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피파니아 M2님의 글입니다. `
얼마전 시아준수의 가창력에 관한 기사가 다른 가수들의 발언을 인용한 형태로 두어번 신문에 실렸다. 그 밑엔 대체로 호의적인 댓글이 달린 듯 싶었는데 그 댓글들 중에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댓글 하나가 우리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댓글의 내용인즉슨 이렇다.
"완전 얘 목소린, 쇠 깎는 소리 같애"
언젠가 우리는 시아준수를, '대서특필해야할' 보컬리스트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당연히 우리 역시 언젠가는 그의 보컬에 대한 기사를 내리라 작정하고 있었는데, 그 핵심 내용이 유출(?)된 것이다. 크게 주목받지 않은 댓글이었지만 어쨌든 이미 유출되어버렸으니 이참에 우리의 이야기도 풀어야할 것 같다.
그 댓글을 단 독자의 이야기는 더할나위없이 정확하다. 시아준수의 목소리에는 쇳소리가 섞여있다. 그뿐인가. 그의 목소리는 쉰소리이기도 하다. 그의 목소리를 구별해서 인지하고, 듣기 시작했을때 처음 느낀 것은, 그의 목소리에 담긴 고통과 투쟁의 역사였다. 그건 순탄한 훈련과정을 거쳐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딘가에서 한번 꺽여지고, 피를 쏟고, 갈리고, 담금질되어져나온 소리였다. 30,40대의 가인이 산속에서 죽도록 수련을 쌓아 득음을 한뒤에나 나올법한 소리였다. 그런데 TV에 나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래부르는 당사자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우리의 첫 반응은, 독자 여러분이 양해주시리라 믿고 반말투 그대로 옮기자면 "쟤는 도대체 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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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문을 갖고 난 후, 얼마가 지나서야 우린 3년동안 그를 괴롭혔던 긴 변성기에 관한 일화를 접했다.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쉰소리와 쉿소리는 사실, 강력한 파워를 지닌 소리다. 이 두 소리가 나면, 누구든지 주목하게 된다. 강한 신호를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듣기 아름다운 소리가 아니므로 대개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들릴만큼 조탁이 되면, 그때는 강력한 무기로 돌변한다. 메탈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가장 희구하는 소리가 바로 쇳소리다. 레드 제플린의 로버트 플랜트가 가진 쇳소리를 보라.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파워풀한 쇳소리를 내고 이것은 일렉트릭 연주와 팽팽히 맞서며 강력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그를 전설적인 보컬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에게서 그 조탁된 쇳소리가 나고 있었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쇳소리는 이 어린 보컬리스트가 가진 서너겹 되는 목소리의 일부 - 상단 끝 부분을 이룰 뿐이다. 그 소리의 밑둥치에는 거칠고 둔중한 쉰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 역시도 나이 제법 먹은 보컬리스트들에게서 나올법한 '애환 섞인' 목소리였다. 그 '애환'을 표현하려면 단순한 베이스음이 아니라, 옹이지고 굴곡진 저음을 만들어내야하는데, 그의 조탁된 쉰목소리가 바로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이 소리는 대단히 깊다. 그가 두 발을 딛고 선 대지에서 울려나오는 것마냥 단단하고 힘이 넘친다. 그가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것은 여기서 하나의 축복으로 작용한다.
그의 쇳소리와 쉰소리는 아무런 어색함없이 연결된다. 그것도 그냥 기계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두 소리의 가운데에는 그의 젊음을 그대로 반영한 파릇파릇하고 투명한 원형질이 있고 결국 그 원형질 덕분에 듣는 사람은, 심지어 '미성'을 듣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여기 존재하는 것은, 늙은 목소리도, 젊은 목소리도 아닌, 미성도 탁성도 아닌 -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모든 것인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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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은, 그냥 그의 노래를 구해서 주의깊게 들어보면 된다. 이 가수는 어린 나이답지않게 기복이 거의 없고, 뒷심도 좋아서 거의 일정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항상 보여준다. 동방신기의 노래로 그를 만나려면 작년 말경 방영된 Tonight 방송분부터 찾아 보는 것을 권한다. 특히 11월 20일자 KBS 뮤직뱅크 무대를 추천한다. 아마 이미 우리 편집진을 비롯, 숱한 사람들이 Tonight 라이브를 보면서 이들의 잠재력을 재인식했을 것이다.
이 노래에서 시아준수 파트를 들으면서, 이것이 과연 가는 소리인지, 두터운 소리인지 혹은 미성인지, 탁성인지 분간하려 해보시길. 다음은 그가 맡은 솔로 파트의 가사이다.
