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경험이었다.
새로 지어진 깨끗한 영화관.
260개의 좌석이 마련괸 커다란 상영관에서
나는 혼자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열혈남아.
설경구에게 갖는 기대심리는 참으로 묘한 것이었다.
나는 설경구가 나오는 영화를 꽤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하사탕, 광복절 특사,
역도산, 공공의 적, 사랑을 놓치다, 실미도 등등.
설경구에게서는 코믹스럽다거나, 너무 무겁기만 하다거나
지나치게 어리버리하다거나 따위의
한가지 이미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다중스러운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재주를 지닌 배우라고 생각된다.
그가 이번에 표현한 열혈남아 속의 재문 역시
껄렁껄렁하면서도 진지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코믹이면 코믹 한가지,
진지함 하면 그 진지함 한가지로 일관되게
런닝 시간을 메꾸고 마는 다른 배우들의 성향과 비교해 보면
설경구의 그러한 복합적인 연기는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조직폭력배가 자신의 친구를 죽인
다른 조폭을 죽이기 위해 그의 고향으로 찾아든다는 설정으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어짜피 조폭의 세계가
끊임없는 복수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유지되는 것임을 볼때,
열혈남아의 이 설정은 식상하기 딱 알맞은 설정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굳이
조폭의 생활무대인 도시 한 복판의 복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대상이 잉태된 고향,
벌교의 어느 작은 국밥집으로 무대를 옮겨
피를 불러들인다는 점이 먼저 눈길이 간다.
재문과 그의 하수인 치국이 꾸민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은
아들 둘을 떡두꺼비처럼 낳아
하나는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내 놓을 수 있는 사업가로,
다른 하나는 저멀리 남극까지 원정낚시를 다니는 뱃꾼으로 키워놓은
국밥집 어머니 "점심여사"를 만나게 되면서
예상되었던 갈등의 기류를 맞는다.
철저하게 직업정신으로 무장한 냉혈 조폭에게 모성의 따뜻함이
빗물처럼 스며든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시골 국밥집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해주는
나문희의 적절한 연기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타이밍에 맞추어 코믹과 냉혈, 어리버리함과 섬득함을 갈아입을 수 있는
설경구의 연기 덕분에
이따금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런닝타임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모성애"라는 코드를 조폭 영화에 삽입하면서도
억지로 눈물을 짜내게 만들지도 않고,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았던 점도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이다.
오바스럽지 않은 잔잔함.
나는 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뿐만아니라....... cruel winter bluse라는 제목과는 달리
잔혹하지 않았던 겨울의 부르스 역시 인상적이었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와 함께 다가온
따뜻한 조폭(!!!) 영화를 한편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1월,
김래원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경쟁작(?)이라 묶여질 수 있는 이 영화에
관객수를 하나를 더해 준 이유를
굳이 변명하자면.........
조폭의 나와바리(?)를 가족의 틀 안에 묶어내려는 시도가
공통적으로 보였을 뿐만 아니라,
코믹과 정극의 묘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기성세대 대표주자 설경구와
신세대 대표주자 김래원의
연기 포인트를 비교해 보자하는 의도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2005년 가을,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던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의 양대산맥,
나문희와 김해숙의 연기 또한
비교 분석(?)질 해보자는
불손하지만 바람직한 저의가 있었음을 밝힌다.
해바라기를 애초에 보려고 마음먹었던 영화 횟수에서
두어번 더 보면 될꺼 아냐!!!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