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디파티드

김은빈 |2006.12.04 15:27
조회 14 |추천 0
 

아마 디파티드가 없었더라면 보다 정확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없었더라면 난 아마 평생을 향기씨를 원망하며 살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토요일 저녁 인산인해를 이루는 강남역의 한복판에 있는 씨너스라는 극장에서 훌쩍 변해버린 디카프리오를 만났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데는 뭐 특별한 것이 없다.

일단, 장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고 사랑해 마지않는 강동원씨가 주인공으로 열연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내가 원하는 장르가 아니라 과감히 버렸다. 결국 스틸사진 보고 눈이 반쯤 풀린 상태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 정도의 외모는 동영상으로 보지 않아도 정적인 사진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오기 때문에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잠깐 이야기가 샜지만 어쨌든 나에게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 장르는 절대적이다........라고 쓰려고 했지만 굳이 그런 것 같지도 않다-_-

캐스팅, 그것이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죠니뎁같은 인물이라든가 올랜도블룸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캐스팅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뻗치고 있다면 난, 찰리의초콜렛공장같은 허무맹랑한 판타지도 볼 수 있고 엘리자베스타운같은 지루지루한 멜로영화도 볼 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캐스팅이 장르보다 절대적인 것이었던가....하지만 뭐 장르는 보다 중요하다.

 

아,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디파티드, 처음 포스터를 보고는 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라고 외쳤고 시놉시스를 보고 와- 무간도얘기다! 라고 외쳤고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아, 코믹영화였구나.. 라고 조용히 생각했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보면 내가 무간도를 처음 본 것이..고등학교........2학년? 아무튼 시작은 tv였다. 본체 더빙영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로서는 티비에서 해주는 외화는 잘 안 보지만 무간도는 어쩌다 보게 되었다. 유덕화, 참으로 매력있는 사람이다. 그 나이에 그 정도의 얼굴을 가지고 그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멋있다. 양조위도 참 멋있다. 처음에는 잘 생긴 줄도 몰랐는데 그 역할을 그렇게 표현해내는 데에는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양조위가 어렸을 때를 연기한 배우, 아 이름 기억하고 있었는데 까먹어 버렸다, 어쨌든 그 배우, 그 배우도 참 좋아했다. 좋다좋다좋다 하면서 봤는데 이제와서 이름을 잊게 되어버릴 줄이야... 어쨌든, 그 배우도 참 좋았다, 잘생겼다,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아 이게 아니라,

내가 그 당시에 본 무간도는 정말 재밌었다. 내가 더빙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더빙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우 목소리는 참 독특해서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무간도도 대사의 반은 못 알아 들었다. 나는 기억난다. 어두운 거실에서 혼자 큰 티비 앞에 앉아서 내용을 알아들으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우리말이었는데 말이지..) 결국 반은 못 알아듣고 다음날 DVD를 빌려보았다. 자막을 보면서 아- 그게 그 말이었구나 했다. 내가 쓰고도 내가 멍청해보이지만 어쨌든, 나름 감동받았다. 그 때 느꼈다. 범죄자와 경찰은 종이 한장 차이구나 라는 것을,

무간도에서 유덕화는(극중이름은이미잊혀졌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조직을 위해서 일을 하기는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선한 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그런 마음은 영화를 보는 내내 시청자에게 느껴져 최후에 보스를 죽이고 또 다른 배후의 첩자를 죽이는 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나라도 죽였을 것이다라는 마음.