내 가슴 안에서 그댄
마치 불덩어리처럼
하얗게 번져가고 있죠
태워버려요
잠시후 다시 그의 솔로 파트가 이어진다. 이번에는 목소리 중심을 살짝 바꾼다.
너무나 깊은
이 감정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내 마음속에
그대가 준 사랑이
점점 나를 삼켜
가고 있는걸
구분이 되는가? 아마 분간이 잘 안될것이다. 가는 소리인가 싶으면 소리는 힘차고 두꺼워지고, 두터운 소리인가 싶으면 소리는 한없이 가늘어져 당신의 귀를 희롱하며 사라진다. 곱디 고운 미성인가 싶으면 소리는 탁해지고, 뿌옇게 느껴진다 싶으면 다시 고운 음색으로 마무리된다.
심지어는 한 음절에서마저도 두 소리가 동시에 들리기까지 한다. 말하자면, 한 음절의 초성, 중성, 종성 모두가 다른 음색을 내는 느낌. 그런데 그 경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소리는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전반부 '하얗게~' 부분에서 그는 곱고 가늘게 노래하는 것 같지만, 듣는 사람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아름답게 연마된 것일뿐, 소리의 원형은 '쇳소리'이기 때문에 무방비하다간 상처입기 딱 알맞다. 게다가 이 소리의 뒤에서는 그의 방식으로 조탁된 굵은 저음이 버티고 서서 힘을 보탠다. 소리는 가는 펜으로 그린듯 가는 한 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솜씨좋은 서예가의 사군자처럼 변화무쌍하게 폭과 굴곡,음영을 달리한다.
'번져가고'부터는 가는 소리와 두터운 소리가 강약을 달리해가며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이걸 사람들은, '깊은 소리'라고 말할 수도 있고, '찰진 소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느 깊은 소리나 찰진 소리는, 질감이 같은 소리가 공명을 일으키면서 나오는데 반해서, 시아준수의 경우는 전혀 다른 색감의 소리 사이에서 이 '깊고 찰진' 효과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소리의 극적인 울림이란 가공할 정도이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두터운 쪽 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 끝엔 가늘고 예리한 소리가 테두리처럼 둘러진다. 협박과 애원을 동시에 하는 것 마냥, 그의 소리는 이중적이다. '내 마음속에'라고 질러줄 때 그는 굳이 호흡을 조절하거나 목소리를 바꾸지 않는다. 그건, 그가 연마한 '쉰소리'에 이미 내재되어 있는것이라, 간단히 한번 비틀어주는 것으로 그가 의도하는 소리는 나온다. 락보컬리스트들이 소리를 일부러 거칠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런 파워풀한 효과를 내기위해서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 극단의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란다.
우리는 내친김에 동방신기의 다소 하드한 넘버들을 찾아보았다. 마침 동방신기의 음반에는 전형적인 SM스타일의 하드코어 댄스락 넘버들이 몇 있다. 2집 수록곡 Free your mind의 후반부에서 시아준수는 강력한 멜로디 한 소절을 맡아 20여초간 노래한다. 3분 30초 무렵부터 나온다. 이 부분을 그는 구태여 애써서 강력하게 부르진 않는다. 그래도 충분하다. 그에게 '강력함'은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이미 내장된 요소이다. 내장된 강력함과 만들어진 강력함의 차이는, 형언할 수조차 없다. 사자의 발톱과, 사람이 발톱달린 장갑을 끼고 있는 것 정도의 차이다. 어느 것이 더 무서운가? 소리를 질러대지 않는데도 그의 메탈릭 보이스는 우리같은 나이든 락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비슷한 분위기로의 곡으로는 비교적 잘 알려진 Tri-Angle도 있다. 여기서는 1분 40초 경에 10초 정도 나온다. 처음 듣는 분들은 멤버들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시간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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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안 목소리를 연마하다보니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그는 늘 소리의 변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는, 디테일한 표현에서 소리의 울림까지 3~4개월 정도의 주기로 쉼없이 바뀌고 있다. 어느 때는 두텁고 무거운 소리의 힘을 더 내비치는 경향을 보이는가하면 그 다음에는 곱고 가녀린 소리을 내세우며 노래한다. 이렇게 소리의 무게중심을 바꿔가면서 그는 자신의 소리를 계속 단련하고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번 무게중심을 바꿨다가 돌아왔을때는, 이미 이전의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나온다. 즉, 한번 두터운 소리를 단련하고 왔을때는 가는 소리의 밀도도 달라져 있다는 얘기이다.
