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40분, 이제야 첫 지하철이 들어오네요....
문득 핸드폰을 꺼내 아까의 문자를 다시 확인합니다....
'흰눈 행복한 밤 그리운 너'
아버지께서 보내신 겁니다....
될 수 있는 한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문자인데....
아들은 친구들이랑 새벽 5시까지 놀았습니다....
참 개 같은 아들입니다....
술은 얼마 안 먹어서 그런지 정신은 여전히 멀쩡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 속을 어지럽히려고 하는데....
왠지 지금은 텅 비워놓고 싶어 멍하니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고 계단을 올라오니....
세상이 온통 눈으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이쁘다 이쁘다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눈 덮힌 나무, 눈 덮힌 길, 눈 덮힌 모든 것, 그리고 나....
그 세상의 정적을 깨기 싫어서 입을 막아버리고....
오로지 눈빛으로만 내 마음을 표현하였습니다....
집 현관문 손잡이을 돌리니 문은 잠겨져 있습니다....
당연하지, 이 시간에 열려 있으면 안 되지....
열쇠로 조심조심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버지께선 쇼파에 누워 주무시고 계십니다....
지금이 새벽 6시 20분인데도 아직 주무십니다....
원래는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시는 아버지 이십니다....
제가 언제쯤 오나 기다리시다가 주무셨나 봅니다....
아마 적어도 2시까진 제가 오길 기다리셨을 겁니다....
역시 참 개 같은 아들입니다....
눈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가보니....
설거지와 아침밥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가족들 아침밥이 좀 늦어질까 걱정입니다....
원래 우리 가족은 아침 7시 전엔 아침을 먹습니다....
물론 주말이니 7시 반 전에만 먹으면 될 듯합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원래는 설거지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 들어선 즐겨 합니다....
요리는 안 한다기보단 못해서 안 하는데....
이따금씩 시도는 해 봅니다....
저번엔 두부지짐을 해봤는데 처음 한 것 치곤 먹을만 했습니다....
햄계란부침은 아직은 잘 안되더군요....
뭐 이것저것 시도해봐야겠지만요....
설거지를 다 했으니 이젠 밥을 해야겠습니다....
쌀통의 버튼을 3번 누르고 물에 담가 씻기 시작합니다....
밥 할 때, 언제나 머리 속을 괴롭히는 생각은....
과연 지금 내가 씻고 있는 쌀이 3인분이 맞냐는 겁니다....
손으로 쥐어볼 때는 잘 모르겠거든요....
뭐 이따가 밥 다 돼서 먹어보면 알겠죠....
그리고 또 하나, 왜 쌀은 씻어도 씻어도 흰 물이 안 빠지는지....
한 5번은 박박 씻어야 좀 직성이 풀립니다....
물 조절은 솥에 표시된 선보다 조금만 높게 합니다....
이건 뭐, 경험입니다....
전기 밥솥 뚜껑 닫고, 플러그 꽂고나선 취사 버튼.....
설거지며 쌀 씻는 소리가 꽤나 시끄러웠을 텐데....
아버지는 7시가 다 되어 가도록 주무십니다....
꽤나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동생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립니다....
핸드폰 알람이겠죠 아마도....
솔직히 저 소리 가끔 짜증이 납니다....
한번만 울리면 되는데, 계속 울리거든요.....
그것도 엄청 시끄럽게....
고등학생이니까 좀 봐주려고 노력은 합니다....
하여간 동생 방에 들어가 핸드폰 배터리를 뺐습니다....
일요일인데 좀 자라....
밖은 아직도 새하얗고....
가족들은 여전히 자고 있습니다....
이제 졸음이 몰려옵니다....
하루종일 가족들 얼굴 못봐서 같이 아침 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피곤이 어깨를 짓누릅니다....
아, 참 개같은 아들....
지금은 아침 7시 입니다....