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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입니다. 2006-12-12 "의암으로 가는길"

조영만 |2006.12.15 09:16
조회 13 |추천 0


제 죽을 줄 모르고 기고만장 날뛰던 이를 저승으로 보내는 문
나와 너를 죽여 의를 살리려던 그녀를 차마 막을 수 없었던 문
뒤집어진 세상을 되돌리는 한걸음을 말없이 배웅했던 문
 
얼마 전 유행 가사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더니
이겨도 이긴 게 아닐 때가 있고, 기뻐도 슬플 때가 있으며,
죽어도 죽은 게 아니요, 죽음으로 살리는 것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희생이다.
 
아시리아의 패배를 모르던 홀로페르네스가 유대의 산악의 땅
베툴리아를 공격하여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날, 아름다운 귀족
출신의 과부 유디트는 스스로 투항하여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홀로페르네스를 유혹, 방심한 그가 격정적인 섹스로 탈진하야
잠든 사이 목을 잘라 버렸다. 유디트는 목이 달아난 그의 시신을
발아래 침대 밑으로 밀어 넣고, 수급은 시녀의 음식물 바구니에

담아 유유히 적진을 빠져 나온다. 베툴리아의 사람들은 그녀의

'희생'과 자신들의 '치욕'은 잊은 채 장수를 잃고 돌아서는

아시리아군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며 축배를 들었다.

 
기뻤으리라, 자신들을 약탈 겁탈 수탈하던 이들의 뒷모습이
허나 슬프게도 유디트의 몸 팔아 얻은 치욕의 평화는
그들의 아들 딸에게 긍지를 갖게 할 수 없으며, 비극의 역사는
결코 변함이 없다.
 
장기에서는 졸을 상과, 상을 말과, 말을 포와, 포를 차와
바꾸어 이익을 취하니 장기에서의 승리는 반드시 '희생'을
필요로 한다. 장기판이라면 가차없이 죽음으로 희망을 살 수
있지만, 인생의 판에서는 희생을 강요하여 행복을 살 수 없다.
하물며 아무리 장기판이라도 승리를 위한 '희생'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을 '고수'라 높여 부르며 '명인'으로 우대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그녀를 대함에 있어 어떠한가?
논개의 희생은 불필요한 희생이었다. 조선에 힘이 있었다면.
스스로 설 수 있었다면, 그녀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었다.
조선은 그녀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스스로 설 수 없다면 누군가가 일으켜 세워주어야 하며,
바로 설 수 없다면 기대어 설 수 밖에 없고,
혼자 서 있을 수 없다면 같이 서야 하는 것이 인생의 판이다.
 
아이들의 양육에서 오는 희생
나라를 지키기 위한 복무의 희생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위한 수많은 작은 희생
 
위와 같은 것들이 극 최소한으로 충분한 세상이 오기를 열망하며
무소의 뿔이 되고 싶은 마음을 프레임에 담아 나의 나약함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문을 나서고 싶었다.
 
 
 
잡설하나, 그때에도 저 문이 존재 했는지 나중에 만들어 넣었는지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나의 무책임을 질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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