아서 300위앤에 고속도로비를 주기로 하고 드디어 따리로 간다. 새벽 1시에 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내 모진 일정은 끝나질 않는다. 택시 기사가 이번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전에서 내리라고 한다. 그러면 자기도 돌아가는 톨게이트비를 안내고 우리도 톨게이트비를 아낄 수 있으니 좋지 않냐는 것이다. 싸우는 것도 지겹다. 오기가 생겨서 내렸다. 걸어서 톨게이트를 통과하니 기다렸다는 드시 택시가 있다. 알고 보니 이렇게 해서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끼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도심과 가깝고 톨게이트 바로 앞에 숙소도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 근처에 가서 방을 잡고 잤다. 침대 3개에 100위앤
씻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세수만 하고 잤다. 정말 너무 긴 하루였다.차를 타고 샤관까지 오는 데는 세시간이 걸렸는데 실강이한 시간만 네시간이다. 여행 네번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