양조위는 극중에서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경찰인 동시에 조직에서 일하는 그는 분명 선하지만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자아에 대한 혼란을 겪으면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의사와 사랑에 빠지고 뭐 이런 식, 양조위는 경찰 상사를 정신적지주로 삼고 상사에 대해 상사 이상으로 의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상사가 자신을 위해 죽었을 때 오열을 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디파티드는 보다 뭐랄까, 어색하다고 해야하나, 무간도의 스토리와 여러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분명 무간도는 동양사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지금도 생각하는 무간도의 첫장면은 조직의 보스가 절에서 합장을 하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동양의 냄새를 풀풀 풍겨준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기 전 무간도라 이름을 지은 배경을 말해준다. 에..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쨌든 뭐 굉장히 고통스러운 지옥 뭐 이런 식의 설명이었다. 불경이었던 것 같다. 전에는 몰랐지만 디파티드를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무간도가 철저히 동양적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였구나 라는 것을. 소속에 대한 충성과 선한 것을 좇는 것과 등등등등 지금이야 다 잊어버렸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다.

 

무간도는 영화가 참 그랬다. 뭔가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의 성격도 그랬고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무언가를 표현하려 했다. 디파티드.. 일단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참, 에... 어수선 하다고 해야하나? 음.. 말이 많다. 입만 열면 나오는 건 욕이었고, 왠지 불필요한 것들을 집어넣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간결하게 만들어서 이야기를 전개시킬 필요가 있다. 무간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그랬다는 것이다. 영화가 조금, 지저분했다고 표현해야 할까..그러니까 내용이 지저분하다는 것 보다 영화가 조금 정신이 없다. 에.. 물론, 중국의 조직과 경찰조직 관련한 것들이 미국과 같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세월이 바뀌었으니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를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굳이 필요없는 내용과 등장인물을 집어넣었다 이거다. 무간도와 차별을 두고 싶었겠지만 다른 부분에서 차별을 둘 필요가 있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무간도를 본지는 꽤나 오래 되었지만, 뭐야 무간도랑 완전 똑같잖아- 하면서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상사가 죽는 장면이라든지, 골프를 하면서 결혼얘기를 한다든지, 이름과 신분증번호를 적는 장면이라든지, 영화관장면, 변호사 위장하는 장면, 문자보내는 장면, 휴대전화추적, 등등등등 너무 똑같아서 어허허허허 하는 웃음밖에 안 나오는 정도. 굳이 그렇게 똑같이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디파티드에서는 차별적 요소를 가지고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를 위장잠입시킨다. 넌 어릴 때도 이중적 생활을 해 왔으니 다시 이중생활을 하러 조직에 위장잠입해라, 이런식, 무간도에서는 양조위의 능력을 사서 위장잠입을 시킨다. 너는 사물을 관찰하기에 예리한 눈을 가졌으니 조직에 들어가서 정보를 빼내와라 하는 식, 이런 차이를 두고 보았을 때 과연 레오나르도가 양조위만큼 상사에게 의지라는 것을 할 수 있겠는가를 의심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 게다가 레오나르도에게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상사가 있다. 과연 레오나르도에게 상사에 충성을 바칠 만한 무엇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글쎄, 내가 이미 내용을 알고 본 영화라 그런지 몰라도 참으로 식상했다.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졌다. 무간도에서는 조직의 보스와 양조위의 상사는 강한 대결구도를 가지고 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뭐 이런 정도? 그로 인해서 양조위와 유덕화 사이에도 대결구도가 형성되는데 그런 것이 없다. 디파티드는, 흰머리의 상사에게 잭니콜슨은 그저 잡아야 하는 수많은 범죄자 중 하나일 뿐이다. 앙숙관계가 아니다. 게다가 무간도에서는 서로의 조직 내에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스토리 초반부터 알게 된다. 그 긴장감이 영화 종반까지 이어진다. 헌데 디파티드에서는 레오나르도가 조직에 들어가기까지를 징하게 보여준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말이다. 초반 내용이 길어지다 보니 지루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동양에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

무간도에서는 두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린 양조위가 경찰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닫힌 교문을 등지고 교육받는 사람들을 뒤돌아 보는 장면,

그것을 어린 유덕화가 보는 장면,

그것은 두 사람의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운명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이 바탕이 되어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이 무간도였다.

때문에 이런 운명이라는 것이 빠졌기 때문에 디파티드는 시작부터 부족했다.

뭐,

평론가로서는 거의 제로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결론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