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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기1-09-09-2000-Madrid"

강지선 |2006.11.23 01:38
조회 27 |추천 0


비행기를 행여 놓치는 것이 아닌가는 걱정이 되는 시간에

겨우 일에서 놓여나 회사를 빠져나오는데도

계속 뒷통수에 와 꽂히는 상사들의 눈길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아

맘도 편하지 않게 시작한 여행길.

 

누구는 비행기가 이착륙을 할 때마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혹시나 하고 떤다지만,

내게 그 순간만큼 짜릿한 순간이 없다.

그 속도감, 날아오른다는 확실한 느낌.

 

이륙하고 바로 창 밖을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내가 일하던 일터들이

마치 모형촌 위를 날고 있는 듯 신기한 스케일로 들어온다.

 

타이항공.

대만을 경유하여, 방콕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비행기는 다음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시간 10분 전에

방콕 공항에 나를 내려 놓는다.

비행기 표조차 Transit에서 다시 받아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배낭을 들쳐 업고 미친 듯이 뛴다.

내가 다시는 타이항공을 타나 봐라를 궁시렁거리며.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는 데만도 한참을 보냈는데도

비행기는 뜨지 않는다.

1시간이 넘어도.

 

타이항공은 아주 유명한 경유 항공으로

타이 각 휴양지와 다른 아시아 도시의 경유 비행편이 다 도착하여 

그 손님들을 다 실어야 떠난다.

무슨 시골버스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다.

 

로마를 경유하여 마드리드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이제 아시안들보단 현지인들이 훨씬 많다.

스페인 남자들이 잘생겼다더니,

내 앞줄에 선 남자 인물하나 끝내주게 생겼다.

흐흐흐.

저절로 웃음이 난다.

 

마드리드행 비행기 내 바로 옆자리가 한국인 여자애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걔도 지선이라고 한다.

스페인어를 배우러 유학가는 97학번 송지선.

이게 왠 우연인지.

그 자리에서 몇 마디 스페인어를 배워본다.

숫자 세는 법이랑, 인사.

 

Hola!가 영어의 Hello!에 해당하는 말이란다.

자주 써먹게 될테니 외우란다.

(나중엔 너무 많이 들어 절대로 잊어먹지 않게 되지만)

 

자다깨다 정말로 지루하게 밥을 다섯끼나 먹으며

(그래도 돈 좀 아껴보려고 정말 열심히 먹었다)

마드리드 공항 도착.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친다.

열정적이라는 스페인 사람들의 일면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입국 심사장.

심사관이 내 여권을 뒤적이며 계속 Visa를 이야기 한다.

내가 알기론 유럽은 비자 없이 2개월은 있을 수 있는데...

그러더니 잠시 후 내게 미안하다며 내가 중국인인줄 알았단다.

기가 막혀라.

하필이면 중국인이 뭐람.

촌스럽게

 

오전 11시가 가까와 오는 시간.

우선은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찾으며 서두른다.

스페인에서 타고 다닐 기차표를 돈 좀 아껴보겠다고

한국에서 끊지 않고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RENFE 사무실에서 일시에 끊으려고 했는데,

얘네는 토요일엔 오전만 근무한다고 하니 서둘러야 했다.

점심시간이 01:30 부터라니 그때까지는 하겠지 하며 갔는데

이게 왠걸, 열두시가 조금 지났는데 이미 닫혀있었다.

 

정말로 노는 일엔 철두철미한 스페인 사람들!

 

이제는 이 무거운 가방을 내려 놓아야 하니 숙소를 구해야 한다.

싸고 좋은 숙소라고 소개된 숙소를

비행기 안에서 체크해 두었었기에 찾아가 보니

다 찼다고 안에도 안들여보내는 몇군데의 Pension을 거쳐,

6번째 만에, 겨우 샤워를 공동으로

그것도 따로 돈내야 온수가 되는 숙소를 구했다.

 

Hostal Lucense.

마드리드 시내의 도로의 0점이 되는

Plaza Puerta del Sol에서 아주 가깝다.

비행기에서부터 급격히 하강한 컨디션이

잠시 몸을 누인 숙소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게 한다.

 

그리곤 생각한다.

이제는 혼자 여행할 나이는 아닌 듯 싶다고.

스물 아홉과 서른 둘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확실한 쇄퇴를 몸으로 느끼며,

불안한 여행이 시작되고 있음을....

 

Atocha역으로 나가서 겨우 기차표를 끊었다.

서울에서 인터넷으로 들어가 국영 철도 회사인 RENFE 사이트에서

기차 시간표와 가격을 프린트 해서

내가 원하는 시간과 등급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가니

내가 스페인어를 못하는것과 상관없이

아주 수월하게 표를 끊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인터넷의 위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시작된 본격적인 마드리드 탐험.

마드리드는 정말로 볼 것이 없다고

바로 다른 도시로 움직이라는 후배의 말을 무시한 것을 후회하며,

그러나 한 나라의 수도이니 보아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거리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소매치기가

참으로 위력을 발휘하는 순간.

카메라와 돈들 신경쓰느라 제데로 주위를 돌아보는 것조차

어려운 것을 느끼는 것이다.

 

Museo del Prado.

대영 박물관, 루블 박물관에 버금가는 박물관이라는데,

내겐 너무 빈약하게만 느껴진다.

아직은 스페인 예술의 위대함이 살같에 와 닿지 않는다.

 

다음은 Centro de Arte Reina Sofia.

피카소의 게로니카와 미로, 달리등

스페인 최고의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있는 곳.

그곳에서 난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의 힘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들이 그들 혼자만의 힘으로 그곳까지 갈 수 없었음을 느꼈다.

그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이미 그들 주위에는

아주 높은 수준의 동류 작가들과 작품들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아주 감명 깊은 현대 미술의 세계와 조우하다.

 

너무나 발바닥이 아파서 도저히 더는 걸을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만은 이태리에서 처럼 못먹고 다니지는 않으리라.

여행 책자를 열심히 뒤져서,

숙소 가까이의 왕새우 구이점을 찾아낸다.

 

하지만, 내 여행책자의 한계.

가장 경제적인 가격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서구의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Lonely Planet.

그 책이 소개한 곳은 가끔 사람을 당황시킨다.

 

그곳은 내 피곤한 다리를 쉴 수도 없이 서서 먹어야 하는 바였다.

그저 큰 새우에 소금을 뿌려서 석쇠에 구워줄 뿐이었다.

그래도 손으로 열심히 까서 먹어본다.

건강하게 여행을 마쳐야 하므로.

 

마드리드에서의 첫 밤은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몇 번을 깨면서 그렇게 잠을 청했다.

 

제발 Sevilla만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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