이 과정에서, 시아준수는 활동 초기 즉흥 라이브에서 때때로 보이던 플랫 현상을 상당부분 잡아버린다. 남자가수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노래를 부를때 미묘하게 음이 플랫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수련이 부족하면, 이 플랫현상은 결국 무대에까지 침범해서 곡의 호소력과 가수의 생명력을 깍아먹는다. 시아준수의 경우,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고 보는 사람이 쉽게 알아차릴만큼 확연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 후반기부터 그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과 스타일을 달리해 부르기 시작하더니, 그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 미묘한 습관을 날려버렸다. 아니, 단순히 날려버린 정도가 아니다. 음을 잡을 때 단순히 제 음을 찾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음을 다시 쪼개서, 그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미묘하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을 찾아들어간다. 그래서 요즘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 라이브를 선보인다. 우리는 그 습관을 발견했을 때보다, 그가 그 습관을 고쳐내는 것을 보고 더 놀랐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에게 '노력하라'는 당부같은 건 필요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가수의 창법 역시, 자신의 소리에 걸맞게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Tonight에서 보여지듯, 아니 1,2집의 모든 수록곡에서 보여지듯, 그는 댄스와 발라드,R&B음악의 많은 영역을 착실히 소화해내고 있다. 1월 12일 SBS 라디오 영스트리트에서 부른 버전의 '보낼 수 없는 너'를 듣다보면 - 그가 음반에서 보여주는 음악의 영역 밖으로도 끊임없는 수련을 쌓아가고 있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다. 부드럽게 꺽이는 고전적인 창법을 듣다보면 그에게 장차 40.50대 팬이 생겨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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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다 합쳐도 - 이것만으로는 우리가 그를 희대의 재목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마지막 한가지가 남았다. 바로 감정이다. 세상의 그 어떤 테크닉도, 그 어떤 목소리도 '감정'을 싣지 않고서는 경탄을 자아낼 지언정, 감동은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데 이 보컬리스트는 그것마저 해치워버린다. 우린 이 사람이, 노래할때 발휘하는 강한 집중력과 감정적 몰입에 늘 놀란다.
그는 최고조로 몰입해서 노래할때 순간적으로, 독립된 계(界)를 형성한다. 단, 10여초를 노래할때조차 그는 마치 감정과 노래를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듯, 노래 속으로, 그리고 그 감정 속으로 빠져든다. 지난 10월 2일자 SBS X맨에서 다른 모든 출연자들이 박장대소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국의 손을 잡은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노래 속에 빠져드는 - 그저 제스츄어가 아니라 진짜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깜짝 놀란다.
도대체 어떤 감정이 저 사람을 저토록 몰입시키는 걸까 궁금했다. 게다가 그 몰입은 어느 장소, 어느 순간에서나 나타난다. 노래만 시작하면 그는 최면이라도 걸린 듯 자동적으로 - 때로는 고통스러워보일만큼 진한 감정에 빠진다. 그는 음악이라는 잔인한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노래한다. 실제로 그는 버림받을뻔 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힘들여 목소리를 얻은 가수들이 감정 이입에 실패하는 경우란 떠오르지 않는다. 진한 감성은, 피나는 노력으로 목소리를 얻는 보컬리스트에게 내려지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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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장 중이다. 때로 감정은 그가 전달해야할 내용 이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지금은 그가 노래를 통제하고 있다기보다는, 그의 재능이 그와 그의 노래를 뒤흔들고 있다. 누구보다 풍부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가 구현해내는 음악적 스타일이 아직 다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제력, 테크닉과 스타일은 이처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재능있는 보컬리스트에겐 나이테처럼 자동적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아니, 20대 초반이라면 다소 무모할 정도의 박력과 에너지를 가지고 노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방신기의 팬들은 이미 오랫동안 그의 재능을 인지하고 지켜봐왔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시아준수를 CD소년이라고 부르며 아껴왔다. 라이브에서도 CD와 다름없는 훌륭한 노래를 들려준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불과 몇달 사이에 CD소년이라는 호칭조차 뛰어넘은듯 싶다. 그는 이미, 라이브가 CD보다 훨씬 좋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가수 중의 하나이다.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를 '진짜로' 듣게되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흔치않은 목소리에, 다층적인 울림 때문에 처음엔 그저 거칠게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소리에 익숙해지면, 그가 노래에 쏟는 감정이 수신되기만 하면 곧바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수요'가 발생한다. 우리는 그런일이 한국에서든, 아시아에서든. 아주 커다란 범위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것이 간략하나마
우리가 얼마전 그를 '대서특필해야한다'고 말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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