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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워야 하나요,?

고은영 |2006.11.27 17:35
조회 20 |추천 0

오늘도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약수터에 갔어요.
그리고 오는 길에 동네 목욕탕에 가서 때도 밀었죠.
반투명 유리 너머로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하고는 수건을 건네주는 사람.
그 사람이 참 부러웠어요.
 
전 요즘 도무지 잠이 오질 않거든요.
원래는 아침 잠이 많아요.
그래서 그 날도 그 사람이 모닝콜을 해줬는데
그날 아침엔 일어나지 말고 하루종일 잘걸 그랬어요.
그 사람이 말하지 못하도록.
말해도 내가 듣지 못하도록.
눈뜨지 말고 깨지 말고 죽은 듯이 잠들어 있을 걸.
지금 내 모습 내 사랑 마치 터져버린 풍선 같아요.
 
처음 맞는 내 생일날.
얼굴이 빨개지도록 풍선을 불고 또 불어서 내 자취방을 가득 채워주었던 사람인데
자기가 살고 있는 방이 궁금하지 않느냐면서 셀프비디오를 찍어서 보여주던 사람인데
침대 위에 놓인 내 사진을 클로즈업하면서

매일밤 자기가 뽀뽀해 주는 여자라면서 능청떨던 사람인데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어린 시절 손에 쥔 풍선을 날려 보내는 것보다 쉽게 나를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걸까요?
거봐요. 아무튼 생각할 틈을 줘서는 안 된다니까요.
시간만 나면 그 사람 생각이잖아요.
 
시간을 증발시켜 버리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제일 힘들어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오늘 배울 요리나 다운받아서 봐둬야겠네요.
삼색전. 그 사람도 내가 만든 동그랑땡 좋아했는데
사랑이 떠날 땐 함께 했던 시간도, 감촉도, 웃음도 다 가지고 떠났으면 좋겠어요.
 
다른 건 다 남겨두고 사랑만 훌쩍 떠나가는 건 너무 잔인해요.
그 사람 사진은 어쩌죠?
작년 겨울에 사 준 장갑은요?
그 사람의 메일주소랑 전화번호랑, 생일이랑, 차번호랑 그런 건 어떻게 지워버릴 수 있죠?
 
처음이라서 이별이 처음이라서 뭘 먼저 버리고

뭘 먼저 지워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깨진 사랑을 감촉같이 붙일 수 있는 접착제.
구멍난 가슴에 붙이는 반창고.
이런 걸 파는 가게.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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